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새 이름으로 산다
이젠 새 이름으로 산다
  • 박민희 편집장
  • 승인 2013.11.15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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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교회를 찾아서_기쁜소식제천교회

 

“눈이 부시게 푸르른 날은 그리운 사람을 그리워하자”(서정주의 <푸르른 날> 중에서)
가을이 되면 그리운 것들이 떠오른다. 옛 친구, 고향의 언덕길, 학창시절, 어머니…. 시리도록 푸른 하늘이나 초록을 잃고 노랗고 붉게 물들어가는 산야(山野)가 지나온 삶 속에서 아름다웠던 것들을 추억하게 한다. 하지만 고향도, 옛 친구도 그리운 모습은 남아 있지 않다. 넓고 따뜻했던 어머니의 품도 때론 서글픔을 느낄 만큼 가냘파졌다.
세상에는 영원한 것이 없다. 모든 것이 변하기에 아무것도 붙들어둘 수가 없다. 변하는 것들은 결국 사라지고 만다. 그렇기에 이 세상에는 진정으로 그리운 것이 없다. 그리운 것은 저 하늘, 영원한 나라에 있다. 하나님 안, 예수 그리스도 안에.
기쁜소식제천교회 예배당은 그리운 곳처럼 정감(情感)이 있었다. 마당에 서면 저절로 상념(想念)에 잠기고, 마음이 포근해졌다. 하지만 그곳에서 만난 형제 자매들은 격한 세파를 겪은 아픈 사연들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몸이 느끼는 정감과는 결코 비교할 수 없는 영원한 세계가 그들의 마음에 아름답게 자리하고 있었다.

 


주일 예배
제천 시내에서 차로 5분 가량 떨어진 기쁜소식제천교회. 주일 아침이 되자, 맑은 햇살을 받으며 차들이 하나 둘 예배당 앞 넓은 주차장으로 들어왔다. 모두 60여 명의 형제 자매들이 아담한 예배당에 모여 함께 예배를 드렸다.

 
닫힌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가을 볕이 예배당을 온화하게 감싸고, 예배당 바닥을 환하게 비추어 주었다. 환한 교회가 좋다. 우리 마음이 예수 그리스도의 은혜와 사랑으로 환해졌기에 그와 닮은 모습을 보이는 물질세계도 아름답다.
예배가 시작되어 두 사람이 앞에 나와서 하나님께서 베풀어주신 은혜를 간증하고, 이어서 일곱 명의 자매들이 나와 주님께 찬양을 드렸다.
“광야 같은 세상 주만 의지하며
주의 인도하심 날 강건케 하시며
주의 사랑 안에서 살게 하소서
주만 의지하리 영원토록”
구원받은 성도는 광야 같은 세상에서 그리스도의 밝은 빛을 보며 그 빛을 따라 자유롭게 여행하는 나그네들이다. 그 어디에도 매이지 않고 영원토록 주만 의지하는 사람들이다.
최남현 목사님은 로마서 4장 말씀을 중심으로 설교했다. 먼저 “싸움은 지면, 이긴 자에게 굴복해야 한다”는 이야기로 시작했다. 우리 마음 안에서는 내 생각이 승자인지, 하나님의 말씀이 승자인지….
“회당장 야이로는 아픈 딸을 위해 예수님 앞에 나왔지만 사람들로부터 딸이 죽었다는 소식을 전해 듣습니다. 죽음 앞에서 야이로는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그때 야이로에게 ‘두려워 말고 믿기만 하라’는 예수님의 음성이 들려왔습니다. 예수님은 ‘아이가 죽은 것이 아니라 잔다’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그 말씀대로 아이를 일으키셨습니다. 하나님의 말씀은 우리 눈에 보이는 형편과 다르게 이야기하며, 그 말씀이 참입니다. 우리 모습은 악한데, 하나님은 우리를 거룩하다고 하십니다. 우리가 그 말씀을 믿지 않습니까.”
사람이 아니라 하나님의 말씀이 서 있는 강단이 복되다. 사람의 입이 이야기하지만, 하나님의 말씀 앞에서 그의 자아가 꺾여 그 입을 통하여 하나님의 말씀이 흘러나오는 것이 참으로 놀랍고 감사하다.
“주님이 우리 마음의 문을 두드리십니다. 우리가 그 음성을 듣고 문을 열면 주님과 우리가 함께 먹습니다. 주님은 우리의 두려움, 근심, 절망, 죄악을 먹고, 우리는 주님의 기쁨, 소망, 행복, 사랑, 감사를 먹습니다. 주님이 다 이루어 놓으신 것을 받기만 하면, 누리기만 하면 되기에 신앙은 쉽습니다.”
형제 자매들은 이내 설교 말씀에 잠겼다. 여러 사람이 마음에 부딪쳐 오는 이야기들을 노트에 하나하나 꼼꼼히 적어 내려갔다. 어른은 물론이고 청년들과 학생들까지 예배 시간 내내 자세가 흐트러지지 않고 말씀을 경청했다. 성도들 대부분 그 마음이 말씀에 빨려들어갔다.

