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사 헨리와 포트홀
정원사 헨리와 포트홀
  • 김신용
  • 승인 2022.07.07 08: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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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5월 키즈마인드
생각하는 동화

정원사 헨리 아저씨는 아프리카 잠비아의 한 도시에 삽니다. 나무들이 하늘을 향해 쭉쭉 뻗어 있고, 공기도 맑고 살기 좋은 도시입니다. 그런데 도시의 동네 곳곳에 포트홀이 많습니다. 포트홀은 아스팔트 도로의 표면이 움푹 꺼져 생긴 구멍입니다. 도로를 포장한 상태가 좋지 않고 수리도 잘 안 돼서 포트홀이 계속 늘어나는데, 포트홀 때문에 자동차가 고장나기도 하고 사고도 자주 일어납니다.

 

이 도시에서 오랫동안 정원사로 일한 헨리 아저씨는 주로 이웃들의 부탁을 받고 정원의 잔디를 깎거나 나뭇가지를 쳐서 가지런히 정리해주는 일을 합니다. 이웃들이 일을 부탁할 때만 하다 보니 일거리가 없을 때는 한가한 시간을 보냅니다.
그날도 헨리 아저씨는 ‘어디 일할 곳이 없을까?’ 생각하며 동네를 거닐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저쪽에서 헨리 아저씨의 아들이 길에 앉아 울고 있는 게 보였습니다. 학교가 끝나고 친구들과 뛰어놀다가 포트홀에 발을 헛디뎌 넘어진 것이었습니다. 헨리 아저씨는 우는 아들을 달래 집으로 데려가 무릎의 피를 닦아주고 치료해주었습니다.

 

저녁 무렵 헨리 아저씨는 아들이 넘어진 포트홀에 다시 갔습니다. 포트홀을 쳐다보며 잠시 생각하던 헨리 아저씨는 주위에 있는 작은 돌멩이를 주워 모아 포트홀에 넣기 시작했습니다. 얼마 후 작은 포트홀은 돌멩이들로 메워져 평평해졌습니다.
‘이젠 이 포트홀에서 넘어지지 않겠지.’
헨리 아저씨는 흐뭇해하며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동네 여기저기에 포트홀이 있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아이들이 다치지 않게 동네 포트홀을 메워야겠는걸.’
그날부터 헨리 아저씨는 일이 없을 때는 동네를 돌아다니며 작은 돌멩이들을 주워 자루에 담았습니다.

 

하루는 이웃에 사는 데니스 아저씨가 헨리 아저씨에게 물었습니다.
“자네, 요즘 왜 돌멩이를 주워 모으나?”
“아, 그걸 봤구먼. 동네에 생긴 포트홀을 돌멩이들로 메워보려 한다네. 포트홀에서 넘어져서 다치는 아이들이 있고, 큰 사고도 날 수 있으니까.”
“그런 일은 시청에서 맡은 사람들이 해야지, 왜 자네가 하나?”
“시청에서 길을 수리하겠지만 오래 기다려야 하지 않나. 그때까지 저대로 놔두면 다치는 아이들이 생길 것 같아 내가 임시로라도 손봐 놓으려는 걸세. 자네도 같이 하겠나?”
“됐네, 됐어. 나는 내 일만 해도 바쁜 사람이야. 귀찮고 힘든데 그런 일을 뭐하러 해? 자네나 열심히 하게.”
데니스 아저씨는 헨리 아저씨가 넌지시 묻는 말에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습니다.

 

헨리 아저씨는 집 주위의 작은 포트홀부터 메워가기 시작했습니다. 일을 끝낸 후 집으로 돌아가면서도 메우고, 일이 없는 날에는 종일 메우기도 했습니다. 어느덧 동네의 많은 포트홀들이 메워졌고, 사람들은 도로가 달라진 것을 느꼈습니다.
“요즘 우리 동네 도로가 좋아졌어요. 누가 했는지 포트홀이 메워져 있더라 고요.”
“맞아요. 우리 집 앞 포트홀도 메워져 있어요.”
“아직 모르세요? 정원사 헨리 씨가 한 거예요.”
“그래요? 헨리 씨가 혼자서요? 정말 고맙네요. 우리 집 정원을 다듬어야 하는데, 그분께 맡겨야겠어요.”
“저도 헨리 씨한테 잔디 깎는 걸 부탁하려고요.”
헨리 아저씨가 한 일이 온 동네에 알려지면서 아저씨에게 일을 맡기는 사람들이 많아졌습니다. 일거리를 찾아다니지 않아도 매일 바쁘게 일해야 할 정도가 되었지만 그때도 헨리 아저씨는 포트홀을 손보는 일을 멈추지 않았습니다.

 

어느 날 동네에 사는 한 대학교 총장님이 차를 타고 가다 헨리 아저씨가 포트홀을 메우고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총장님은 길 한쪽에 차를 세우더니 차에서 내려 헨리 아저씨에게 다가갔습니다.

“안녕하세요? 여쭤보고 싶은 게 있습니다.”
“아, 네. 무슨 일이신데요?”
“여기 도로의 포트홀들을 당신이 메웠습니까?”
“네, 제가 했습니다.”
“보아하니 당신은 시청에서 일하는 분은 아닌 것 같은데, 왜 이런 일을 하십니까?”
“하하, 네. 시청 직원은 아니고요. 그냥 동네 사람들이 편안하게 다녔으면 해서 틈틈이 하고 있습니다.”
“실례지만 어떤 일을 하십니까?”
“저는 정원사입니다.”
“아, 그러세요? 이 동네에 사는 주민으로서 당신께 감사의 인사를 드리고 싶습니다. 덕분에 운전하는 게 훨씬 편해졌거든요.”
총장님은 몸을 굽혀 인사한 뒤 재킷 안주머니에서 명함을 꺼내 헨리 아저씨에게 주며 말했습니다.
“저는 대학교 총장입니다. 마침 우리 학교에서 정원사를 뽑고 있어서 이야기를 나누고 싶습니다.”
총장님은 헨리 아저씨에게 몇 가지를 더 물은 뒤 연락처를 받아 갔습니다.

 

며칠 후 헨리 아저씨는 총장님의 연락을 받고 대학교 총장실을 찾아갔습니다.
“어서 오십시오. 다시 뵈어 반갑습니다.”
“저도 반갑습니다. 총장님 덕분에 대학교에 와보네요, 하하.”
“앞으로 자주 오십시오.”
총장님은 헨리 아저씨에게 따뜻한 차 한 잔을 권하며 물었습니다.
“지난번에 말씀드린 것은 생각해 보셨습니까? 우리 학교에서 정원사로 일하시는 거요.”
“그럴 수만 있다면 저야 감사하지요.”
“아, 그래요? 그럼 좋습니다. 우리 학교의 정식 직원으로 채용하겠습니다.”

헨리 아저씨는 총장님과 대화를 나누다 몇 가지 서류에 기록하고 총장실을 나섰습니다. 헨리 아저씨는 얼마 후부터 대학교로 출근했습니다. 그런데 이게 웬일입니까? 대학교 교정 안에도 포트홀이 많이 있는 겁니다. 헨리 아저씨는 대학교에서 어떤 일을 시작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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