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능력의 말씀으로 만물을 붙드시며
그의 능력의 말씀으로 만물을 붙드시며
  • 모대곤 선교사(부룬디)
  • 승인 2013.08.16 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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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길의 빛

 
“지금 혼자서 이곳까지 왔어요?”
한국에서 단기선교사들이 오고 얼마 지나지 않은 지난 2월 초, 갑자기 어지럽고 오른쪽 귀가 들리지 않으면서 몸에 이상을 느꼈다. 처음에는 ‘말라리아 증상이겠지’ 하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는데, 약을 먹고 말라리아균이 사라지고도 증상이 오래 가고 좀처럼 차도가 보이지 않았다.
3월 중순경에 박옥수 목사님께 연락드리자 목사님께서 케냐에서 검사를 받아보라고 하셔서, 케냐에 가서 MRI를 찍었다(부룬디에서는 MRI는 물론 기초적인 의료 장비가 없어서 진료가 불가능하다). 의사 선생님이 내 뇌 중심에 혈액 덩어리가 있어서 굉장히 위험하다며 한국으로 가서 수술을 받는 게 좋겠다고 했다.
교회의 인도를 받아 3월 26일 한국으로 들어왔다. 박 목사님을 만나 뵙고, 다음날 오전 원자력병원 폐암센터장이신 박종호 형제님의 추천으로 아산병원에 갔다. 나처럼 희귀한 병을 가진 사람은 수술 스케줄 잡기가 정말 쉽지 않은데, 그날 오후 뇌혈관질환 전문의(專門醫)인 권병덕 교수님을 만날 수 있었다.
교수님은 MRI 사진과 나를 번갈아 보시면서 “지금 혼자서 이곳까지 왔어요?” 하며 당장 입원하라고 하셨다. 수술 치료가 필요하다고 하셨다. 무슨 영문인지 모르고 아내와 함께 수속을 밟아 그날 입원했는데, 지금 돌아보면 내가 하나님의 섭리 안에 있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하나님 내게 왜 이러십니까?!!’
병원에 입원해서 병명을 정확하게 알게 되었다. ‘해면상 혈관종’이었다. 뇌에 숨골(뇌간)이 있는데, 사람의 의식과 호흡과 맥박을 관장하고 뇌에 있는 모든 신경이 모여 몸으로 내려가는 곳이다. 바로 그곳에 선천적으로 혈액 덩어리가 있었다는 것이다. 그게 터져서 얼굴에 마비를 가져오고 왼쪽 몸이 저린 것이었다. 전에 그곳은 의사의 손이 닿을 수 없는 곳이었다고 한다. 지금도 한국에서 그곳에 손을 댈 수 있는 의사는 세 명뿐이라고 들었다. 권 박사님은 “치사율이 40퍼센트 정도 되고, 수술해도 사지 마비가 오거나 장애인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단호하게 이야기하셨다.
우리 부부는 마음이 굉장히 착잡했다. 어느 드라마에서나 나올 법한 일들이 나에게 벌어지고 있었다. 마음에 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냥 병실에 멍하니 앉아 있었다. 흐느끼는 아내를 위로해주고 싶어서 “괜찮아. 하나님이 계시는데 뭐가 걱정이야?” 하면서도, 벌어지고 있는 상황을 이해할 수 없었다. 아내 앞에서만은 내가 울면 안 되겠다 싶어서 눈물은 참았다. 하지만 전화로 광주 부모님 댁에 가 있는 아들 목소리를 들으면서 마음에서 통곡이 나왔다.
‘하나님 내게 왜 이러십니까?!!’
내가 부룬디에서 악하게 지냈기 때문에 하나님이 나를 치시고, 나를 더 이상 쓰기 싫어하신다는 마음이 들어 괴로웠다. 한편으로는 ‘나만 이런가? 왜 나에게만 하나님이 이렇게 일하셔야 했을까?’ 하는 마음이 들어 원망과 불평이 올라왔다. 내게 그렇게 일하시는 하나님이 인정되지 않으니 더욱 고통스러웠다. 이런저런 생각으로 고통스럽고, 죽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염려가 밀려왔다.

