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산골 마을에서 30년 만에 만난 어느 목사님
강원도 산골 마을에서 30년 만에 만난 어느 목사님
  • 오을교 (기쁜소식인제교회 목사)
  • 승인 2014.03.04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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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전전도여행 이야기

기쁜소식선교회의 사역자들은 한번씩 날씨가 제법 쌀쌀할 때 무전전도여행을 며칠 떠난다. 하루의 잠자리와 한 끼의 식사 속에서도 하나님의 손길을 느끼며, 만난 사람이 구원받아 기쁨과 감사를 쏟아낼 때 전도자도 큰 기쁨과 감사를 느끼며 하나님께 영광을 돌린다. 사역자들의 무전전도여행기를 연재로 소개한다.


“마리아를 보호해 주는 요셉이라고?”
몇 년 전에 떠난 무전전도여행. 아내의 건강이 아주 좋지 않아 부담이 컸다. 겨울 기운이 아직 남은 초봄에 찬바람을 맞으며 어떻게 전도를 다니고, 어디서 먹고 어디서 자야 할지, 마음이 답답했다. 기도하는 가운데 “너희는 먼저 그의 나라와 그의 의를 구하라. 그리하면 이 모든 것을 너희에게 더하시리라.”
(마 6:33)는 말씀이 떠올랐다. 말씀을 의지하여 가겠다는 아내를, 해산을 앞둔 마리아를 보호한 요셉의 심정으로 지켜 주고 싶었다.
아내는 두꺼운 겨울 코트에 배낭을 메고, 나는 목사답게 겨울 콤비에 손가방을 들고 출발했다. 얼마 되지 않아 아내를 지켜 주고자 했던 내 마음이 다 무너져버렸다. 매서운 바람을 콤비가 막아 주지 못해 바람이 살을 에는 듯했다. 가방은 어찌 그리 무거운지 버리고 싶었다. 아내가 오히려 내 가방을 들어 주면서 “마리아를 보호해 주는 요셉이라고?” 하고 웃으며 앞서 걸어갔다.

 
“나와 함께 우리 집에 갈라요?”
우리는 강원도 원주에서 출발해 경기도 양평으로 가기로 했다. 먼저 횡성에 도착해 버스정류장으로 향했다. 장날이어서 많은 사람들이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기회를 놓치지 않고 사람들에게 전도를 시작했다. 한참 전도하고 있는데, 할머니 한 분이 다가오더니 “나와 함께 우리 집에 갈라요?” 하셨다. 버스를 타고 할머니가 사시는 서원면으로 가면서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할머니가 사시는 곳은 어느 장로교회에서 운영하는 독거노인촌이었다. 여러 분이 살다가 혼자 남아 계셨다. 시간에 쫓기지 않고 마음껏 복음을 전했다. 할머니는 감격스러워하고 고마워하셨다. “이렇게 좋은 말씀을 전해 주시다니…! 여기서 조금 떨어진 압곡리에서 사역하시는 목사님을 만나시면 좋겠어요.” 할머니는 프라이팬에 식빵을 구워 우리에게 주셨다. 정말 맛있었다.

30여 년 만의 만남
압곡리로 발걸음을 옮겼다. 생소하고 험한 산길이었지만 신났다. 마을 입구에 다다르니 빨간 벽돌로 지어진 아담한 교회가 보였다. 교회 뒤편에 있는 허름한 집에서 사는 목사님을 찾았다. “안녕하세요. 무전전도여행 중인 오을교 목사입니다.” 목사님은 우리 부부를 반갑게 맞이하며 서재로 안내했다.

