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아이, 베꾸
행복한 아이, 베꾸
  • 홍은혜
  • 승인 2021.05.04 12: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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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5월 키즈마인드
생각하는 동화

“콜록콜록”
아프리카 벤즈비 마을의 베꾸네 집에는 아침부터 엄마가 쌀죽을 끓이느라 피운 불 때문에 연기가 가득해요. 베꾸는 연신 기침을 하면서도 동전을 모아 둔 유리병을 이리저리 살펴보았어요.
‘이것밖에 안 되네.’
베꾸는 가방을 멘 후 밑창 떨어진 구두를 신고 밖으로 나왔어요.

 

‘끼익’ 새벽에 일을 시작하신 아빠는 수레에 숯을 가득 실어 놓고 땀을 닦고 계셨어요.
“좀 더 쉬다 가요. 햇빛이 뜨겁네요.”
엄마는 아빠에게 물을 건넨 후에 베꾸와 형 마붕구의 손에 아침으로 준비한 쌀죽을 쥐어 주었어요.
“마붕구, 날이 더우니 잘 안 팔리면 얼른 돌아오려무나.”
“네, 다녀올게요.”
“다녀오겠습니다.”
형은 머리에 천을 이고 시장으로, 베꾸는 학교로 발걸음을 옮겼어요.

 

가는 길에 베꾸가 형에게 물었어요.
“형, 고등학교엔 언제 갈 거야?”
“곧 갈거야. 등록금도 거의 다 모았는 걸. 다녀와. 공부 열심히 하고.”
“응.”
베꾸는 형과 헤어져 학교로 달려갔어요.
“이제 곧 새 학년이 되는데 너희들은 엄마 아빠가 뭐 해주신대?”
교실에 들어서는데 누누의 목소리가 들렸어요.
“나는 아빠가 오토바이에 태워서 낚시하는 데 데려가 주신대.”
“와, 폴은 좋겠다.”
“누누는?”
“나는 아빠가 크레파스 사주신다고 했어. 정말 갖고 싶었거든.”
“크레파스? 그거 아주 비쌀 텐데. 너희 아빠 대단하시다!”
“나는 엄마가 용돈 주신대.”
“우와!”
친구들이 저마다 자랑을 하는 동안 베꾸는 책상 밑으로 보이는 자기 구두만 쳐다보았어요.

 

베꾸는 수업을 마치고 집으로 가다 구둣방 앞에서 멈추었어요.
“와, 멋지다.”
진열대에 놓여 있는 검은 구두가 그날따라 유난히 더 반짝였어요. 한참 구경하던 베꾸가 집에 가려고 돌아섰는데, 저쪽에 아빠가 수레에 짐을 싣고 어느 아주머니와 가고 있는 게 보였어요. 베꾸는 멀찍이서 천천히 따라갔어요. 얼마쯤 가서 아빠는 짐을 내려놓고 아주머니한테 돈을 받으셨어요.

 

베꾸가 집에 돌아왔을 때 엄마는 머리에 이고 있던 나뭇가지들을 바닥에 내려놓고 계셨어요.
“숲에 갔다 오셨어요?”
“응, 땔감이 다 떨어져서. 그런데 어딜 가니?”
“잠깐 나갔다 올게요.”
베꾸는 밑창 떨어진 구두와 유리병에 있던 칠백 세파를 들고 구두수선방으로 향했어요. 가는 길에 구둣방 앞에 이르자 다시 멈춰섰어요.
“오천 세파인데….”
베꾸는 손에 쥔 칠백 세파를 바라보았어요. 그때 옆을 지나가던 한 아저씨의 주머니에서 무언가가 툭 떨어졌어요. 베꾸가 얼른 다가가 주워보니 구겨진 오천 세파짜리 지폐였어요.

 

잠시 후 아저씨가 자신의 주머니를 뒤지며 말했어요.
“내 돈! 내 돈이 어디 갔지?”
베꾸는 깜짝 놀라 눈이 동그래졌어요. 아저씨는 오천 세파를 들고 있는 베꾸를 발견하고는 험상궂은 표정으로 성큼성큼 걸어와 돈을 잡아챘어요.
“이 녀석, 감히 내 돈을 훔쳐? 이런 녀석은 감옥에 가야 해!”
“아, 아니에요! 저는 훔치지 않았어요! 아이쿠!”
아저씨가 베꾸의 목덜미를 잡고 흔들자 베꾸의 손에 있던 구두가 떨어 졌어요. 베꾸는 구두를 주우려고 몸을 굽혔어요. 그때 형의 목소리가 들렸어요.
“잠깐만요!”
언제 왔는지 형이 아저씨에게 땅에 떨어진 돈을 베꾸가 주었다고 설명했어요. 길모퉁이에 앉아 보고 계시던 한 할아버지도 형의 말이 맞다고 거들었어요. 그제야 아저씨는 베꾸를 한 번 쏘아보더니 꽉잡은 목덜미를 놓아주었어요.
“구두가 사고 싶구나?”
형은 떨어진 구두를 베꾸 손에 쥐어주며 말했어요.
“아니야. 수선방에 가던 길이었어.”
“네가 구둣방 앞에 계속 서 있는 걸 봤어. 집에 가자.”

 

집은 여느 때와 같이 연기가 자욱했어요.
“물이 다 떨어졌단다.”
아버지는 물을 길어 오기 위해 수레에 빈 통들을 싣고 계셨어요. 베꾸는 구두를 내려놓고 방에 들어와 주머니에서 칠백 세파를 꺼냈어요.
“어?”
유리병에 돈을 다시 넣으려고 하는데 유리 병 옆에 까만 새 구두가 놓여 있는 게 보였어요. 베꾸는 얼른 구두를 집어 들고 품에 꼭 안아보았어요.

 

“얘들아, 가자!”
베꾸는 아빠가 부르시는 소리에 밖으로 나가 형과 함께 수레에 올라탔어요. 그리고 엄마가 주시는 쌀죽을 하나씩 받아 들었어요.
‘덜컹덜컹, 끼익’ 빈 물통들이 흔들리며 요란한 소리를 냈어요.
“아빠, 구두…, 감사합니다!”
베꾸가 흔들리는 아빠의 등을 보며 말하자 아빠는 뒤돌아보며 미소를 지으셨어요. 베꾸도 웃으며 생각했어요.
‘오토바이보다 느린 수레에 별 맛 없는 쌀죽이지만 행복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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