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로 내가 예비한 곳에 이르게 하리니
너로 내가 예비한 곳에 이르게 하리니
  • 김용학 (기쁜소식태백교회 목사)
  • 승인 2014.04.01 16: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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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전전도여행

“말씀대로 주님이 예비하셨죠?”
몇 년 전 3월, 바람이 제법 쌀쌀한 때에 무전전도여행을 떠났다. 부담이 앞섰다. 몸이 좋지 않아 병원 치료를 받고 있던 아내와 동행하려니 더 근심스럽고 짐스럽기도 하여 기도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내가 사자를 네 앞서 보내어 길에서 너를 보호하여 너로 내가 예비한 곳에 이르게 하리니”(출 23:20)
하나님이 이 말씀을 주셔서 아내에게 이야기했다. 아내도 내 마음을 받아서 함께 전도여행을 떠났다.
사람들에게 어떻게 복음을 전할까 생각하다가, 시골의 마을회관들을 찾아가 그곳에서 집회를 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그래서 들고 다니기에는 좀 거추장스럽지만, ‘복음을 그림으로 표현한 큰 인쇄물들을 엮은’ 괘도를 가져가기로 했다. 서산에서 출발하여 군산, 부안, 영광을 다녀오기로 했다.

 
서산 톨게이트까지 걸어가 그곳에서 좋은 승용차를 얻어 타고 군산까지 갔다. 군산은 해안 도시여서 그런지 바람이 몹시 차갑고 쌀쌀했다. 거리에는 오가는 사람도 없었다. 골목골목 다니며 집마다 벨을 누르고 사람들과 이야기하려고 했지만 날씨처럼 쌀쌀하게 거절했다. 하는 수 없이 배낭에 가득 담아 갔던 전단지만 돌리고 다음 목적지인 부안으로 가기로 했다.
마침 지나가던 승용차가 우리를 부안까지 태워 주었다. 차를 타고 가면서 잘 곳과 먹을 것이 걱정도 되었지만 떠날 때 마음에 들어왔던 말씀을 의지했다. 아내는 몸이 아플 때마다 “하나님, 저 아시죠? 말씀대로 주님이 예비하셨죠?” 하며 중얼거렸다.

갓난아이 때부터 교회를 다녔다는 두 분에게
해 질 녘에 부안에 도착하니 몹시 추웠다. “이곳에서 복음을 받아들일 분을 만나게 해주세요” 하며, 시장 골목을 다니면서 전도했다. 저녁때여서 그런지 배도 고프고, 먹을 것이 눈에 많이 들어왔다. 어느 떡 전문점에서 주인 아주머니가 ‘들어와서 차 한 잔 하라’고 하며 우리 부부에게 차와 떡을 대접해 주었다. 아주

 
맛있게 떡을 먹으면서 추위에 떨었던 몸을 녹인 후, 떡집 주인 부부와 앉아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장로교회 집안에서 태어나 갓난아이 때부터 교회를 다녔다는 두 분에게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복음을 전했다. 그분들은 마음을 열고 스펀지가 물을 빨아들이듯 말씀을 받아들였다. 이야기하는 나 자신이나 듣는 그분들이나 정말 복된 시간이었다.
부부는 복음을 다 듣고 나서 기뻐하면서 우리와 함께 기념사진도 찍고, 명함도 주고받았다. 마지막으로 기도하고 나오려고 하는데, 그분들이 큰 봉지에 여러 가지 떡을 골고루 가득 담아 주었다. 무거워서 들고 다닐 수 없을 만큼 많은 양이어서 기쁜소식부안교회에 연락하니 마침 시장에서 장사하는 자매님이 있어서 받은 떡을 전해드렸다. 그때가 밤 10시를 넘어가고 있었는데, 자매님이 살던 사람이 이사하여 잠시 비어 있는 집을 소개해 주어 그곳에서 그날 밤을 따뜻하게 보냈다.

이혼하고 소망 없이 살던 아주머니의 마음에 기쁨을 주신 하나님
다음날, 전도하다가 어느 방앗간에 들어갔는데, 주인 아주머니가 손님이 많아서 바쁘니 다음에 오라고 했다. 기름 짜러 오신 아주머니, 떡 하러 오신 아주머니, 그런 분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어느덧 그분들은 다 가고 주인 아주머니와 우리만 남았다. 아주머니는 방앗간 기계들을 정리하느라 바빠서 다음에 한가할 때 오라고 했지만 ‘언제 이분에게 복음을 전할 수 있겠나?’ 하는 마음으로 기다렸다. 일을 마친 아주머니는 평상에 앉아서, 다리가 불편한 가운데 고통스럽게 신앙생활을 하고 있는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놓았다.
나는 성경을 펴서 복음을 자세히 전하기 시작했다. 마침 손님이 아무도 오지 않아서 마음껏 복음을 전할 수 있었다. 아주머니는 복음을 다 듣고 이제 죄인이 아니라 의인이 되었다면서 기뻐했다. 몸이 불편해 이혼하고 소망 없이 살던 그분 마음에 기쁨과 소망을 주신 하나님께 우리는 말할 수 없이 감사했다.
기도하고 나오려고 하는데, 아주머니가 “식사하고 가세요” 하였다. 아주머니는 우리 부부에게 고기가 듬뿍 들어간 아주 맛있는 갈비탕을 사주었다. 그날은 우리 부부가 결혼한 지 20년 되는 날이었는데, 아주 값진 시간을 보내고 값진 음식을 대접받은 것이다.
우리는 복음을 들을 사람과 먹을 것과 잠자리를 예비해 주시는 하나님을 인해 행복하고 감사했다.

마을회관 집회
고창에 도착해서는 어느 시골의 마을회관에서 저녁에 집회를 하기로 했다. 그런데 그 시간에 아주 재미있는 드라마가 방영되기에 마을 어르신들이 TV를 보느라 아무도 오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저절로 하나님께 기도가 되었다. 기도를 마친 후, 형편과 상관없이 가지고 간 복음 그림 괘도를 설치한 후 사람들을 기다렸다. 잠시 후, 우리 부부는 눈을 의심했다. 열 명이 넘는 분들이 집회에 오신 것이다. 나는 복음을 표현한 그림들을 한 장 한 장 넘겨가며 알아듣기 쉽게 자세히 복음을 전했다. 대부분 말씀에 귀를 기울였고, 복음을 다 전하고 나서는 여러 분들이 죄 사함을 받았다고 표현했다. 고창은혜교회에 전화해서 그분들을 돌아봐 달라고 부탁드렸다.
그날 밤도 따뜻하게 잠을 잔 후, 다음날 정성스럽게 차려 주신 아침을 먹고 영광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영광에서도 어느 어르신에게 복음을 전한 후 우리는 집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돌아오면서 전도여행의 시작부터 마칠 때까지 당신이 하신 약속대로 일하신 하나님께 영광을 돌렸다. 그리고 우리가 만났던 한 분, 한 분을 주님께 부탁드렸다.
무전전도여행을 시작할 때에는 근심도 되었지만 돌아올 때에는 행복한 마음을 가득 담고 올 수 있어서 하나님 앞에 깊이 감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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