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속이는 저울은 여호와께서 미워하셔도
[오피니언] 속이는 저울은 여호와께서 미워하셔도
  • 글 | 윤준선(기쁜소식한밭교회)
  • 승인 2023.11.23 08: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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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1월호 기쁜소식
자연에서 발견하는 하나님의 섭리-3

 

과학의 발전은 그동안 인간이 이해하지 못했던 것들의 원리를 드러냈다. 천동설이 틀리고 지동설이 맞다는 사실을 발견한 것은, 우리가 보는 것으로 판단하는 것에 오류가 있음을 가르쳐준다. 성경 속 많은 말씀과 비유가 자연현상을 인용하는데, 현대에 우리가 얻은 과학 지식이 성경을 새롭고 더 깊게 이해할 수 있게 한다. 이번 호에서는 속이는 저울과 말씀의 기준에 대해 생각해본다.

 

‘초연결사회.’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는 그동안 경험해본 적 없는 연결 사회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사물, 사물과 사물이 실시간 연결되고 소통하며 사용자에게 편리를 제공한다. 국가 간의 무역은 이제 없어서는 안 될 생존 전략이다. 한 국가 내에서 생산할 수 있는 물건이 한정되어 있고, 아예 생산이 불가능한 것들도 있다. 우리나라는 원유를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이런 무역이 발생하기 위해서는 우선 전제되어야 할 것이 있다. 공통된 단위의 정의이다.

1kg의 정의
1kg이 정의된 지 130년이 되는 해인 2019년에 1kg이 새롭게 정의되었다. 1889년, 국제도량학계는 백금 90%와 이리듐 10%를 섞어 만든, 높이와 지름이 각각 39mm인 원기둥 형태의 ‘Big K’라고 불리는 ‘국제 킬로그램 원기’를 질량의 기본 단위인 1kg의 국제 기준으로 정하였다. 이 원기는 진공 유리관에 보관되어 파리 근처의 국제도량형국 지하 금고에 보관되어 왔다. 무게는 변하지 않을 것 같았다. 전 세계 과학자들은 연구 목적으로 복사본을 만들었고, Big K는 약 130년 동안 복사본과의 무게 비교를 위해 단 3번만 유리관 밖으로 나왔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과학자들은 Big K의 무게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게 되었다. 복사본들과 약 50마이크로그램의 차이가 있다는 것을 알았다. 소금 알갱이 하나 정도의 무게가 줄어든 게 큰일이냐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의약과 같은 분야에선 투여량을 결정하는 섬세한 작업에서 영향을 받고, 질량에 의해 정의되는 다른 단위들도 같이 영향을 받는다. 근간이 흔들리는 셈이다.
학계는 논의를 통해 해결책을 제시했다. 물체가 아닌, 변하지 않는 물리 상수를 이용해 변하지 않는 질량을 정의하는 것이다. 물리학자 막스 플랑크에 의해 정의된 ‘플랑크 상수’는 양자역학에서 사용되는 기본 상수 중 하나이다. 우주의 물리 현상을 정의하는 데 이용되는 이 물리 상수는 변하지 않는 것이고, 이에 기초한 질량의 재정의는 변하는 물질로 정의된 기존의 1kg을 대체할 수 있었다. “물체는 항상 변한다. 따라서 우리는 땅 위의 물체에서 하늘에 있는 것들로 옮겨간다.”라고 한 미국 국립표준기술연구소의 스테판 슐라밍거 박사의 말이 인상 깊다. 이제 땅에서 하늘로 눈을 돌려 우주를 구성하는 변하지 않는 물리 상수로 땅의 기준을 재정의한 것이다. 
1m도 마찬가지다. 처음에는 1m를 북극에서 적도까지 거리의 1천만분의 1로 정의했지만, 정확한 거리 측정의 한계로 오차가 있음이 발견되었다. 그래서 빛의 속도가 변하지 않으므로, 1983년에 빛이 진공에서 299,792,458분의 1초 동안 진행하는 거리로 다시 정의되었다. 이제 변하지 않는 우주의 물리 상수가 땅 위의 단위를 새로 정의한다.

