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 “제 아들을 전도자로 키워주세요!”
[라이프] “제 아들을 전도자로 키워주세요!”
  • 글 | 심재윤(짐바브웨 기쁜소식하라레교회 선교사)
  • 승인 2023.05.16 09: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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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5월호 기쁜소식
포토 에세이

2년 전 코로나로 인해 현장 예배가 금지되고 외출마저 제한되는 등 금지조치가 내려졌던 때의 일이다. 그동안 짐바브웨 교회는 변변한 예배 장소가 없어 협소한 거실과 테라스에서 예배를 드렸다. 이 기간에 우리는 뒷마당에 예배당을 짓기로 했다. 지붕과 칸막이를 하고 바닥을 정돈하는 정도의 공간을 만드는, 그야말로 조촐한 장소였지만 당시로서 우리에게는 벅찬 공사였다.
하루는 청년 형제 ‘비기’가 아버지가 조적과 미장 기술자라서 공사에 도움이 될 거라고 했다. 며칠 뒤 비기의 아버지는 일꾼 서너 명을 데리고 와서 예배당 공사를 하기 시작했다. 
하루는 지붕 자재를 사기 위해 시내를 돌아다니다가 비용이 부족해서 그냥 돌아와야 했다. 허탈한 마음으로 돌아오는데 도착하자마자 한 형제가 고함을 치며 내게 달려왔다.
“선교사님, 큰일났어요! 크리스토퍼가 쓰러졌어요!”
정말 아찔했다. 연속되는 어려운 상황에 그만 다리에 힘이 풀렸다. 주변 사람들은 귀신이 크리스토퍼를 죽일 거라고 염려했지만, 그는 간질 증세로 경련이 일어났고 잠시 의식을 잃은 거였다. 매트리스를 가져와 누인 후 안정을 취하게 했다. 크리스토퍼와 그의 동생 러브 모아는 부모님이 이혼한 뒤 버려져, 수년을 술을 마시고 심지어 마약을 하며 소망 없이 살아왔다. 비기의 아버지가 그들이 사는 모습이 안타까워서 용돈벌이라도 하도록 공사장에 데리고 온 것이다.
‘어려운 시기에 괜한 일을 시작했나?’ 싶기도 했지만 예배 장소는 복음을 위해 꼭 필요했다. 나는 다시 생각했다. 
‘오늘은 작업을 못 하지만 복음은 전할 수 있잖아!’
깨어나 힘없이 늘어져 있는 크리스토퍼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서툰 영어로 떠듬거리며 죄 사함의 복음과 우리를 향한 하나님의 사랑을 말했다. 놀랍게도, 말씀을 받아들인 크리스토퍼는 구원받고 너무 평안해했다. 교제 후 기도를 마치자 비기의 아버지인 냐주바 씨가 내게 다가왔다. 주변을 보니 할일이 없는 일꾼들 모두 내 이야기를 듣고 있었던 것이다.
“선교사님! 우리는 처음에 돈 때문에 여기에 왔습니다. 그런데 이제 여기는 우리 예배당입니다. 공사를 마친 뒤에도 이 교회에 나오겠습니다!”
가장 암울했던 그날, 우리는 하나님의 빛을 보았다. 그 후 냐주바 씨는 구원받고 아내와 딸, 그리고 함께 일하는 일꾼들을 교회로 인도했다.
비기가 선교학교에 들어오려고 할 때 가장 큰 걸림이 된 것은 늘 고생스럽게 일하는 아버지였다. 경제가 어려운 짐바브웨에서는 무슨 일을 해서 얼마라도 돈을 벌어야 했기 때문이다. 
냐주바 형제가 말했다.
“선교사님, 우리는 가난해서 다른 건 할 수 없지만 토마토와 야채는 조금씩 보낼 수 있습니다. 아들 비기를 복음 전도자로 잘 이끌어 주세요! 이제 당신 아들입니다.”
지난 4월, 냐주바 형제가 병든 몸으로 고향으로 내려간 지 사흘 만에 그의 부고가 전해졌다. 식도암 진단을 받은 지 불과 두 달여 만에 그가 주님 품으로 갔다. 
우리는 늦은 밤에 출발해 비포장도로를 세 시간을 달리고, 강이 말라서 드러난 모래땅을 건너 여섯 시간 만에 냐주바 형제의 고향 마을에 도착했다. 마을 주민들은 그들의 전통 방식으로 장례를 준비했다. 우리는 장례 예배 중에 계속 복음을 전했고, 비기는 하나님께서 어떻게 자기와 아버지 그리고 가족들을 구원하셨는지 간증했다. 냐주바 형제는 그의 어두웠던 과거만을 아는 이웃들에게 이 복음을 그토록 전해주고 싶었던 모양이다. 냐주바 형제의 장례식을 통해 짐바브웨 오지 마을에 복음이 전해졌다. 
하나님의 품 안에서 쉬고 있을 형제 냐주바를 생각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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