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이 탄 배
대통령이 탄 배
  • 김성국(기쁜소식서부산교회 목사)
  • 승인 2014.01.27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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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루터기에 앉아

 
해군의 배는 함장(艦長)의 계급에 의해 상급함과 하급함이 결정되는데, 당연히 상급함일수록 배가 크다. 함상(艦上) 경례는 하급함이 상급함에게 하는 예식으로, 하급함에 승선한 장교와 사병들이 줄지어 서서 마주 오는 상급함을 향해 경례하고 상급함은 같은 양식으로 답례한다. 보통 임무교대 때나 함정들이 줄지어 기동하는 해상 사열 때 볼 수 있다.
내가 근무했던 PK170함은 당시 가장 작은 함정이었기에, 우리는 해상 사열 때마다 늘 제일 뒤에 서서 앞선 대형함들이 일으키는 물보라와 파도를 맞으며 고생스럽게 경례만 했지 경례를 받아본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그런데 어느 날 전례 없던 사건이 벌어졌다. 함대 사령관께서 우리 배를 타고 해상 사열을 받은 것이다.
“필승!” 사령관의 첫 발이 우리 갑판에 닿는 순간, 힘찬 경례와 함께 마스트에는 대위의 깃발 대신 별 두 개의 깃발이 올라갔고, 사령관의 PK170 승함 소식은 전 함대에 전보로 날아갔다. 그때부터 함대에서 가장 작은 우리 배는 가장 높은 함정이 되었다. 우리는 사령관의 입에서 떨어지는 명령대로 움직이면서 그동안 한 번도 받아보지 못한 경례를 팔이 아프도록 받으며, 사령관과 함께 모든 영광을 누렸다.
20여 년이 지난 오늘, 대통령이 PK함정에 탄 한 장의 사진을 보며 그날의 전율이 다시 느껴지는 듯하다. ‘아, 대통령의 깃발이 올라가던 그날 가장 작은 너는 가장 높은 존재가 되어 산천초목도 네 앞에 떨었구나! 대통령의 입에서 떨어지는 말에 순종하면서 그분과 함께 모든 영광을 누렸구나!’
주님의 깃발을 높이 올리고 주님의 음성에 이끌리며 복음을 전하는 삶, 그것은 가장 행복하고 영광스러운 삶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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