갈릴리 호수
갈릴리 호수
  • 관리자
  • 승인 2013.08.16 17:5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성지 순례

 

시골 청년 같은 호수
이스라엘에서 예수님의 향취가 가장 짙게 나는 곳은 아마 갈릴리 호수일 것이다. 많은 성지들이 그 모습이 변했지만 갈릴리 호수는 옛 모습을 가장 잘 간직하고 있기 때문이다. 예루살렘이 종교에 찌든 바리새인의 모습 같고, 가이사랴가 로마의 화려함으로 옷 입은 헤롯 왕이나 본디오 빌라도 같은 정치가들의 이미지라면, 순수한 시골 청년 같은 갈릴리 호수는 예수님의 모습 같다고 말할 수 있겠다.
갈릴리는 ‘둥글다’는 뜻을 가지고 있다. 갈릴리는 호수이지만 옛날에는 호수라는 단어 대신 바다라고 불렀다고 한다. 높은 곳에서 보면 호수의 모양이 둥그스름한 것이, 옛날 다윗이 연주했던 수금(히브리 말로 키노르)을 닮았다고 해서 ‘키네렛(긴네렛 호수)’이라고 불렸고, 지금도 유대인들은 대부분 키네렛 바다라고 부른다.
호수를 사랑하는 사람들은 ‘갈릴리 호수는 다른 호수에 비해 무섭지 않다’고들 한다. 보통 호수는 경관이 수려해도 침울하고 섬뜩한 느낌을 주는 경우가 많은데, 갈릴리 호수는 친근하게 느껴진다고 한다. 예수님에 대한 좋은 감정이 있어서 그럴지도 모르겠다.
예수님, 제자들, 그리고 예수님의 말씀을 듣던 사람들…. 많은 사람과 일들을 연상케 하는 곳, 갈릴리 호수. 오늘 이곳에서 예수님과 베드로의 그림을 그려본다.

 

호수에는 ‘베드로 고기’가 아직도 가장 많다
물이 부족한 이스라엘에서 갈릴리 호수는 생명줄과도 같다. 이스라엘 전체 식수의 40% 이상이 갈릴리 호수에서 공급되며, 북부 이스라엘의 물 문제는 갈릴리 호수가 거의 다 해결해준다. 마치 하나님의 아들이신 예수님께서 육신을 입고 이 땅에 와 당신의 모든 것을 사람들에게 아낌없이 주셔서 사람들이 예수님으로 말미암아 살아가는 것처럼 말이다.
갈릴리 호수의 주변은 푸르고 경치가 아름다워서 황량한 유대광야와는 대조적인 모습을 하고 있다. 토양도 아주 좋아서 각종 채소와 과일 농사가 잘되기로 유명하다. 버스를 타고 호반 길을 지나다 보면 오렌지, 망고, 바나나, 토마토, 포도 등을 재배하는 농장을 많이 볼 수 있다.

갈릴리 호수는 민물이지만 바다처럼 파도와 풍랑이 많고, 바다 갈매기보다 덩치가 작은 호수 갈매기들이 날아다닌다. 관광객을 위해 2,000년 전의 배 모양과 비슷하게 만든 보트를 지인으로부터 얻어 타고 호수 중심으로 가보았다. 호수의 깊은 곳에는 약 50여 종의 민물고기들이 사는데, 그 수가 엄청나다고 한다. 지금은 물고기를 다량으로 잡는 것을 정책적으로 금하고 있으나,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곳에는 그물을 던져서 고기를 잡아 파는 어부들이 꽤나 많았다. 호수 얕은 곳에서는 맑은 물 속에서 크기가 손바닥의 반 정도 되는 물고기들이 떼를 지어 다니는 것이 훤히 보인다. 물 밑에 작은 통발을 내려놓으면 한두 마리 잡히곤 한다. 물고기가 이렇게 많은데, 베드로는 왜 그날 밤이 새도록 그물을 던졌지만 한 마리도 잡지 못했을까?
갈릴리 호수에서 가장 유명한 물고기는 한국의 큰 붕어와 비슷하게 생긴 ‘베드로 고기’라고 불리는 녀석이다. 이 물고기는 갈릴리 호수에서 수천 년간 번식하며 아직도 호수에서 가장 많은 수를 차지하고 있다. 예수님의 제자들도 이 물고기를 잡아서 생계를 유지했으리라.

예수님이 복음을 전하셨던 가버나움, 거라사, 벳새다…
갈릴리 호수는 예수님 사역의 중심지 같은 곳이었다. 이곳에서 제자들을 부르셨고, 또한 이곳은 제자들을 향한 예수님의 사랑과 긍휼이 가득했던 곳이다. 예수님이 보리떡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로 5천 명을 먹이신 곳도 갈릴리 호숫가의 벳새다 건너편이었다.
호수 주변으로 예수님이 복음을 전하셨던 동네들이 보였다. 가버나움, 거라사, 벳새다와 같은 마을들이 호수 가까이에 있고, 호수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는 가나, 나사렛, 막달라와 같은 마을들이 자리하고 있다. 예수님이 어린 시절을 보내셨던 나사렛은 갈릴리 호수에서 자동차로 약 40분 가량 걸리는 곳에 위치하고 있는데, 현재는 이스라엘에 사는 팔레스타인계(系) 아랍인들이 모여 사는 아랍 마을 가운데 하나이며, 인구의 64%가 아랍계(系) 천주교인이다. 호수에서 나사렛으로 가는 길목에는 물이 포도주로 변한 가나가 있는데, 그곳 역시 아랍인들이 모여 산다.
배를 타고 호수를 둘러보면서 예수님이 풍랑을 잠잠케 하신 일, 베드로에게 바다 위로 걸어오라 하신 일 등을 생각해 보았다. 베드로가 물 위를 걸었던 것도 기적이지만, 풍랑을 보고 두려워해서 물에 점점 빠져간 것도 기적이었다는 마음이 들었다. 사람이 어찌 물에 천천히 빠져갈 수 있겠는가? 그것은 마치 우리가 말씀을 기억하지 못하고 생각 속에 점점 빠져가는 모습과 흡사하다고 생각하니 재미가 있었다.