“중요한 것은 자네가 하나님의 섭리 안에 있다는 거야.”
입원하고 이틀 후 임민철 목사님이 찾아오셨다. 목사님께 “내가 너무 악해서 하나님께서 나를 치시고 버리셨다”고 말씀드리며 울었다. 목사님은 사탄이 내 마음에 일을 많이 했다며, “우리가 악하게 산 것 때문에 하나님이 벌을 내리신다면, 이 세상에서 온전하게 살 수 있는 사람은 단 한 사람도 없다”고 하셨다.
하나님은 우리에게 일하실 때 우리 마음 말고 당신의 마음을 넣어주기 원하신다. 그런데 내가 병원에 입원해서 가진 마음은 형편과 나를 보면서 갖는 마음이었지, 하나님께로서 온 마음은 아니었다.
임 목사님은 하나님의 종이 받은 말씀을 선포하셨다.
“이르시기를, ‘나의 기름 부은 자를 만지지 말며 나의 선지자를 상하지 말라’ 하셨도다.”(시 105:15)
이 말씀은 전적으로 하나님께서 사탄에게 선포하시는 것이다.
다음날 새벽, 박옥수 목사님께서 병실에 찾아오셨다.
“모대곤 형제, 자네가 살면서 이런 일도 만나고 저린 일도 만나는데, 중요한 것은 자네가 하나님의 섭리 안에 있다는 거야. 이거 아무 문제 안 돼!”
목사님은 하나님의 섭리를 바라보며 말씀만 믿고 따르시는 당신의 신앙 철학을 나에게 보여주셨다. 요셉이 꿈을 얻은 후 애굽에 팔려가서 종살이도 하고, 감옥에도 가고, 여러 가지 과정을 거쳤지만 결국 하나님이 계획하신 대로 애굽의 총리가 되었다. 그가 지나온 길들은 다 총리가 되기 위한 과정이요, 하나님의 섭리였다. 목사님이 오셔서 내게 들려주신 짧고도 굵은 말씀이 내 마음에 정확하게 선을 그어주고, 평안을 가져다주었다.

 
나도 죽음 앞에 섰을 때 두려움이 없었다
4월 1일, 수술 받던 날. 두 번째로 수술을 받으면 의사 선생님의 집중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오전에 수술을 받는 게 좋다고들 했는데, 공교롭게도 내 수술은 그날 두 번째 수술이었다. 하지만 의사의 손도 하나님이 주관하시기에 내 마음은 주님이 주시는 평안으로 가득 찼다.
수술실로 들어가기 전, 대기실에서 침대에 누워 기다리면서 문득 죽음을 생각했다. 전신이 마취되어 수술을 받은 후 깨어나지 않으면 그것이 나의 죽음이기에 죽음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박 목사님은 장이 꼬여서 죽음 앞에 섰던 때의 이야기를 종종 하시는데, 나도 그날 죽음 앞에 섰을 때 내 마음에 두려움이 하나도 없었다. 미안하지만, 가족에 대한 생각보다도 ‘내가 구원받았구나! 내가 의인이구나! 내가 예수님의 손을 잡고 요단강을 건너 그 나라에 가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 마음은 아주 깊고 평안했으며, 시편 105편 15절 말씀이 떠올라 내 마음을 잡아주었다.

