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두운 후에 빛이 오며
어두운 후에 빛이 오며
  • 이진솔 (기쁜소식일산교회)
  • 승인 2014.03.04 16: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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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길의 빛

 
스튜어디스가 되고 싶다
나는 오랫동안 비행기 승무원이 되고 싶어서 준비했다. 그런데 우리 교회 목사님이 ‘스튜어디스는 한 곳에 정착해서 지내는 것이 아니라 돌아다니는 삶이기에 신앙생활을 하는 데 어려움이 있으니 안 했으면 좋겠다’고 하셨다. 하지만 내 마음엔 승무원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크게 자리잡고 있었다. 계속해서 여러 항공사에 지원 서류를 냈다. 서류 심사는 통과했지만 면접에서 계속 떨어졌다. 나는 어떻게든 내 뜻을 이루어서 교회 앞에 당당히 서고 싶었다.
어느 외국 항공사 시험에서는 최종 면접까지 갔다. 그것만 통과하면 윙(wing)을 달고 비행기를 타는 건데, 목사님은 좋아하시지 않았다. 꼭 합격해서 ‘나 이렇게 합격했다’고 교회에서 이야기하고 싶었다. 그러나 최종 면접에서 떨어지고 말았다. 하나님이 내가 가려고 하는 길을 막고 계시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내 뜻을 굽히기 싫었다.

아무 미련 없이 내려놓았다
작년 여름 수양회 때였다. 수양회에 갈 생각이 없었지만 ‘그래도 구원받은 사람이 수양회는 가야지’ 하는 마음으로 참석했다. 수양회 기간에, 자기 멋대로 살았던 사울이 왕이 되기 전에는 자기 사환에게 묻고 일을 진행했다는 말씀을 들었다. 말씀이 내 마음을 찌르고 들어왔다. 내 뜻대로 사는 내 모습이 떠오르며, 지금은 내 계획대로 살아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앞으로 10년, 20년을 문제 없이 살 자신이 없었다.
그리고 한 친구에게서 겉으로는 나무라는 것 같지만 마음에는 은혜를 품고 있는 하나님의 종에 대하여 들었다. 이야기를 들으면서 내 길을 가로막는 것만 같았던 목사님을 향해 닫혀 있던 마음이 열렸다. 내가 복된 신앙생활을 하기 원하시는 목사님의 마음을 정확히 알게 되었다. 2년 동안 승무원이 되려고 발버둥쳤는데, 신기하게 아무 미련 없이 마음을 내려놓을 수 있었다.

전혀 생각지 않았던 일이 펼쳐졌다
수양회를 마치고 우리 교회 목사님께 “이제 영어를 공부하고 실력을 좀 더 갖춰서 내년 상반기에 취업할 수 있도록 준비하려고 합니다” 하고 말씀드렸다. 그러자 목사님은 실력을 더 쌓으려고 하지 말고 지금 실력 그대로 직장을 알아 보라고 하셨다. 당시 내 실력으로는 갈 수 있는 회사가 없었기에 “목사님 말씀대로 하려니 너무 막막합니다” 하고 말씀드렸다. 목사님은 하나님께 구하면 하나님이 보여 주시는 회사가 있을 거라고 하셨다. 나는 목사님 말씀을 좇아 직장을 알아 보기 시작했다.
하루는 승무원 준비를 함께 했던 후배에게서 전화가 왔다. 그 친구는 G마켓에서 일하고 있었다. G마켓은 외국계 회사여서 직원을 뽑을 때 공채 외에도 특채로 ‘사내 직원 추천 제도’가 있다. 직원이 보증인의 신분으로 주변 사람을 추천하는 것이다. 후배가 전화로 “언니가 생각나서 추천하려고 하는데 괜찮겠어?” 하고 물었다. 같이 공부했던 친구들이 열 명 정도 되는데, 그 가운데 나를 기억해서 연락해준 것이 고마웠다. 그리고 목사님이 하신 말씀이 생각났다. “진솔아, 막연한 게 아냐. 분명히 하나님이 보여 주시는 길이 있을 거야.”
‘하나님이 나를 위해 이 회사를 준비하신 건가?’ 하는 마음으로 면접 시험을 보았다. 공채 시험을 보는 사람들은 1차, 2차, 3차를 거쳐 그날 최종 면접을 보는 날이었고, 나는 그날 하루에 우리말 면접, 영어 면접, 영어 필기시험을 보았다. 우리말 면접과 영어 면접은 외국 항공 승무원 준비를 하면서 숱하게 연습했던 일이라 어렵지 않았고, 필기시험도 잘 볼 수 있었다. 시험을 마치고 얼마 후 합격 통지를 받았다. 전혀 생각지 않았던 일이 내 삶에 펼쳐진 것이다.
나는 찬송가 중에 “어두운 후에 빛이 오며…”라는 찬송을 무척 좋아한다. 내가 승무원을 준비하던 시절은 어두운 터널 속을 계속해서 달리는 것 같았다. 면접에서 계속 떨어지고, 목사님은 내 길을 가로막는 것만 같고, 답답하기만 했다. 돌아보면 나에게 꼭 필요했기 때문에 하나님이 허락하신 시간들이었다. 내 뜻대로 살려고 했던 그 길을 지나 나를 위하시는 하나님의 뜻을 보여 주신 것이다.

