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 아주머니의 부엌
소소 아주머니의 부엌
  • 송근영
  • 승인 2020.07.23 18: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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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7월 키즈마인드
생각하는 동화

“휴, 오늘 저녁은 어떻게 해야 하나?”
보글보글 마을에 사는 소소 아주머니는 하루에 세 번 걱정을 해요. 바로 아침, 점심, 저녁을 먹을 때였지요. 왜냐하면 아주머니가 만든 요리가 너무너무 맛이 없기 때문이에요. 

맛있게 요리하려고 아무리 노력하고 궁리를 해도 소소 아주머니는 맛있는 음식을 만들 수가 없었어요. 가족들이 식탁 앞에 앉아 깨작깨작하는 모습을 보면 미안하기도 하고 짜증스럽기도 했지요.
“엄마, 오늘은 고기가 너무 질겨서 씹기가 힘들어요.”
“여보, 미안한데 소금을 좀 더 넣어야겠는 걸.”
마을 사람들이 각자 맛있는 음식을 한 가지씩 준비해 파티를 열 때도 소소 아주머니는 늘 과일 담당이었지요.
“대체 어떻게 해야 맛있는 음식을 만들 수 있는 거지?”

하지만 소소 아주머니의 집 부엌에는 아주머니가 모르는 비밀이 있었어요. 그것은 바로  조리 도구들의 사이가 안 좋다는 거였지요. 소소 아주머니가 요리를 할 때마다 냄비, 도마, 칼, 주걱은 서로를 나무라기 바빴어요.
“야, 냄비! 너 온도 조절 똑바로 못해? 그렇게 파라라 락 끓다가 순식간에 식어버리면 어떻게 해!”
“하! 그래서 국이 맛없는 게 내 탓이라는 거 야? 야, 칼! 네가 재료를 제대로 썰었어야지. 그래야 알맞게 익을 거 아니야!”

도구들은 소소 아주머니가 요리를 하지 않는 동안에는 더욱 심하게 서로를 헐뜯었어요.  
“새로 온 접시 말이야, 자기가 요즘 유행하는 스타일이라고 뽐내더라. 다이어트에 성공해서 얇고 가볍다고 어찌나 콧대가 높던지. 두께가 얇아서 음식을 담으면 금방 식어버리는데도 말이야.”
“진짜? 난 걔가 처음 왔을 때부터 별로였어.”
“어제 절구랑 절굿공이 봤어? 둘이서만 딱 붙어 다니는 거. 꼴불견이야, 진짜! 자기들만 열심히 하면 요리가 되는 줄 아나 봐?”
조리 도구들이 만나기만 하면 다투니 소소 아주머니가 아무리 애를 써도 음식 맛이 없었던 거예요. 구수한 육수를 끓이려 하면 냄비가 국자와 싸우느라 온도가 들쭉날쭉, 재료를 예쁜 모양으로 썰어보려 하면 칼과 도마가 싸우느라 삐뚤삐뚤, 기름에 바삭하게 구우려 하면 프라이팬과 뒤집개가 싸우느라 퍼석퍼석 태워버리고 말았지요. 

그날도 마찬가지였어요. 점심 때 요리했던 불고기가 맛이 없던 일로 도구들이 한창 목소리를 높이고 있었어요.
“너희들 때문에 아주머니 요리가 엉망이 되잖아!”
“뭐라고? 그러는 너는 잘하니?”
“다들 잘났다, 진짜. 그렇게 잘하는데 왜 음식 맛이 그 모양이야?”
“나는 내 할 일은 똑바로 하거든.”
“요리는 도구가 중요하다는 말도 못 들었어? 너희는 마음가짐이 틀렸어!”
“그건 너도 마찬가지야!”

그때였어요. 찬장 한편에서 도구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던 계량컵이 입을 열었어요. “저기 얘들아, 나도 한마디 하고 싶은데….”
계량컵은 소소 아주머니가 간을 맞출 때 사용하려고 며칠 전에 사온 신참이었어요. “너희들 혹시 소소 아주머니가 너희를 사가지고 오실 때 생각이 나니?”
“얘가 대체 무슨 말을 하려는 거야?”
“내가 그릇가게에 있을 때 아주머니가 날 보고 말씀하였어. ‘어머, 정말 멋진 계량컵이네. 너와 함께라면 맛있는 요리를 할 수 있겠는 걸. 재료와 양념을 얼마나 넣어야 할지 네가 알려줄 테니 말이야’ 하시며 행복한 표정으로 나를 장바구니에 담으셨지. 아주머니가 너희를 데려올 때는 어떠셨니?”
“음….”
계량컵의 질문에 도구들은 모두 대답을 하지 못하고 우물쭈물했어요.

잠시 생각에 잠겨 있던 냄비가 말을 꺼냈어요.
“하긴, 맞아. 아주머니는 내가 속이 깊은 냄비라고 좋아하셨어. 국을 아주 많이 끓일 수 있겠다고 만족스러워하셨지. 요즘은  파르르 끓다가 자꾸 넘쳐버리지만 말이야.”
칼과 가스레인지도 그제야 떠올랐다는 듯 이야기했어요.  
“나도. 나도 아주머니가 잘 드는 칼이라고 칭찬하시며 장바구니에 담으셨는데….” “칼 너는 처음 왔을 때 정말 번쩍번쩍 멋지긴 했어. 하하. 난 불꽃이 세서 좋아하셨단다. 그런데 냄비, 프라이팬이랑 자꾸 싸우다 보니 국물이 넘쳐서 지금은 불꽃이 약해졌지.”

이어 계량컵이 속마음을 털어놓았어요.
“나는 이곳에 와서 너희들을 보고 많이 놀랐어. 우리는 서로 도와야 하는 친구들인데 미워하고 남을 탓하는 모습을 보니 안타까웠단다.”
살짝 열린 서랍 속에서 주걱이 말했어요.
“얘들아, 계량컵 말이 맞아. 우리가 중요한 걸 잊고 지낸 것 같지 않니?”
그날 밤, 조리 도구들은 밤이 새도록 이야기를 나누었어요. 

 

이튿날부터 소소 아주머니의 부엌에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어요.
“칼아, 내 걱정하지 말고 고기  잘 썰어. 사실 그동안 나는 하나도 안 아팠는데 심술부리느라 아픈 척한 거야.”
도마가 가슴을 활짝 펴고 칼에게 말했어요.
“밥그릇아, 잘 받아~!”
한가득 밥을 퍼 담은 주걱이 밥그 릇을 부르자 밥그릇은 허리를 숙여 가지런히 밥을 담아냈어요. 국자는 냄비 안을 마음껏 돌아다녔지만  국물은 더 이상 넘치지 않았지요.
“보글보글, 또닥또닥, 지글지글”
맛있는 소리와 고소한 냄새가  소소 아주머니의 주방에 가득찼어요. 알맞게 끓은 생선조림을 맛본 소소 아주머니는 깜짝 놀랐어요.

“어머나! 어쩜 이렇게 맛있게 됐지? 여보, 여보! 이리 와서 맛 좀 봐요!”
소소 아주머니의 가족들은 오랜만에 정말 맛있는 아침 식사를 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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