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 엄마, GBS 직원으로 잘하는 게 없지만…
아내, 엄마, GBS 직원으로 잘하는 게 없지만…
  • 에스더 주이
  • 승인 2013.08.16 11: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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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냐 GBS방송국 이야기

 

일찍 일어나 아이의 도시락을 챙기고 남편과 함께 출근 준비를 한다. 여유가 있는 날에는 부엌에서 음식을 준비하는 동안 성경을 읽지만, 요즘은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내가 일하는 곳은 GBS방송국, 하는 일은 사진을 찍고 광고를 만드는 일이다. 우리 팀의 팀장님이 나에게 이야기하는 것처럼 나는 공부를 많이 해야 한다.
방송국에 출근하면 다른 일들에 대해서는 거의 생각하지 않는다. 내가 GBS에서 일하면서 가장 기쁨이 되는 부분이 이것이다. 때때로 어려움과 문제가 있어도 방송국에 들어서면 그 모든 것이 사라진다.
내가 태어나기도 전, 박옥수 목사님은 배가 고파서 기도하다 보면, ‘선교사를 보내게 해달라, 책을 펴내서 복음을 전하게 해달라, 방송국을 세우게 해달라’고 기도하셨다고 한다. 그것은 하나님이 하게 하신 기도였다는 목사님의 간증을 들은 적이 있다. 하나님은 그 기도대로 내가 사는 나이로비에 GBS를 세우셨다. 하나님으로 말미암아 복음을 전하기 위해 세워진 방송국, 그것이 내가 GBS에서 일하는 이유다.

 
구원받기 전 내가 다녔던 교회는, 예수님을 믿는다는 것 외에는 모슬렘과 비슷한 삶을 살도록 가르쳤다. 평생을 얼굴만 빼고 터번으로 가리고 다녀야 했다. 그렇게 하고 다녀야 의롭게 사는 것이며, 의인이 될 수 있다고 했다. 21년을 그처럼 살다가 들은 복음은 큰 충격이었다. 예수님이 우리 죄를 다 씻으셔서 이젠 법을 지키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생각되었다. 하지만 히브리서 10장 10절 말씀이 내 마음에 들어와 예수님이 우리 죄를 다 사하셨다는 사실을 마침내 믿게 되었다. 구원받고도 나는 한동안 터번을 벗지 못했다. 마치 속옷을 입지 않고 밖에 나가는 것같이 느껴져 터번을 벗는 것이 너무 어려웠다. 그런데 시간이 흐르면서 그 굴레에서 자연스럽게 벗어날 수 있었다.
구원받고 얼마 후, GBS방송국이 생긴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나는 방송 일을 배워본 적이 없지만 목사님은 얼마든지 할 수 있다고 하셨다. 그 말이 새롭기도 하고, 이상하기도 하고, 갈등도 있었지만 GBS에 들어가서 공부하기로 결정했다. GBS에 입사한 후 정말 많은 것을 배웠다. 한국에 가서 공부할 수 있는 기회도 얻었다. 내가 생각하지 못했던 아주 큰 은혜였다. 기쁜소식선교회에 다닌다고 나를 심하게 핍박하던, 전에 다녔던 교회의 목사인 아버지도 내가 아버지의 도움 없이 한국에 가는 것을 보고 놀라시며, 하나님이 나와 함께하신다면서 마음을 여셨다.
2년 전에는 하나님이 방송국에서 같이 일하던 형제와 나를 맺어주셔서 교회의 축복 속에서 행복한 결혼을 했다. 아버지도 기뻐하시며 마음을 다해 도와주셨다. 하나님은 우리 부부에게, 지금은 돌이 조금 지난 아들 나트나엘을 선물로 주셨다.
 
살면서 늘 좋은 일만 있는 것은 아니다. 집안에 어려운 일이 생기면 ‘내가 복음의 일을 하는데 왜 하나님이 이런 어려움을 내게 허락하실까?’ 하고 울기도 한다. 그리고 GBS는 복음을 전하기 위한 방송국이라 직원들이 많은 돈을 받지 않기에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을 때도 있다. 얼마 전에는 아들이 천식으로 호흡이 가빠져서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해 병원에 가야 했는데, 병원비가 없어서 화가 났다. 평소에는 믿음이 있는 것 같았지만 그런 형편이 닥치자 믿음은 찾아볼 수 없고 하나님을 향해 원망을 쏟아냈다.
남편이 우리로서는 할 수 없지만 하나님께서 일하실 거라고 내 마음을 이끌어주었다. 그리고 방송국에서 갖는 모임 시간 중에 하나님은 나에게 이사야 43장 4~5절의 하나님이 나와 함께하신다는 말씀을 주셨다. 하나님이 나와 함께 계신다면 나는 모든 것을 가진 사람이다. 말씀이 마음에 임하자 근심과 고통이 다 밀려나고 큰 기쁨이 찾아왔다. ‘이렇게 기뻤던 적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기뻤다. 형편은 바뀌지 않았지만 마음이 바뀌었고, 바뀐 마음대로 하나님이 역사하실 것이다.
GBS에서 일하시는 것은 여간 행복한 삶이 아니다. GBS는 하나님이 살아 역사하시는 방송국이요, 케냐의 수많은 사람들에게 복음을 전하는 방송국이기 때문이다. 나는 아내로서, 엄마로서, 그리고 GBS 직원으로서 모든 부분에 잘하는 게 없지만 하나님의 은혜로 그 모든 일들을 해내고 있다. 세상 에디에서도 지금 내가 누리는 행복과 평안을 얻을 수 없을 것이다. 오늘도 나는 GBS에 출근해서 다른 일들은 다 잊고 하나님이 나에게 맡기신 일들에 마음을 쏟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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