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과 바람과 자신을 이기는 '카누선수'
물과 바람과 자신을 이기는 '카누선수'
  • 키즈마인드
  • 승인 2013.07.09 2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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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원래 운동을 좋아했나요?
어릴 때부터 활동적인 걸 좋아했어요. 친구들과 축구를 하거나 시냇물에서 물고기를 잡고 놀았어요. 중학교 때는 공부는 뒷전이고 매일 친구들을 모아 축구를 해서 선생님께 교실에서 쫓겨날 뻔한 적도 있어요. 결국 담임선생님이 운동부가 있는 고등학교에 진학하도록 해 주셨어요.
 
Q. 선수 활동을 늦게 시작한 거죠?
보통 다른 종목은 초등학생 때부터 시작해서 체계적으로 훈련을 받아요. 그런데 저는 늦게 시작한 거라 원하는 축구를 하지 못하고 선생님들의 지도를 받아 카누를 시작했어요. 당시 우리나라에 카누가 들어온 지 얼마 안 되어 생소했지만, 그래서 더욱 코치님이 시키는 대로 열심히 했던 것 같아요. 
고등학교 1학년 때, 훈련받은 지 얼마 안 됐을 땐데 전국대회에 나갔어요. 출발선에 배를 댔는데 그날따라 바람이 많이 불고 물이 출렁여서 배를 출발선에 대지 못했어요. 경기를 시작해야 하는데 중심을 못 잡고 있으니까 경기운영관이 “전국대회에 나온 사람이 배도 못 댑니까?” 하더라고요. 15년이 지난 지금 생각해도 우습네요.
 
Q. 운동선수가 되려면?
대부분 운동부가 있는 초등학교로 진학해서 훈련을 받다가 실업팀이나 프로팀에 들어가 본격적인 선수생활을 시작하는데, 요즘은 대학의 체육관련 학과를 전공한 뒤 팀에 들어가는 경우가 많아요.
 
Q. 카누는 어떤 운동인가요?
카누나 카약이라는 작은 배를 타고 노를 이용해 물 위를 달리는 경기예요. 카누는 북아메리카 인디언들이 큰 통나무를 파내어 타고 다니는 것에서 유래되었어요. 올림픽 정식 종목이 된 것은 1936년에 열린 베를린올림픽대회 때부터고요. 작은 배를 타고 물 위에서 속도를 내고 급류를 타는데 특히 여러 명이 호흡을 맞춰 패들링(노젓기)을 하면 더욱 박진감이 넘치지요.
 
 
 
Q. 훈련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카누 경기는 상대 선수와 부딪혀 싸우는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과의 싸움이에요. 연습할 때부터 자기 기량에 맞춰서 자신만의 작전을 세워요. 예를 들면 어느 지점에서 얼마나 속도를 내야 할지 미리 계획하는 것이지요. 그리고 경기에 들어가서는 옆 레인 선수가 앞서 가더라도 신경 쓰지 말고 자신이 연습했던 대로 진행해야 해요. 그렇지 않으면 심리적으로 부담을 느껴서 쫓아가다가 제풀에 지쳐 쓰러질 수 있거든요. 어느 운동이나 그렇겠지만 카누는 체력이나 기술적인 면도 중요하지만 강한 마인드 훈련이 가장 중요해요.
 
Q. 어려움은 없었나요?
고등학교 때부터 유망주로 여러 대회에 나가 입상을 했어요. 20살 때부터는 국가대표로 뽑혀 국제대회에 나갔기 때문에 정말 뿌듯했어요. 그러다가 22살 때 갑자기 몸에 이상이 온 거예요. 계단만 올라가도 금방 숨이 차고 힘들어서 더 이상 운동을 할 수 없었어요. 병원에 가도 원인을 알 수 없으니 고치지도 못하고 결국 대표팀을 그만두고 태릉 선수촌을 나와야 했어요. 그때 정말 서럽고 비참했어요. 그렇게 운동을 그만두고 있을 때 국제청소년연합(IYF)이라는 단체를 만나 해외봉사활동을 갔어요. 카자흐스탄에서 일 년 동안 바쁘게 지냈는데 저도 모르게 아픈 것이 다 없어졌더라고요. 다행히 한국으로 돌아와 운동을 다시 시작했는데 그 뒤로는 아무 증세가 없었어요. 아마도 성적에 대한 스트레스로 인해 나타났던 증상이 마음이 달라지면서 없어진 것 같아요.
 
Q. 앞으로의 꿈은 무엇인가요?
얼마 전 한 학생을 훈련한 적이 있어요. 실력이 좋은데도 스스로 못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더라고요. 물론 시합 때 꼴찌를 하긴 했지만 제가 볼 때는 국가대표감이 확실했어요. 그래서 제가 “너는 안 된다고 생각하니까 안 되는 거야. 내가 볼 때 너는 이런 부분만 고치면 훨씬 좋아질 거야.” 계속 그렇게 마음을 바꿀 수 있게 얘기해 주었더니 나중에는 연습에 집중하더라고요. 결국 그 학생은 국가대표팀에 들어갔어요. 운동선수들은 늘 똑같은 훈련을 반복하기 때문에 지치기도 하고 한계를 만나기도 해요. 그럴 때 마음이 바뀌면 오히려 발전할 수 있는데, 마음의 세계를 잘 모르니까 그게 안 되는 거예요. 그래서 저는 후배들의 마음을 살펴서 강한 마인드로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길 수 있도록 이끌어주는 지도자가 되고 싶어요.
 
 
 
Q. 운동선수를 꿈꾸는 독자들에게
여러분 나이 때에는 운동을 하더라도 한 가지에 빠지지 말고 여러 가지 종목을 접해야 해요. 그래서 여러분에게 맞고 재미있는 종목을 찾는 것이 좋아요. 운동은 절대 ‘거짓말’을 하지 않아요. 연습할 때 마음을 쏟고 노력한 만큼 시합에서 결과로 나오지요. 그러니 꾸준히 연습하는 것이 중요해요. 연습하다가 지치더라도 중도에 포기하지 말고 계속 도전하세요. 천재적인 재능을 가진 선수라도 꾸준히 끝까지 노력하는 선수를 이길 수는 없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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