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마 선교사의 일기-한은석_파라과이(6회)
꼬마 선교사의 일기-한은석_파라과이(6회)
  • 한은석
  • 승인 2014.04.28 2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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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음이 필요한 파라과이
여섯 번째, 마지막 이야기 - 복음이 필요한 파라과이
아빠(한이용 선교사)가 선교사인 은석이는 우루과이에서 태어나 지내다가 다섯 살 때 볼리비아로 이사해 어린 시절을 보냈고, 2012년부터는 남아메리카 대륙 한가운데에 있는 파라과이에서 살고 있어요. 무더운 날씨와 과라니어에 적응하는 것이 쉽지는 않지만, 어렵게 사는 파라과이 친구들을 보며 선교사의 꿈을 키우고 있는 은석이. 파라과이 친구들에게 복음과 소망을 전하는 은석이와 가족들을 위해 기도 부탁해요.
 
2014년 3월 4일 부회장으로 뽑아주신 이유
며칠 전 나는 한국학교에서 반장으로 뽑혔다. 오늘은 학교에서 전교회장과 부회장을 뽑는 날이라서 가슴이 두근거렸다. 나는 눈을 감고 귀도 막고 하나님께 기도하며 결과를 기다렸다.
드디어 결과 발표. 눈을 살짝 떠서 보니 내 이름이 부회장 칸에 쓰여 있었다. 내가 부회장으로 뽑힌 것이다. 하나님께 정말 감사했다. 나는 앞에 나가 선생님과 친구들에게 큰소리로 감사인사를 했다. 6학년 형들, 누나들과 선생님들께 축하를 받을 때, 기분이 굉장히 좋았지만 자랑하고 싶지는 않았다. 하나님께서 나를 부회장이 되게 하셨기 때문이다.
나는 몇 년 전만 해도 글을 읽지도 못하고 쓰지도 못했다. 친구도 없어서 학교에 가는 것이 싫었는데 지금은 친구들과도 잘 지내고 있다. 하나님이 나를 부회장이 되게 하신 것은, 친구들에게 하나님을 더 잘 소개하라고 주신 기회라는 마음이 든다. 친구들이 나를 통해 하나님을 알면, 나처럼 하나님의 도우심을 받으며 행복하게 살 것을 생각하니까 벌써부터 기쁘다.
 
2014년 3월 12일 엄마, 아빠의 마음
아침에 학교에 가기 전에 엄마한테 준비물을 사달라고 했다. 그런데 엄마는 미리 얘기하지 않았다고 화를 내시며 크게 야단을 치셨다. 나는 기분이 언짢게 학교에 갔다. 엄마가 왜 그렇게까지 화를 내시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래서 내내 고민하다가 집에 와서 엄마에게 물어보았다.
“엄마, 아침에 왜 그렇게 화를 많이 내셨어요?”
“엄마는 너에게 좋은 것을 사주려고 했는데 네가 미리 얘기하지 않고 갑자기 말을 꺼내는 바람에 좋은 것은 준비해줄 수 없어서 속상했어.”
나는 속으로 깜짝 놀랐다. 나는 내가 잘못해서 혼난 줄로만 알았는데!
성경에 나오는 집을 떠난 둘째 아들 이야기가 생각났다. 둘째 아들은 아버지가 주신 재산을 모두 허비하고 죄송한 마음에 집에 돌아가지 못했는데, 정작 아버지는 제일 좋은 것을 준비하고 아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엄마가 나를 위해 제일 좋은 것을 주려고 하신 것처럼 말이다. 이 일을 통해서 아빠와 엄마의 마음을 조금 헤아릴 수 있었다. 그리고 하나님도 나를 위해 좋은 것을 준비하시고 내가 하나님께 나아가 구하기를 기다리시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2014년 3월 20일 파라과이 친구들
오늘은 아침에 시내에 나갔다. 차가 많이 몰리는 교차로에 아이들이 나와 서 있었다. 차가 신호대기로 멈춰있는 동안 운전석에 다가가 구걸을 하거나 재주를 부려 동전을 얻는 아이들이다. 그 중 아이들 몇 명을 만나보았다.
‘따즈’는 이제 아홉 살인데, 아빠는 태어났을 때부터 안 계셨고 엄마는 지난달에 열병으로 세상을 떠나셨다고 한다. 두 살 많은 형과 단둘이 남았는데 돌봐주는 사람도 없고 학교에 가라고 하는 사람도 없어서, 얼마 전부터는 길에서 놀다가 배가 고프면 교차로에서 테니스공을 가지고 재주를 부리며 동전을 받기 시작했다. 그런데 따즈와 그 형은 동전을 모아 음식을 사먹지 않고 ‘크락(가장 싼 마약)’을 산다고 한다. 공터에 가서 크락을 태우고 연기를 마시면 배고픔도 사라지지만, 외로움이나 두려움도 사라지고 기분이 좋아진다고. 
또 내 또래의 ‘아나이’라는 친구는 일 년 전에 밀림지역 챠꼬에서 아순시온으로 이사를 왔다고 한다. 그런데 아빠가 도시에 와서 직장이 없어서 온 가족이 매일 아침 교차로로 출근한다. 아빠는 신호대기로 멈춰있는 자동차의 유리를 닦아주고 동전을 받고, 엄마는 차 사이를 비집고 다니며 껌을 판다. 아나이와 동생들은 운전석에 다가가 구걸을 하는데, 큰딸인 아나이는 이제 갓 돌이 지난 동생을 안고 다닌다. 그래서 그런지 사람들이 동전을 더 잘 준다고 한다. 온가족이 그렇게 동전을 모아 겨우 끼니를 때우며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이렇게 파라과이에는 가난해서 학교에 가지 못하고 구걸하거나 물건을 팔러 다니는 아이들이 많다. 내가 다니는 학교는 정부에서 무상교육을 지원하는 국립학교라 집안이 가난한 아이들이 많이 다닌다. 한국학생은 우리 3남매밖에 없다. 그런데 잘 사는 친구들은 굉장히 부유하게 지낸다. 내 친구 ‘호세’도 아빠가 회계사라서 전 과목 수업이 영어로 진행되는 학교에 다니고 매주 2번씩 바이올린 선생님을 집으로 불러 개인 레슨을 받는다. 일주일에 3일은 수영을 배우고, 토요일에는 축구학교에 가서 축구 레슨을 받는다. 호세는 아빠처럼 회계사가 되려고 한다. 아빠가 할아버지께 물려받은 고객을 그대로 물려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파라과이에는 호세처럼 아빠 직업을 아들이 물려받는 경우가 많다.
집으로 돌아오는 내내 길에서 만난 아이들의 모습이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았다. 새삼 아빠가 복음을 전하는 선교사인 것이 감사하다. 나도 아빠에게 하나님을 많이 배워서 복음 전도자가 되고 싶다. 그래서 어릴 때부터 고생하고 아무 소망 없이 살아가는 불쌍한 아이들에게 기쁜소식을 전해주고 싶다. 그리고 아무 부족함 없이 부유하게 살면서 죄에 빠지는 친구들에게 하나님을 가르쳐 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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