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에라리온으로 가는 육로(陸路) 여행
시에라리온으로 가는 육로(陸路) 여행
  • 손운석 (라이베리아 선교사)
  • 승인 2013.10.15 22: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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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나라에 살면서…

 
라이베리아에 살다보면 계획이라는 것이 무의미할 때가 많다. 생각지 못한 일들이 너무 많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얼마 전, 월드캠프를 은혜롭게 마쳤다. 한국에서 심성수 목사님 부부와 함께 12명의 형제 자매님들이 와서 캠프를 도왔다. 라이베리아에 이어 시에라리온과 기니에서도 월드캠프가 열리기에, 8월 23일에 라이베리아 캠프를 마치고 다음날 23명이 비행기를 타고 시에라리온으로 가기로 했다. 그런데 저녁에 여행사 직원이 교회로 찾아와서, 우리가 타고갈 비행기가 라이베리아로 오기 전에 엔진 이상이 생겨 운항할 수 없게 되었다고 했다.
어쩔 수 없이 그 다음날 다른 항공사의 비행기로 출발하려고 했는데, 시에라리온 선교사님이 25일에 오면 캠프에 차질이 생긴다고 했다.
고심 끝에 육로(陸路)로 가기로 결정했다. 라이베리아에서 시에라리온까지는 그리 멀지 않지만 국경을 잇는 도로가 닦여 있지 않아서 길이 험하고 시간이 많이 걸린다. 특히 우기(雨期) 때에는 몹시 위험해서 현지인들도 기피하는 길이다.
육로로 갈 것을 결정한 후 굉장히 부담스러웠다. 넘어야 할 큰 문제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먼저는 아주 고약한 이민국 검문소를 지나야 하고, 다음으로 국경에서 세관을 통과해야 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험난한 길이 문제였다.
하나님의 은혜를 입을 마음으로 출발했다. 마음을 졸이며 악랄하기로 소문난 이민국 검문소를 지나는데, 놀랍게도 이민국 직원들이 우리에게 손을 흔들며 검문 없이 버스를 통과시켜 주었다. 외국인이 지나가면 무조건 차를 세워 돈을 요구하고, 말도 안 되는 이유로 오래 붙들고 있으면서 어떻게든 돈을 뜯어내는 곳으로 유명한데 말이다. 검문소를 지나서 운전기사에게 그냥 보낸 이유를 물어보니, 그 검문소를 지나면 대체에너지를 만들기 위해 말레이시아 회사에서 세운 엄청나게 큰 팜 농장이 있다고 했다. 동양인 20여 명이 버스를 타고 지나가니까 이민국 직원들은 정부에서 적극 지원하는 그 회사 직원인 줄 알고 무사통과시켰던 것이다.
국경에는 두 나라에 가져가는 짐 때문에 걱정이었다. 그런데 세관 소장이 우리를 보더니 작년에 했던 월드캠프를 기억한다면서 ‘라이베리아를 위해서 좋은 일을 하는데 적극 도와주겠다’며 문제 없이 세관을 통과시켜 주었다. 시에라리온 국경 쪽에도 직원을 보내 모든 것을 도와주었다.
우리는 지프와 미니 버스 한 대로 여행했는데, 12인승을 15인승으로 개조한 미니 버스 위에는 푸시맨(push man) 다섯 명이 타고 갔다. 우기라 정글을 지나가다가 차가 진흙탕에 빠지면 푸시맨들이 차를 미는 것이다. 그들은 자리가 없어서 자동차 지붕 위에 올라탄 채로 여행을 했다.
여행 중에 벼랑 끝을 지날 때도 있었고, 차가 진흙탕에 빠진 적도 있었다. 여러 어려움이 있었지만 하나님은 우리 길을 지켜 주셨고, 우리에게 잊지 못할 간증과 기쁨을 주셨다. 25시간의 여정 끝에 우리는 제 시간에 시에라리온에 도착해서 아름다운 월드캠프 개막식을 가질 수 있었다.
이곳에 살면서 죽음이 참 가깝게 느껴질 때가 많다. 그처럼 죽음이 가깝게 느껴질 때 하나님도 가깝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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