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마 선교사의 일기-한은석_파라과이(4회)
꼬마 선교사의 일기-한은석_파라과이(4회)
  • 한은석(11세)파라과이 아순시온
  • 승인 2014.02.25 15: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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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번째 이야기 – 마음을 나누는 행복
아빠(한이용 선교사)가 선교사인 은석이는 우루과이에서 태어나 지내다가 다섯 살 때 볼리비아로 이사해 어린 시절을 보냈고, 2012년부터는 남아메리카 대륙 한가운데에 있는 파라과이에서 살고 있어요. 무더운 날씨와 과라니어에 적응하는 것이 쉽지는 않지만, 어렵게 사는 파라과이 친구들을 보며 선교사의 꿈을 키우고 있는 은석이. 이번 달부터 지구 반대편 남미에서 날아오는 은석이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 주세요.
글|한은석(11세) 파라과이 아순시온
 

2013년 12월 6일 인디언 마을 ‘차코’
오늘은 인디언 마을인 ‘차코’에서 ‘문화의 밤’ 행사를 했다. 밤 12시가 넘어 버스를 타고 출발했다. 한참을 자다 일어나 밖을 내다보니 도로는 없어졌고 버스가 울퉁불퉁한 흙길을 달리고 있었다. 주위를 둘러보니 풀숲 사이로 집이 드문드문 보였다. 아침이 되어 차코에 도착했다. 인디언 마을이라고 해서 웃통을 안 입은 사람들이 창을 들고 다니는 모습을 상상했는데, 얼굴 생김새만 조금 다를 뿐 옷도 잘 입고 컴퓨터도 쓰는 등 우리와 똑같이 살고 있었다.
낮에는 아이들을 위해 주일학교를 열었다. 나는 찬송시간에 앞에 나가 율동을 가르쳐 주었다. 처음에는 아이들이 말도 잘 안하고 웃지도 않더니 시간이 지나고 말씀을 들으며 웃기도 하고 대답도 했다.
주일학교가 끝나고 나는 아이들과 축구도 하고 자전거를 타며 놀았다. 어느 새 친해져서 아이들이 쓰는 부족말도 배웠다. 목이 말라 물을 찾으니 아이들이 나무에 달려있는 통을 가리켰다. 나는 통 안에 있는 물을 벌컥벌컥 다 마셨다. 다 마시고 나서야 어떤 물인지 궁금했다. 알고 보니 빗물이었다. 그 마을에는 수도관도 없고 우물도 없어서 빗물이 귀한 식수였다. 처음으로 빗물을 먹어봤는데, 맛이 괜찮았다.
드디어 밤이 되어 행사가 시작되었다. 사람들이 많이 와서 문밖에 서서 볼 정도였다. 첫 번째 공연이 끝났는데, 사람들의 반응이 별로였다. ‘이곳 사람들은 이런 공연을 좋아하지 않나?’ 걱정스러웠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사람들이 즐거워하고 웃으며 손뼉을 쳐주었다.
먼 길을 다녀와 피곤하긴 하지만 외진 마을에 사는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주고 하나님의 말씀을 전하고 온 것이 기쁘다.

 
 2013년 12월 18일   쓰레기 마을에 사는 아이들
오늘 ‘문화의 밤’ 행사는 ‘카테우라’라는 마을에서 했다. 마을 입구에 다다르자 불쾌한 냄새가 났다. 마을 안으로 들어갈수록 더 고약한 냄새가 났다. 이 마을의 원래 이름은 ‘레푸블리코’인데, 쓰레기장이 하도 많아서 ‘쓰레기의 도시’라는 뜻의 ‘카테우라’라고 더 많이 불리는 것이었다.
길이 안 좋아서 차가 천천히 갔는데, 아이들이 쿵후 동작을 흉내 내며 “치노, 치노(chino, 중국인)!” 하고 소리쳤다. 이곳 아이들도 중국영화를 많이 본 모양이다. 또 어떤 아이들은 망고를 던지며 장난을 쳐서 싫었다. 차에서 내려 아이들을 가까이서 보니 더욱 싫었다. 지저분한 옷에, 목욕을 통 안했는지 때가 꼬질꼬질하고 냄새도 났다. 그렇지만 아이들과 친해지기 위해 같이 놀자고 했다. 처음에는 팔씨름을 했는데, 내가 10명을 다 이겼다. 의기양양해진 나는 그 다음엔 달리기 시합을 하자고 했다. 당연히 내가 이길 줄 알았는데, 3등을 하고 말았다. 처음에는 분했는데, 생각해 보니 내가 팔씨름을 이긴 것 때문에 아이들을 무시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한 면만 보고 아이들을 무시한 내 태도가 너무 잘못되어 있었다.
저녁 공연을 마치고는 아이들과 둘러앉아 닭을 구워 먹었다. 친해지고 보니 처음에 무시했던 것이 미안하고, 어쩔 수 없이 쓰레기 마을에 사는 아이들이 안쓰러웠다. 다음에 다시 만나면 이야기를 많이 나누고 싶다.
 
2014년 1월 6일 마음과 마음이 흐르는 월드캠프
드디어 새 예배당에서 파라과이 월드캠프가 열렸다. 브라질, 볼리비아, 우루과이, 칠레, 아르헨티나 등에서 많은 사람들이 찾아와 예배당이 꽉 찼다. 세달 전만 해도 이곳엔 아무것도 없었는데, 지금은 천 명이 앉을 수 있는 멋진 공연장이 되었다.
개막식이 시작되어 파라과이 전 대통령인 페르난도 루고 의원님과 박옥수 목사님이 들어오셨다. 사람들이 일어나 반갑게 맞았다. 페르난도 루고 의원님은 앞에 나가 ‘하나님을 믿는 것이 이 캠프의 목적이고 기쁨’이라는 축하 메시지를 전하셨다.
▲ 개막식에서 전 대통령이신 페르난도 루고 의원님이 축하 메세지를 전하셨어요.
여러 나라에서 준비한 공연이 시작되었다. 머리 위에 유리병을 10개나 올리고 멋진 춤을 선보인 파라과이 공연에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나는 브라질 댄스 ‘둥가둥가’가 제일 좋았다. 당장이라도 브라질에 가고 싶을 정도로 신이 났다. 나라별 공연이 끝나고 그라시아스 합창단의 공연이 이어졌다. ‘미 파라과이’라는 노래를 부를 때 모든 사람들이 일어나 손뼉을 치며 즐거워했다. 나도 일어나서 기쁨을 즐겼다.
공연이 끝나고 박옥수 목사님이 메시지를 전하셨다. 목사님은 사람은 항상 다른 사람과 마음이 흘러야 한다고 하시면서, 마음이 흐르지 않는 사람은 사람과 어울리려고 하지 않고 컴퓨터와 어울리고 마약을 하고 혼자서 외롭게 살다가 자살을 하게 된다고 하셨다. 그리고 전에 멕시코 캠프에 참가하여 말씀을 듣고 아버지께 마음을 연 어떤 여학생의 이야기를 해주셨다. 아버지와 딸의 마음이 흐르면서 행복하게 된 이야기를 들을 때 내 마음도 행복해졌다. 나도 가끔 화가 나거나 잘못을 저지르면 아빠와 말하기 싫어서 피하거나 숨길 때가 있는데, 이제부터는 내 마음을 아빠에게 보여주어야겠다.
이렇게 마음이 흐르는 법을 가르쳐 주는 캠프가 파라과이에서 열려서 정말 기쁘다. 이제 우리 파라과이는 모든 사람이 행복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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