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베라의 TV 안테나들
키베라의 TV 안테나들
  • 김노아 (케냐 나이로비 교회)
  • 승인 2013.12.16 2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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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사진 마당

 

지난 8월에 케냐 월드캠프를 마친 후, 아버지(김욱용 선교사)와 어머니는 위마나, 바나바 목사님과 형제님들과 함께 월드캠프를 후원한 회사의 대표들을 일일이 찾아다니셨다. 정성스레 선물과 후원 증명서를 준비해서. 작은 회사든 큰 회사든, 힌두를 믿는 인도 사람이든 기독교를 믿는 케냐 사람이든 아버지는 성경을 펴서 복음을 전하셨다. 위마나 목사님과 바나바 목사님은 함께 전도하러 다니는 것을 무척 즐거워하셨다.
하루는 현지인 목사님들이 아버지에게 키베라(Kibera)에 대해 말씀하셨다. 남아공과 인도에 있는 빈민가와 더불어 세계 3대 빈민가 가운데 하나라고 하는 키베라. 몇 년 전에는 한국인 선교사가 죽임을 당하기도 한 곳이다. 그곳에서 열 명이 월드캠프에 참석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아버지는 바로 키베라로 가셨다. 소망 없이 고개를 푹 숙이고 있는 학생들에게 아버지는 “너희가 학교를 나오지 않아도 리더가 될 수 있다.” 하며 성경공부를 시작하셨다. 월드캠프 기간 중에 50개 대학에 IYF 동아리를 만들고 임원들을 세웠는데, 키베라에서도 IYF 동아리를 만들고 회장, 부회장, 총무를 임명하고 매주 화요일마다 성경공부를 가지기로 했다. 
어느 화요일, 나도 키베라 성경공부에 따라나섰다. 나이로비의 인구가 500만 명인데, 키베라에 사는 사람이 100만 명이라고 한다. 나이로비의 중심가는 무척 발달했지만 키베라의 환경은 열악하기 짝이 없다. 집에 화장실이 없기에 비닐봉지에 볼일을 보고 아무 데나 던진다고 한다(flying toilet). 우리가 방문한 동네도 가는 곳마다 악취가 나고, 사람들 얼굴엔 웃음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나이로비의 하늘은 정말 예쁜데, 하늘을 보다가 고개를 숙여 주위를 둘러보면 사는 게 너무 비참했다. 아이들은 놀 곳이 없고 할 것이 없어서 쓰레기로 오염된 더러운 물 속에서 놀고 있었다.
그런데 유난히 시선을 끄는 지붕 위 안테나들. 집마다 TV 안테나가 세워져 있었다. 동행한 현지인 목사님께서 “이곳 사람들에게는 텔레비전이 생명이야. 먹을 게 없어도, 화장실이 없어도 되지만 텔레비전이 없다는 건 절망이야.” 하고 말씀해 주셨다. TV를 보는 게 유일한 낙인 키베라 사람들. 그들에게 하나님의 사랑이 가득한 복음이 전해지는 것이 감사하다.

 

 
키베라에 사는 ‘스티브’ 아저씨. GBS를 보고 우리 교회에 연락해 처음 성경공부를 가졌다. 일요일마다 GBS에서 생중계되는 우리 교회의 예배를 늘 시청하는 아저씨는 TV에서 아버지를 자주 보아서인지 마치 아버지와 오랫동안 아는 사이 같았다. 나도 1년 넘게 GBS의 토크쇼 <우먼스 뷰>에 출연한 덕에 금방 알아보았다.
아버지가 말씀을 전하실 때 스티브 아저씨(왼쪽에서 세 번째)는 귀 기울여 들었다. 아저씨 왼쪽에 있는 위마나 목사님은 아버지와 함께 전도를 다니면서 영어를 모르는 사람에게 키스와힐리로 통역해 주신다. 그 옆에 있는 바나바 목사님은 아버지가 전하신 말씀을 노트에 정성스럽게 정리하셨다. 스티브 아저씨에게 주기 위해서였다. 스티브 아저씨는 아직 구원받지 못했지만 마음을 열고 말씀을 듣고 있다. 키베라에서 GBS를 보고 생명의 빛을 찾아가는 사람들이 있어서 정말 감사하다.
내가 아프리카에 처음 왔을 때는 많이 힘들었지만 이제는 감사하다. 형편이 아니라 하나님 안에서 쉼을 누리게 주님이 이끌어 주셨기 때문이다. 마음이 흐르는 현지인 목사님들은 아프리카 사람이라는 생각이 안 들고 그냥 나의 삼촌들 같다.
인도에서 선교하는 동안 영어를 열심히 부한 덕에 통역 없이 영어로 전도하시는 아버지. 키스와힐리를 공부하시느라 쉴 틈이 없는 어머니. 어머니는 틈이 날 때마다 키스와힐리 성경을 읽어 두 달 반 만에 구약을 다 읽으셨다. 나는 단기선교를 탄자니아로 다녀왔기 때문에 내가 어머니보다 키스와힐리를 잘해야 하는데, 지금은 부끄러워서 말도 못 꺼낸다. 현지 말을 열심히 하는 부모님을 이곳 사람들은 아주 좋아한다. 나는 부모님이 교회의 마음을 받아 아프리카에서 복음을 위해 사시는 것이 감사하고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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