 
서재에 앉아 이야기를 시작하려다가 깜짝 놀랐다. 그분이 나를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내가 구원받기 전 청년 시절에 다녔던 교회에 자주 찾아왔던 어느 선교회의 단원이었던 것이다. 나는 전혀 기억하지 못하는데, 30년이 흘렀지만 그분은 내 이름과 얼굴을 기억하고 있었다. 하나님이 그렇게 만나게 하신 것이다.
저녁이 되자 목사님의 아내가 요양원 일을 마치고 돌아왔다. 사모님은 저녁 식사에 초대받았다면서 함께 가자고 했다. 그곳에서 맛있는 토끼탕을 난생처음 먹었다. 식사를 마치고 돌아와서 목사님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가난한 시골에서 생계를 위해 일할 수밖에 없는 사모님, 그리고 마을 이장 일을 함께 하고 있는 목사님이 안쓰러웠다. 나는 성경을 펴서 ‘하나님의 권능과 사랑인 예수님’을 이야기했다. 하나님을 향하여 닫혀 있던 목사님의 마음이 녹는 것을 보며 무척 감사했다. 이어 새벽 2시까지 복음을 전했고, 하나님께서 목사님이 복음을 받아들일 수 있도록 이끌어 주셨다. 너무나 감사했다. 사모님도 “우리 목사님이 다른 사람 이야기를 듣는 것도 처음이고, 이렇게 오랜 시간 마음의 이야기를 나눈 것도 처음이에요” 하며 놀라워했다.
다음날 이른 아침, 아내가 사모님에게 복음을 전해 그분도 구원을 받았다. 사모님은 몹시 가난하게 사는 중에도 우리에게 아침밥을 융숭하게 대접해 주었다. 아침을 잘 먹고 목사님 부부와 작별인사를 나누었다. 목사님은 “제가 돈을 드리고 싶지만 가진 것이 없어 죄송합니다. 하지만 하나님이 좋은 길을 열어 주실 줄 믿습니다. 감사합니다!” 하고 말했다. 언젠가 다시 만날 것을 소망하며 그곳을 떠나 목적지인 양평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오늘 밤 제가 구원받았습니다!”
얼마나 걸었을까…. 다리가 아파 “하나님, 차 좀 태워 주세요!” 하자 놀랍게도 승합차 한 대가 우리를 양평까지 태워 주었다. 우리는 양평 시내를 돌아다니며 전도했다. 해가 지자 강바람이 매서웠다. 그날 밤은 찜질방 주인의 호의로 따뜻하게 보낼 수 있었다. 새벽에 배가 고파 잠이 오지 않아서 성경을 읽었다. “… 네가 무릇 마음에 좋아하는 대로 고기를 먹을 수 있으리니”(신 12:20)라는 말씀을 읽으면서 그날은 하나님이 고기를 먹게 하시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아침에 양평에서 가장 큰 교회를 찾아갔다. 예배당 모양이 특이해서 둘러보고 있는데, 사모님이 나와서 차와 과자를 대접해 주었다. 사모님은 ‘나이도 많은데 무전전도여행을 다니다니 대단하다’며 우리에게 마음을 열었다. 그리고 그 지역의 목사님들이 모임을 가지고 있는데, 함께 점심을 먹자고 했다. 우리는 큰 식당에서 불고기백반을 아주 맛있게 먹었다. 그 자리에서 내가 구원받은 것을 간증했다. 목사님들이 나에게 마음을 열고 대화하길 원했고, 특별히 한 목사님이 우리 부부를 자기 집으로 초대하고 싶다고 했다.
그날 밤, 나는 그 목사님과 새벽 3시까지 성경 이야기를 나누었다. 중간에 자신의 신앙과 다른 말씀 앞에서 목사님이 “혹시 이단 아닙니까?” 하고 물었다. “제 이야기 중에 성경적이지 않은 것이 있습니까?” 하고 되묻자 없지만 이단 같다고 하였다. 나는 성경을 한 구절 한 구절 설명했고, 어느 순간 그분 마음이 꺾이더니 “오늘 밤 제가 구원받았습니다! 나는 확실한 의인입니다!” 하였다.

내가 가는 길은 행복한 길이었다
다음 날, 아침을 풍성하게 대접받고 다시 성경 말씀을 나누었다. 목사님은 자신이 분명히 구원받았음을 다시 이야기했다. 하지만 주변 형편 때문에 구원받은 것을 가리며 살아야 한다고 했다. 마음이 아팠다. 복음을 듣게 하신 하나님께 그분을 부탁드리며, 우리는 헤어졌다. 긴 아스팔트길을 걸으면서 이 땅에 자기 소견대로 사는 목회자들이 얼마나 많은지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들과 달리 나는 참 행복한 사람이었다. 내가 가는 길은 행복한 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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