쟝 아저씨의 이발소
쟝 아저씨의 이발소
  • 김신용
  • 승인 2022.03.19 21: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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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3월 키즈마인드
생각하는 동화

“휴, 기술도 형편없는 내가 이 정도 돈만 받아도 감사하지.”
쟝 아저씨의 이발소는 아프리카의 작은 나라 토고의 수도 로메에 있습니다. 대로변에서 작고 허름한 이발소를 운영하는 쟝 아저씨는 손님이 자꾸 줄어 손님을 끌어오기 위해 커트 값을 150세파만 받기로 했습니다.
“미용실을 언제까지 할 수 있을지….”
쟝 아저씨는 무거운 마음으로 하루를 시작합니다. 오후가 되어 말끔한 옷차림을 한 신사 한 분이 이발소에 오셨습니다.
“안녕하세요?”
의자에 앉아 잠시 졸고 있던 쟝 아저씨는 손님이 인사하는 소리에 일어섰습니다.
“어서 오세요. 어떻게 해드릴까요?”
“머리 좀 다듬어 주세요.”
신사는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습니다. 쟝 아저씨는 오늘의 첫 손님인 신사의 머리를 정성스럽게 깎고 수염도 깔끔하게 정리했습니다.

 

“자, 다 됐습니다.”
“수고하셨어요. 얼마 드리면 되죠?”
“150세파입니다.”
“아, 커트 값이 싸군요. 다른 이발소는 200세파 받던데요.”
“그래야 손님이 더 많이 올 것 같아서 얼마 전에 내렸어요.”
머리를 긁적이는 쟝 아저씨에게 신사가 돈을 건네며 말했습니다.
“솜씨가 아주 좋으신데 좀 더 받아도 되겠어요. 여기 1000세파 있습니다. 잘 깎아 주셔서 수고비 포함해서 드리는 겁니다.”
“네? 너무 많은데 받아도 될지 모르겠어요.”
쟝 아저씨는 난처한 표정을 지었습니다.
“당신이 세계에서 최고로 실력 있는 이발사라고 생각해보세요. 그러면 이 돈보다 더 많이 받아야 하지 않을까요?”
신사의 말에 쟝 아저씨는 손사래를 치며 말했습니다.
“세계 최고 이발사요? 말도 안 돼요. 이렇게 작은 이발소에 기술 도 부족한데 세계 최고라뇨?”
|“제 머리를 최고로 멋지게 다듬어 주셨잖아요. 당신은 세계 최고 이발사예요.”
신사는 환하게 웃으며 쟝 아저씨에게 인사한 후 이발소를 나섰습니다. 쟝 아저씨는 신사가 나간 뒤에 한참 동안 서서 창밖을 보며 생각했습니다.
‘내가 진짜 세계 최고 이발사라면 얼마나 좋겠어….’

 

두 주가 지난 어느 날 1000세파를 내고 간 그 신사가 이발소에 다시 왔습니다.
“어휴, 어서 오십시오. 또 오셨군요.”
“저를 기억하십니까?”
“물론이죠. 커트 값을 1000세파나 주신 손님을 어떻게 잊겠 습니까? 여기 앉으세요.”
신사가 정성을 다해 머리를 깎는 쟝 아저씨에게 말을 걸었습니다.
“저번에 제가 한 말도 기억하세요?”
“아, 네. 제게 세계 최고 이발사라고 하셨죠.”
“기억하시는군요, 하하. 최고의 이발사가 계시는 곳이어서 또 온 겁니다”
“그런데 선생님은 무슨 일을 하세요?”
쟝 아저씨는 신사에게 조심스럽게 물었습니다.
“저는 여기에서 몇 블록 떨어진 곳에 있는 세계 최고 문구점 의 사장입니다.”
“세계 최고 문구점요? 로메에 그런 문구점이 있나요?”
“네. 가게 이름이 세계 최고 문구점이고요, 이름처럼 세계에서 최고로 좋은 문구점이니까 한번 구경하러 오세요.”
“아 네. 선생님은 역시 대단한 분이시군요.”
쟝 아저씨는 신사의 수염을 정리하며 또 물었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그런 좋은 문구점의 사장님이 되셨어요?”

 

“저는 몇 년 전에 로메 시장의 작은 골목에 문구점을 열고 어렵게 운영하며 지내고 있었어요. 시간이 흐르면 나아질 줄 알았는데 일 년, 이 년 해가 지나도 장사가 잘되기는커녕 빚만 늘어서 문구점을 닫아야 할지 고민했죠. 그런데 제가 다니는 교회의 목사님이 한번은 저희 문구점에 오셨어요. 목사님은 ‘와, 세계 최고 문구점에 오다니 영광입니다’ 하시더니 문구점을 둘러보시며 즐거워하셨어요. 그리고 저를 세계 최고 문구점의 사장님이라고 부르셨어요. 저는 목사님이 재미있으라고 농담하시는 줄 알았어요. 그런데 저를 볼 때마다 세계 최고 문구점 사장님이라고 하시는 거예요.”
신사는 이야기를 계속했고 쟝 아저씨는 신사 옆에 앉아서 눈을 동그랗게 뜨고 들었습니다.

“목사님이 하시는 말씀을 무시할 수 없어서 하루는 곰곰이 생각하다가 결정을 내렸어요. ‘내가 볼 때는 형편없는 문구점이지만 하나님의 뜻을 말씀하시는 목사님이 세계 최고 문구점이라고 하시면 목사님의 말씀을 그대로 받아들여 보자. 그래, 우리 문구점은 세계 최고 문구점이야!’라고요. 그리고 제일 먼저 문구점 간판을 ‘세계 최고 문구점’이라고 크게 만들어 바꿔 달았어요. 또 문구점 안팎을 깨끗이 청소하고 물건들도 최대한 멋지게 진열했답니다. 사실 그동안 장사가 잘 되지 않아 물건들을 너저분하게 늘어놓고 정리도 제대로 하지 않았거든요. ”
“와, 그런데 어떻게 됐나요?”

 

“하루는 한 부인이 우리 가게 앞을 지나가다가 문구점 이름이 특이해서 들어왔다며 제게 이름을 이렇게 지은 이유를 물었어요. 그래서 저는 목사님께 들은 대로 세계 최고의 물건을 팔고 있다고 대답했죠. 그랬더니 그 부인이 자기는 학용품을 사서 토고 전 지역에 공급해주는 일을 하는데 우리 가게가 세계 최고 문구 점이라면 앞으로 우리에게서 물건을 사고 싶다고 했어요. 그리고 바로 5백만 세파(한국돈 천만 원)어치의 학용품을 사갔답니다. 그 후 신기하게 여러 곳에서 주문이 이어졌어요. 그래서 직원도 더 뽑고 전과는 비교할 수 없이 큰 규모의 일을 하며 바쁘게 지내고 있어요.”
“정말 놀랍군요.”
“이야기가 길어졌네요. 오늘은 이만하고 다음에 우리 문구점 이야기를 또 해드릴게요. 머리 깔끔하게 다듬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세계 최고 이발사님!”
신사는 쟝 아저씨에게 돈을 건넨 후 바삐 이발소를 나섰습니다.
‘세계 최고 이발사…. 나도 한번 해볼까?’
“저, 간판 좀 주문하려고 하는데요. 세계 최고 이발소라고 크고 예쁘게 만들고 싶어요.”
쟝 아저씨는 간판집에 전화한 후 오후 내내 이발소를 청소했습니다. 그리고 구석에 던져두었던 미용기술책의 먼지를 털어 오랜만에 펼쳐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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