비행 착각
간혹 뉴스에서 전투기 추락 사고 소식을 접할 때가 있다. 전투기는 고도의 훈련 과정을 거쳐 선발된 소수의 숙련된 사람들이 조종할 텐데 왜 그런 사고가 발생하는지 의아하고 안타까웠던 적이 있다. 
‘공간적 방향 감각 상실’이라고 하는 비행 착각은 일반 항공 사고 원인의 10%를 차지한다. 사고 비중은 낮아 보여도 결과는 치명적이어서 인적, 물적 손실이 매우 크다. 전투기의 경우 특히 더 그렇다. 전투기는 속도가 매우 빠르고 가속과 감속의 변화가 크며 방향 전환이 급격하게 일어난다. 그러다 보니 조종사가 착각을 일으킨다. 우리는 지상에서 일상 환경에 적절히 반응하며 상황에 대처하도록 적응되어 있어서, 전투기 조종사들이 공중에서 겪는 극한 상황을 경험할 기회가 없다. 
비행 착각은 ‘인간이 가지는 감각 기관의 한계’와 ‘감각 정보를 처리하는 뇌의 오류’로 인해 발생한다. 비행기 조종 과정에서 실제 상황과 다른 착각에 빠지는 것이다. 놀이터에서 회전 놀이기구를 타다가 내려오면 몸은 정지해 있지만 세상이 회전하는 듯한 느낌을 경험하는 것과 같다. 
속도 변화와 운동 방향에 대한 정보는, 귀에 있는 세반고리관을 채운 액체의 움직임을 전기신호로 바꿔 뇌가 처리해서 얻는다. 그런데 감각 기관의 측정 한계를 넘는 세기의 상황에서는, 그 정보의 양이 너무 많거나 아주 적으면 운동의 변화를 신호로 적절하게 바꾸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이런 이유로 방향 감각을 잃어, 실제 위치나 움직임과 다른 착각에 빠진다. 또한 시각적으로도, 깜깜한 밤에 하늘의 별과 바다에 떠 있는 배의 조명을 구분하기 어려운 경우가 생긴다. 다른 감각 기관으로부터 얻은 정보가 있어서 판단하는 데 도움을 주면 좋겠지만, 밤바다 위라는 특수한 환경에선 오롯이 시각 정보에만 의존할 수밖에 없어서 조종사를 혼란에 빠뜨려 바다를 하늘로 착각하게 만든다. 
하지만 전투기의 계기는 다르다. 인간의 감각 한계를 뛰어넘는 정확하고 정교한 여러 센서들을 이용해 전투기의 정확한 위치와 속도, 방향을 가르쳐 준다. 전투기 조종사가 경험하는 극한의 상황을 이해하게 하고,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 잘못된 판단을 하지 않도록 예방한다. 그런데도 사고가 발생한다. 조종사가 자신이 비행 착각에 빠졌는지 알지 못하거나, 계기와 자신의 감각이 다르다는 것을 인지해도 자신의 감각을 더 믿기 때문이다.

속이는 저울을 버리고
소통에는 언어가 필요하고 서로 다른 언어를 사용할 때에는 번역 과정이 필요하다. 이때 언어마다 형성되는 과정과 환경과 문화가 다르고, 필요한 단어가 다르고, 같은 단어라도 의미와 뉘앙스가 조금씩 다를 수 있다. 그래서 상대방을 정확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상대방의 언어를 온전히 이해해야 한다. 내 기준에서 상대를 이해하는 것이 아닌, 상대방의 언어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그래서 번역은 쉽지 않은 작업이다.
“속이는 저울은 여호와께서 미워하셔도”(잠 11:1) 영점이 맞지 않는 저울이 있다. 속이는 저울이다. 그 저울로 어떤 물건의 무게를 재도 무게는 맞지 않는다. 일부러 무게가 더 나가도록 하기 위해 영점을 맞지 않게 조작하기도 한다. 사람의 마음은 어떨까? 사람 사이에 다툼이 일어나는 걸 보면 서로 마음의 기준이 다른 걸 알 수 있다. 
다툼은 사람 사이에서만으로 그치지 않는다. 하나님과 사람 사이에도 다툼이 일어난다. 하나님의 말씀과 우리 생각이 다름을 발견한다. 성경은 “그 생각을 버리고 여호와께로 돌아오라.”(사 55:7)라고 한다. 하나님과의 소통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기준을 바꾸는 것이다. 틀어져 있는 영점을 맞추는 것이다. 내 생각이 아닌 말씀을 기준으로 바꾸려면, 반드시 생각이 버려지는 과정이 필요하다. 기준을 재정의하는 것이다. 우리가 보고 판단해 왔던 것들을 새로운 기준으로 보면 전혀 다른 모양을 갖는다. 왜곡된 시각에서 벗어나 올바른 모습을 보는 새로운 세계가 생긴다. 
단위를 정의할 때 땅 위의 물체가 아닌 하늘의 물리 상수를 이용하듯, 조종사가 자신의 감각을 믿지 않고 계기에 의존해 비행하듯, 우리 마음 안에 있는 속이는 저울을 버리고 하나님의 말씀으로 영점을 맞출 때 하나님이 만드신 새로운 세계가 삶 속에 나타날 것이다.

 


윤준선 이학박사로, 카이스트와 동 대학원에서 식물학을 전공하며 식물의 면역과 발달을 연구하였다. 현재 ㈜팜한농에서 인류의 먹거리 생산을 위해 작물 재배에 유용한 유전자와 작물보호제를 연구, 개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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