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마 선교사의 일기-한은석_파라과이(1회)
꼬마 선교사의 일기-한은석_파라과이(1회)
  • 한은석(10세)
  • 승인 2013.11.18 16: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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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음을 가지고 남미를 누벼요
첫 번째 이야기 - 파라과이에서의 생활
아빠(한이용 선교사)가 선교사인 은석이는 우루과이에서 태어나 지내다가 다섯 살 때 볼리비아로 이사해 어린 시절을 보냈고, 2012년부터는 남아메리카 대륙 한가운데에 있는 파라과이에서 살고 있어요. 무더운 날씨와 과라니어에 적응하는 것이 쉽지는 않지만, 어렵게 사는 파라과이 친구들을 보며 선교사의 꿈을 키우고 있는 은석이. 이번 달부터 지구 반대편 남미에서 날아오는 은석이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 주세요.
글|한은석(10세) 파라과이 아순시온
 
 
2013년 10월 10일 파라과이의 하루
어제는 학교에 가지 않았다. 비가 너무 많이 왔기 때문이다. 파라과이는 비가 오기 시작하면 빗방울이 철퍼덕 철퍼덕 무섭게 떨어진다. 비가 온 지 10분쯤 지나서 밖에 나가보면 길에 빗물이 차서 발목까지 올라올 정도다. 작년에도 비가 너무 많이 와서 옆 동네에서는 세 명이 물에 떠내려가 목숨을 잃었다. 그 정도로 무섭게 쏟아지기 때문에 파라과이는 비가 오면 학교에 가지 않는다.
오늘은 비가 오지 않기를 기도했다. 학교에 가려면 아침 6시에 일어나야 하지만 그래도 오늘은 첫 수업이 수학이기 때문에 학교에 가고 싶었다. 진짜로 내 기도가 이루어져 비가 오지 않았다. 나는 수학시간이 정말 좋다. 더하고 빼고 곱하고 나누어서 답이 나오는 것이 좋다. 또 나에게는 수학이 쉬워서 다른 아이들이 푸는 동안 얼른 풀어놓고 쉴 수 있기 때문이다. 
수업을 마치고 마중 온 단기선교사 누나들을 만나 집으로 향했다. 집에 가자마자 다시 가방을 챙겨 한국인 학교로 향했다. 아순시온에 사는 한국 아이들은 한국인 학교에 다닌다. 누나와 나는 아침 7시부터 오후 2시 반까지는 원주민 학교에 다니고 그 다음부터 오후 6시까지는 한국인 학교에 다니고 있다. 나는 한국인 학교가 원주민 학교보다 재미있다. 나랑 비슷하게 생긴 한국인 친구들도 많고 내가 좋아하는 축구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학교를 두 군데나 다니기 때문에 엄청 바쁘다. 그래도 파라과이에서 사는 것이 좋다.
 
 
2013년 10월 14일 과라니어는 어려워
우루과이와 볼리비아에 살 때 스페인어를 쓰다가 잠깐 한국에 가서 지내는 동안 전혀 쓰지 않으니까 잊어버렸다. 다시 파라과이에 왔더니 단어가 잘 생각나지 않아서 학교에 가서 ‘올라(hola, 안녕)’라는 인사밖에 하지 못했다. 그런데 친구들이 먼저 말을 걸어주고 공부도 도와주어서 다시 스페인어를 할 수 있었다. 지금은 하고 싶은 말은 다 할 수 있다.
오늘은 원주민 학교를 마치고 한국어 학교에 가지 않고 대신 과라니어를 공부했다. 과라니어는 파라과이에서만 쓰는 언어이다. 남미에 있는 나라들은 대부분 스페인어를 쓰는데 파라과이는 스페인어와 과라니어를 같이 쓴다.
과라니어는 정말 어렵다. 왜냐하면 콧소리가 나는 모음이 5개나 더 있기 때문이다. 모르는 사람이 들으면 ‘흐어흐아흐우과’ 이렇게 흥얼흥얼 노래하는 소리로 들린다. 아직은 나는 너무 어려워서 공부하다가 쉬고 또 공부하고 쉬는데도 머리가 아프다.
과라니어 공부가 끝나고 친구들과 신나게 축구를 하였다. 축구를 하니까 아팠던 머리가 시원해졌다. 축구는 나에게 콜라와 같다. 왜냐하면 내 머리를 시원하게 해주기 때문이다. 내 장래희망이 아빠와 같은 목사님이 되는 것인데, 축구도 너무 너무 좋아서 일주일은 목사님이 되고 일주일은 축구선수가 되었으면 좋겠다.
 
 
2013년 10월 15일 하나님이 필요한 친구들
“아∼짜증나!”
파라과이 친구들은 나를 보고 자꾸만 ‘치노’(chino, 중국인)라고 놀린다. 한 아이가 나를 놀리기 시작하면 다른 아이들까지 몰려와서 놀린다.
또 가끔씩 선생님이 교실을 나가시면 내 물건을 던지면서 “전쟁이야!” 하고 소리 지른다. 그러다가 물건들이 어디로 갔는지 못 찾을 때도 있다. 오늘도 그래서 화를 내려고 하는데 선생님이 들어오셨다.
수업이 끝나고 단기선교사 형이 나를 데리러 왔다. 매일 학교 마치고 집에 갈 때면 단기선교사 형이나 누나들이 나를 데리러 온다. 집까지 가는 길이 멀지는 않지만 위험하기 때문이다. 여기는 마약이 너무 싸서 사람들이 마약을 많이 하고 어린이들도 마약을 한다. 그래서 낮에도 길거리에 마약을 하고 정신이 안 좋은 사람들이 앉아 있기도 한다. 학교에 가지 않고 길거리에 앉아 있는 아이들도 많다. 그러다가 자기 또래의 아이들이 지나가면 시비를 걸고 돈을 빼앗는다. 나와 나이가 비슷하거나 나보다 어린아이도 본 적이 있다. 그 아이들을 보면 참 불쌍하다. 그 아이들이 하나님을 만나서 마음을 바꾸고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다. 그래서 나는 이 나라에 복음을 전하는 아빠가 정말 자랑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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