 
“하나님은 ‘아브람’을 ‘아브라함’이라고 이름을 바꾸시고, ‘사래’를 ‘사라’라고 이름을 바꾸어 주셨습니다. 얼마 전 사역자 모임에 참석했을 때, 박옥수 목사님은 저를 보고 ‘최남현은 십자가에서 예수님과 함께 죽었어. 그래서 이제는 최남현이 아니고 예수야.’ 하고 말씀하셨습니다. 하나님은 우리 이름도 새롭게 바꾸어 주셨습니다.”
열국의 아비요, 믿음의 조상인 아브라함. 그가 처음부터 믿음의 사람은 아니었다. 하나님이 자신에게 아들을 주신다는 약속을 처음에는 믿지 못했다. 하나님께서 그런 아브라함에게 찾아가셔서 말씀하시고 다시 말씀하셔서, 아들을 얻는 일을 하나님이 친히 이루신다는 사실을 아브라함으로 하여금 믿게 해주셨다. 하나님이 약속하시고, 하나님이 그 일을 이루시며, 하나님이 그 사실을 믿도록 이끌어 주시는 것이다.
기쁜소식제천교회 형제 자매들도 하나님의 말씀에 점점 이끌려, 하나님이 하신 약속은 하나님 안에서 이미 이루어졌음을 믿는 믿음의 세계 안으로 마음의 발걸음을 하나 둘 옮겨가고 있었다.

 

 
 
 

최남현 목사 인터뷰

 
예배당 뒤편에 있는 사택 거실에 앉아 최남현 목사님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근래에 마음에 깊이 남는 이야기를 물었다.
“사역자 모임 때, 박옥수 목사님이 ‘최남현이는 십자가에서 죽었어. 이제는 예수야.’ 하는 이야기를 열 번도 넘게 들었는데, 하나님이 그렇게 말씀하신다는 마음이 들었어요. 그게 제 마음에 판결문처럼 들렸어요. 이젠 최남현이 아닌 예수로 사는 거지요.”
우리가 사고하지 않고 자기 속에 갇혀서 살기 때문에 하나님이 이미 이루어 놓으신 일들을 발견하지 못하고 사는데, 하나님의 종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사고하는 기능이 커져서 믿음을 갖게 된다는 최 목사님. 목사님은 지난날 자신이 잘못 살았던 이야기를 꺼냈다.
“전에는 내가 무얼 하려고 했어요. 예배당도 짓고, 주님의 은혜도 많이 맛보았어요. 그런데 그러는 동안 저도 모르는 사이에 마음이 높아졌어요. 하나님의 마음을 만나면 겸비해지는데, 저는 다른 목회자들을 판단하고 가르치려고 했어요. 주위 목사님들의 권고도 무시했지요. 돌이킬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는데, 하나님께서 아말렉의 좋은 것은 진멸하지 않은 사울의 모습이 제 모습인 것을 보여 주셨어요. 저도 사울처럼 기름부음도 받고, 어느 선까지는 하나님의 뜻을 따랐지만 ‘이것만큼은 안 된다’는 것이 있었어요. 비로소 마음이 돌이켜졌어요. 저는 더 이상 사역할 수 없는 자였지만, 은혜로 이 길을 걷고 있어요.”
구원받고 20여 년 동안 자신이 잘못된 자인 것을 하나님께서 가르치셨다는 최 목사님, 사람을 변화시키는 힘은 하나님의 마음, 사랑이라고 했다.
“지난 여름 서울 시청광장에서 월드캠프 폐막식 행사를 가질 때, 행사 장소로 가는데 비가 억수같이 쏟아졌어요. 행사가 되겠나 의심했는데, 광장에 도착하니까 비가 안 왔어요. 뒤편 의자에 우두커니 앉아서 ‘하나님, 저 진짜 악했네요. 내 판단과 옳음, 이거 틀렸네요. 허상이네요.’ 하며 마음에서 울었어요. 하나님의 마음이 느껴질 때 내 마음에 있는 것들이 다 녹아내리지요. 사랑을 받지 않은 사람은 사랑을 못 해요. 제가 예수님의 사랑, 목사님들의 사랑, 교회의 사랑을 받아 보니 마음이 따뜻해졌어요. 땅이 따뜻하면 눈이 아무리 내려도 녹아서 스며들지요. 전에 저는 사역에 부담스러운 게 많았어요. 하나님의 마음을 모르고 일로만 하려고 해서 마음이 차가웠기 때문이지요.”
하나님의 사랑 안에서 앞으로 형제 자매들과 무엇을 하고 싶은지 물었다.
“올 초 서울에서 성경공부가 시작되었을 때 크게 받지 않았어요. 나중에야 제가 잘못된 것을 발견하고 제천에서는 성경공부 모임을 50곳에서 갖기로 정하고 달려가고 있어요. 하나님이 허락하시면 예배당을 짓고 싶은 마음도 있고요. 그리고 미국에서는 작은 교회에서도 크리스마스 칸타타 공연을 가져서 하나님의 놀라운 역사를 맛보는데, 힘든 일이지만 제천에서도 칸타타 공연도 하고 싶고요. 돌이켜 보면, 올 초에 하나님이 우리 교회에 주신 ‘아브라함이 믿음이 약하여지지 않았다’는 약속대로 하나님께서 우리를 이끌어 주셨어요. 우리가 안 된다고 생각했던, 이삭(웃음)이라는 열매를 주시려는 거지요. 그래서 올해는 하나님이 저를 자주 웃게 하셨는데, 앞으로도 계속 웃을 거예요.”
최 목사님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깜짝 놀랐다. 올해 기자가 걸은 길도 ‘약하여지지 않는 믿음’의 길이었기 때문이다. 하나님의 뜻에 의해 우리 모두 어떤 힘에 이끌려서 그 길을 걸어가고 있는 것이다.

 
기쁜소식제천교회는 평화로웠다. 기분좋은 선선한 바람과 따뜻한 햇살이 육체에 평화를 느끼게 했고, 그리스도의 사랑에 적셔지고 물든 형제 자매들이 마음에 평화를 느끼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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