 

“나의 아들들아, 너희에게 물고기가 있느냐?”
얼마 전, 성경을 읽다가 예수님이 부활하신 후 제자들을 갈릴리 호숫가에서 다시 만나시는 장면을 보았다. 예수님을 모른다고 부인하고, 예수님이 잡히실 때 다 주님을 버리고 도망갔던 제자들, 그리고 갈릴리 호수로 다시 돌아와서 물고기를 잡고 있는 그들 앞에 나타나신 예수님을 성경 속에서 만나보았다.


예수님은 제자들에게 당신이 부활하시고 먼저 갈릴리로 가신다고 말씀하셨다. 사랑하는 제자들이 예수님이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시면 다 갈릴리로 돌아가서 예전처럼 물고기 잡을 것을 미리 아셨으리라. 요한복음 21장에서, 예수님이 아침에 물고기를 잡는 제자들에게 나타나셔서 “너희에게 물고기가 있느냐?” 하고 물으셨다. 그때 주님이 제자들을 “얘들아!” 하고 부르시는데, 그 부분이 이스라엘 말로는 “나의 아들들아!”라고 기록되어 있다. 당신을 버리고 부인한 제자들에게 주님은 아들들이라고 말씀하셨다. 가슴이 뭉클했다. 민망해 하는 제자들을 위해 생선을 구우시고, 제자들을 먹이시려고 예수님이 친히 조반을 준비하셨다. 그날 주님은 당신을 부인한 베드로에게 “네가 이 사람들보다 나를 더 사랑하느냐?” 하고 물으시고, “내 양을 먹이라.” 하셨다.

 

갈릴리 호수에서 베드로를 사랑하신 예수님을 생각해 보았다
나는 갈릴리 호수의 옛 선착장으로 추정되는 곳(베드로 수위권 교회The Church of the Primacy of Peter가 있는 곳)에서 예수님과 베드로의 만남을 떠올렸다. 그곳은 베드로가 살았던 가버나움에서 가까운 곳으로, 옛날에 어부들이 배를 정박시키고 그물을 씻고 잡은 물고기를 파는 일일 어시장이 섰을 법한 장소다. 베드로가 예수님을 만나 “주여, 나를 떠나소서! 나는 죄인이로소이다!”라고 한 가장 유력한 장소이며, 동시에 예수님이 베드로에게 “내 양을 먹이라.”고 말씀하신 가장 유력한 장소이기도 하다.
예수님은 단 한 번도 베드로에게 기대를 두신 적이 없었다. 베드로가 잘했을 때에도, 또 못했을 때에도. 주님은 다만 하나님의 성령이 베드로의 마음을 사로잡아서 그가 힘있게 복음의 일을 하기를 원하셨다. 하지만 베드로는 자신의 마음과 생각을 믿으며 예수님의 말씀을 마음에서 거부했다. 그는 자신이 가는 길이 주님이 가시는 길과 다르면서 같다고 여겼고, 자신은 괜찮은 사람이라는 교만한 마음을 품고 살았다. 예수님은 베드로가 얼마나 악하고 추하고 잘못되었는지를 가르쳐주고 싶으셨다. 베드로가 그 사실을 마음 깊이 깨달을 때 하나님의 어떤 말씀도 받을 수 있는 복음의 일꾼으로 변할 수 있기에, 주님은 그것을 정확하게 가르쳐주고 싶으셨으리라!
갈릴리 호수에서 베드로를 사랑하신 예수님을 생각해 보았다. 호숫가에 서 있는데, 들려오는 파도 소리가 마치 내 생각에 속아 살아가는 나에게 주님이 “너는 잘못되었어. 너로서는 안 돼. 너를 믿는 마음, 너를 과신하는 마음을 모두 버려. 그리고 내 마음을 받아서 살아.” 하고 애절하게 말씀하고 계시는 듯했다. 베드로가 자기를 믿는 마음을 버린 것처럼 나도 하나님 앞에서 잘못된 나를 신뢰할 수 없음을 확인한다.
 

나는 다시 예수님처럼 우리가 갈릴리 호숫가에 사람들을 모아놓고 복음을 전하는 모습을 그려보았다. 2,000년 전 갈릴리 호숫가에서 복음을 전하시고 기적을 베푸신 주님이 우리를 통해서 다시 이 땅에 복음 전하길 원하신다는 사실을 생각하는 동안 말할 수 없이 가슴이 벅찼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