내가 교회에서 배운 마음의 세계들이…
지금은 케냐에서 선교사의 아내로 복음을 위해 살고 있는 언니가 결혼하기 전 한국에서 직장생활을 할 때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회사에서 생활하는 거랑 학교에서 생활하는 거랑 달라. 교회에서 지내는 거랑 회사에서 지내는 거는 진짜 달라. 회사 사람들에게서는 왠지 모를 벽이 느껴져.”
입사한 후 언니의 말을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회사의 선배들이 나를 좋아하지 않는 것이 자꾸 느껴졌다. 자격지심인지 몰라도, 내가 시험을 쳐서 입사한 것이 아니라 추천을 통해서 들어왔기 때문에 그런 시선으로 나를 바라보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을 하나 가르쳐 줄 때에도 신경질적으로 설명해 주었다. 그런 일상이 처음에는 무척 힘들었다. 그런데 하루는 이런 마음이 들었다.
‘나는 신입사원이니 무엇이든지 배워야 할 위치야. 선배들이 나에게 친절하지 않게 대한다고 해서 기분 나쁘게 생각할 것이 아냐. 나는 무엇이든지 가르쳐 주는 것을 열심히 배워야 해.’
교회에서 배운 대로 낮은 마음을 갖게 된 것이다. 유난히 신경질적으로 나를 대하는 선배가 있었는데, 회사 직원들끼리 이야기를 주고받는 메신저로 선배에게 쪽지를 보냈다.
“선배님, 제가 부족하고 모르는 게 많은데 하나하나 가르쳐 주셔서 감사해요. 앞으로도 제가 모르는 게 많고 실수하는 게 많을 텐데, 그때도 잘 가르쳐 주세요. 뭐든지 배울게요. 감사해요.”
그러자 선배가 답해 주었다.
“내 말투가 퉁명스러워도 그런 거에 상처받지 마. 하나하나 배우는 단계니까 모르는 게 있을 때 물어보는 것에 부담 갖지 말고.”
내가 마음을 낮추고 배우려는 자세로 다가가니까 선배도 나에게 마음을 열어 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내가 교회에서 배운 마음의 세계들이 내 삶 어디에서든 아름답게 나타나는 것을 본다.
하나님이 주신 직장, 그곳에서 받는 월급을 나를 위해서 쓰고 싶지 않다. 복음을 위하는 많은 일들에 작게나마 후원하고 싶고, 언니가 아프리카에서 선교하고 있기에 아프리카 선교를 후원하는 일에도 쓰고 싶다.
내가 걷고자 했던 길이 아니라 하나님이 열어 주신 길을 걷기에 나는 평안하고 감사하며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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