하나님은 내 안에 살아 계셨다
8시간 반 정도의 수술을 마치고 깨어났다. 임민철 목사님이 오셔서 수술실에서 중환자실로 옮겨지는 나를 붙들고 안수기도를 해주셨다. 살아 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한데, 의사 선생님이 두 다리를 들어올리고 두 팔을 들어올리라고 했을 때 번쩍 들어올렸던 것이 생각났다. 말씀이 실상임을 맛보는 순간이었다.
중환자실에 3일 있다가 일반 병동으로 옮겨지고, 바로 재활치료에 들어갔다. 수술 후 2주 동안은 몸을 잘 움직이지 못하고 걸을 수 없어서 어려웠다. 전에는 잘 몰랐지만, 어려울 때 같이 있어주는 아내가 무척 고맙고, 그 아내를 내게 돕는 배필로 주신 교회와 하나님이 정말 감사했다. 가끔 생각에 잡힐 때마다 주위에 계시는 서울 지역 사역자님들이 찾아와 교제해 주셔서 말씀이 내게 큰 힘이 되었다.
내가 한 달 동안 지냈던 아산병원 신경외과 병동에는 정말 많은 환자들이 있었다. 나보다 상태가 더 중한 환자도 있었고, 괜찮아 보여 금방 퇴원하는 환자도 있었다. 그런데 모두가 마음에 근심이 있었다. 나보다 상태가 좋았던 환자가 갑자기 죽었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환자 가족들의 마음에도 근심이 쌓이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들과 반대로 우리 부부는 감사한 마음에 젖어 지냈다. 사람들이 재활 병동에서 내가 가장 밝다고 했다. 재활치료도 은혜로 정말 잘 마칠 수 있었다.
병원에서 지내는 동안에도 하나님은 내 기도를 들어주셨다. 불면증이 찾아왔을 때 기도하자 들으시고 그날 밤부터 단잠을 주셨다. 복음을 전할 사람을 달라고 기도했을 때 두 사람에게 말씀을 전할 수 있게 해주셨다. 지금도 그분들과 병원에서 만나 복음을 전하고 있다.
하나님은 내 안에 살아 계셨다. 반면에 내 육신의 생각은 정말 추했다. 병원에 있는 동안에, 그리고 기쁜소식강남교회에 머물며 재활치료를 받는 동안에도 내 마음의 생각은 정말 추한 것을 보았다. 죽을 수도 있는 수술을 받고도 나는 잘 먹고, 잘 살고 싶었다. 인정받고 싶었다. 끊임없이 악한 생각도 올라왔다. 이런 나를 십자가에 못 박으시고 온전케 하신 주님께 찬양을 드린다.

 
그때 죽었어도 할 말이 없는데…
재활치료 후 강남교회에 와서 보니 성경공부가 한창 진행되고 있었다. 나는 성경공부에 쓰임받지 못하는 것 같아 마음이 어렵고, 또 아프다는 핑계로 뒤로 피하고 싶은 마음도 많았다. 그런데 주위 사역자들과 교제를 나눈 후, 나를 온전케 하신 하나님을 믿는 믿음으로 앞으로 나아갈 마음을 하나님께서 주셨다. 그렇게 교제도 나누고, 복음을 전하는 동안 교회의 형제 자매님들이 나의 스승이 되어갔다. 그분들의 간증을 들으면서 복음을 향한 마음이 너무 귀해 보였다. 부끄럽기도 하지만, 이런 나를 교회 안에 두신 주님께 감사했다.
히브리서 1장 3절에 이렇게 기록되어 있다. “… 그의 능력의 말씀으로 만물을 붙드시며 죄를 정결케 하는 일을 하시고…” 내 죄를 씻어주시고 나를 붙드시는 하나님이 하신 말씀이다.
4년 전, 케냐 월드캠프 때 이번과 똑같은 증상이 있었다. 두 달 동안 아팠는데, 그때는 ‘말라리아 후유증이겠지’ 하고 무심코 지나갔다. 의사는 그때 혈관종이 한 번 터졌다가 마른 것이라고 했다. 그때 죽었어도 할 말이 없는데, 하나님께서 당신의 종을 통해 하신 말씀처럼 내게 당신의 뜻과 섭리를 두고 나를 붙드셨음이 선명하게 보였다.
나의 갈 길을 내가 모르지만, 하나님이 당신의 기쁘신 뜻대로 오늘도 나를 이끄시고, 또 이끄실 것이기에 마음에 감사가 넘친다.
내가 아픈 동안 부룬디에서 아주 잘 지내주고 있는, 한국과 중국과 케냐에서 온 단기선교사들에게 고맙고, 나를 위해 기도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를 드리며, 이 모든 일에 주님께 영광을 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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