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의 모든 것이 한자리에 '신문박물관'
신문의 모든 것이 한자리에 '신문박물관'
  • 이가희
  • 승인 2014.04.28 21:2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전 세계의 신문이 한자리에
꽃샘추위로 쌀쌀한 봄날, 서울 종로구에 있는 신문박물관을 찾았어요. 동아일보사가 2000년에 신문의 역사를 정리하고 미래를 준비하고자 개관한 박물관이에요. 일민미술관 5층, 6층에 자리 잡은 전시장에는 세계의 신문, 신문의 역사, 신문 제작과정, 신문과 사회 등의 주제로 각종 자료들이 전시되어 있어요.
안내데스크에서 입장권을 사서 들어가면 곡면으로 된 넓은 벽에 세계 66개국에서 발행한 신문들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져 있어요. 새천년의 시작을 알리는 2000년 1월 1일에 발행한 신문 1면에는 사람들의 기뻐하는 표정, 한밤의 폭죽놀이, 새해에 태어난 갓난아기 등 나라마다 희망찬 기사를 담았어요. 신문 한 면만 보고도 각 나라의 이색적인 문화와 무엇을 중요하게 여기는지 알 수 있었어요.
 
한국 신문의 역사 속으로
바로 옆 전시관에서는 1883년 우리나라 최초의 신문인 한성순보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의 신문의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어요. 한성순보는 고종황제가 국내외 소식을 백성에게 전하기 위해 만들었는데, 후에 일본으로부터의 국권 회복을 부르짖는 대표적인 매체가 되었지요.
1936년에는 동아일보 일장기 말소사건이 있었어요. 베를린 올림픽에서 손기정 선수가 마라톤 금메달을 땄을 때, 동아일보에서는 손기정 선수 가슴에 달린 일장기를 지우고 보도했어요. 그 일로 일본의 총독부는 관련 직원들을 구속하고 더 이상 신문을 발행할 수 없게 했지요. 신문이 단순히 사실만 전달하는 데에 그치지 않고 국민들에게 나라를 잃은 설움과 독립을 향한 의지를 불러일으키는 역할도 했다는 것을 알았어요.
2000년대에 들어와서는 종이가 아닌 인터넷 신문들이 우후죽순 생겨났어요. 언제든지 실시간으로 새로운 소식을 접할 수 있어 편리하지만, 인터넷 뉴스는 왠지 집중해서 읽기가 어렵고 진실성이 떨어져 보였어요. 
 
다양한 신문 기사들
다음으로는 굵직한 사건 기사들이 연도별로
정리되어 있는 전시장을 둘러보았어요.
인간이 최초로 달에 착륙했을 때, 월드컵 4강 진출, 전 대통령의 서거 소식, 연평도 포격 사건 등 생생한 역사의 현장에 있는 듯 했어요. 평소에 텔레비전을 통해 뉴스를 볼 때는 그런가보다 했는데 이렇게 지면으로 모아놓은 것을 보니 우리 사회에 얼마나 크고 중요한 사건들이 있었는지 명확하게 알 수 있었어요.
신문사는 대부분 광고를 싣고 그 대가로 회사를 운영해요. 그래서 1886년부터 지금까지 다양한 광고들이 신문 지면을 채우고 있었어요. 오래 전에는 작은 시계, 모자, 지팡이, 흰 구두 등이 실렸고, 1960년 이후에는 라디오, 텔레비전 등의 가전제품이 등장했어요. 치약, 껌 등 시대마다 사람들이 원하는 물건이 무엇이었는지 알 수 있었는데, 지금은 광고하지 않는 물건들도 있어서 우습기도 했어요.
 
한 장의 신문이 만들어지기까지
마지막으로 둘러본 곳에서는 취재, 편집, 인쇄, 발송의 단계를 거쳐 신문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보여주었어요. 그 중 우리 눈길을 끈 것이 신문을 찍어내는 큰 인쇄기계예요. 인쇄기술이 발전하지 않던 시절, 글자를 하나씩 일일이 붙여 기사문을 완성하면 인쇄기계가 종이에 글자를 찍어냈다고 해요.
한편에 자리 잡은 신문 기자의 책상도 인상적이었어요. 컴퓨터로 작업하는 지금과 달리 책상에는 오래된 타자기와 다이얼식 전화기, 오래된 카메라, 글씨가 빼곡히 담긴 취재수첩, ‘보도’라고 적힌 기자 완장, 헬멧 등이 있었어요. 벽면에는 위험한 곳에 취재를 나가기 위해 완전 무장한 기자의 모습이 그려져 있었는데, 총 대신 카메라만 들었을 뿐 마치 전쟁터에 나가는 군인과 같았어요. 사람들에게 생생한 기사를 전달하기 위해 생명을 걸고 위험한 현장에 뛰어드는 기자의 사명감이 고스란히 느껴졌어요.
그동안 신문은 단순히 정보를 알려주는 종이라고 생각했는데, 관람을 하는 동안 꼭 필요한 소중한 재산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런 소중한 신문을 가까이 두고 읽는 것이 얼마나 유익한지 알 수 있었고, 또한 신문을 통해 우리 사회가 한층 더 건강하고 밝아지겠다는 생각을 하며 박물관을 나섰어요.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