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운 늑대로 사는 핀란드 사람들에게도
외로운 늑대로 사는 핀란드 사람들에게도
  • 김진수 (핀란드 선교사)
  • 승인 2014.05.08 18: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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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나라에 살면서…

‘수시(Susi)’는 핀란드 말로 늑대를 뜻한다. 핀란드 사람들은 자신들을 설명할 때 ‘수시’라고 표현하며 자신들이 외로운 늑대라고 은연중에 나타낸다. 늑대는 자신이 아는 소수의 무리하고만 교류하는 습성이 있는데, 이런 점이 핀란드 사람들과 무척 비슷하다. 핀란드는 북극과 가까운 추운 나라이며, 인구밀도가 1㎢에 17명으로 땅에 비해 사람이 참 귀한 나라다. 이런 환경들이 사람들의 삶에 영향을 크게 미친 듯하다.
핀란드의 여름은, 낮이 길고 선선해서 정말 매력적이다. 이곳 사람들은 대부분 7월과 8월에 휴가를 간다. 보통 외딴 바닷가나 섬, 혹은 숲 속에 있는 여름 별장에서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며 즐긴다. 전기도 없지만 장작으로 불을 피워 지내며, 가족과 함께 조용히 시간 보내는 것을 좋아한다.

 
어떤 사람은 나에게 이렇게 말한다. “핀란드 사람들은 친구를 사귀려면 3년 정도 걸린다”고. 내가 핀란드에서 보낸 시간도 벌써 8년이 넘었다. 그동안 이곳 사람들의 독특한 성품을 넘어 복음을 전하는 데에 어려움이 정말 많았다. 다가가면 갈수록 부담스러워하고 멀어져 가는 핀란드 사람들. ‘이들을 어떻게 복음 앞으로 이끌까?’ 시간이 흐를수록 마음이 힘들어져 갔다.
나는 이곳 사람들과 반대의 성격을 가진 사람이다. 말이 많고, 사람들이 좋고, 재미있고 맛있게 살려고 하는 사람이다. 그래서 나는 오랫동안 선교지를 잘못 왔다고 생각했다. ‘왜 하나님은 많고 많은 나라 중에서 나를 핀란드에 보내셨지?’ 마음이 점점 어두워지고 우울해져 갔다. 핀란드와 핀란드 사람들이 싫어졌다. 내 마음에서 핀란드란 형편을 넘을 수 없었다.
‘이 사람들은 왜 이렇게 사는 거야? 내가 여기에 왜 온 거야?’
나를 인도하는 목사님은 그런 나에게 이렇게 말씀하셨다.
“그런 나라에 선교사가 필요해. 자네가 그런 나라에 선교사가 된 것이 얼마나 감사해! 외로운 그 사람들에게 선교사가 필요한 거야.”
작년에 우리는 이사를 했다. 이사하고 집수리를 다 마친 날이었다. 중년의 핀란드 남성 ‘아르또(Arto)’가 교회에 찾아와서 대뜸 “오늘 성경공부 있어요?” 하고 물었다. 우리가 이사 온 사실을 아는 사람이 많지 않고, 알리지도 않았기에 깜짝 놀랐다. 아르또는 마음에 풀리지 않는 영적 갈증으로 고민하며 이 교회 저 교회 찾아다니는 사람이었다. 그렇게 지내다가 우연히 친구에게서 우리 이야기를 들은 것이다. 그날 아르또는 복음을 듣고 굉장히 기뻐했다. 그리고 성경을 가르쳐 달라며 매일 교회에 찾아왔다.
그 후 성경공부 모임들이 만들어졌다. 아르또가 동네 사람들을 초청해서 이 집, 저 집 찾아가며 성경공부를 하게 된 것이다. 헬싱키에서 한 시간 떨어진 도시 ‘하멘린나’에서도 다섯 가정 정도가 모여서 갖는 성경공부 모임이 만들어졌다.
핀란드 사람들의 성품을 넘어 복음을 전할 지혜와 방법이 나에게는 없었다. 그래서 나는 포기하려고 했다. 그런데 주님이 성경공부라는 방법으로 외로운 늑대로 사는 핀란드 사람들에게 다가가게 하셨다. 이곳에서 가장 합당한 복음전도의 길이 열려 나로 하여금 바쁜 삶을 살게 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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