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외 나무에 속는구나…”
“참외 나무에 속는구나…”
  • 손인모
  • 승인 2014.06.03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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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속에서 . 손인모의 참외 농사 이야기 1

 

나는 경상북도 성주에서 참외 농사를 짓는 농부다. 요즘은 수확기여서 알차게 익은 참외들을 따내 출하하는 즐거움이 쏠쏠하다.
이 지역에서는 10월에 참외 농사를 시작해 이듬해 2월에서 7월까지 참외를 따서 판매한다. 닐하우스에서 재배하기 때문이다. 참외는 사과나 배처럼 열매를 한 번 수확하고 마치는 것이 아니라, 5개월 가량 계속해서 열매를 맺고 수확한다. 올해는 이곳에서 참외 농사를 짓는 사람들이 대부분 롤러코스터를 타듯 기쁨과 슬픔을 맛보아야 했다. 그 사연을 소개하면 이렇다.
참외는 호박에 참외 줄기를 접목한 후, 한 달 가량 키워서 11월 말부터 비닐하우스에 옮겨 심는다. 비닐하우스 안에서 겨울을 나며 줄기와 뿌리가 자라는 것이다. 그런데 작년 12월부터 올 1월까지는 날씨가 유난히 따뜻했다. 비닐하우스 안의 온도가 높다 보니 참외 넝쿨이 한 달 만에 이랑에 가득 차도록 자랐다. 예년보다 빨리 자란 것이다. 꽃도 잘 피고, 열매도 잘 달렸다. 맏물 참외가 줄기마다 2개에서 4개까지 달렸다. 1월 중순 즈음, 농부들은 “참외가 잘 되었다”며 모두 싱글벙글했다.
그런데 농사를 잘 짓는 사람은 맏물 참외에 관심을 두지 않는다. 맏물은 한 개만 남겨두고 나머지는 다 따버린다. 그 한 개도, 상품 가치가 없는 작은 것을 놔두고 큰 것들을 따버린다. 겨울에 열매를 익게 하려면 영양분이 열매로 많이 가야 하고, 그러면 뿌리와 줄기가 약해지기 때문이다. 참외가 많이 달릴수록 뿌리와 줄기는 약해진다. 하지만 대부분의 농부들은 꽃이 많이 피고 열매가 많이 달리면 그것을 따내기가 쉽지 않기에 그냥 둔다.
지난 1월에는 날씨가 따뜻해서 넝쿨이 아주 좋으니까, 농부들이 뿌리도 좋은 줄 알고 참외가 많이 달린 것을 아주 기뻐했다. 사실은, 날씨가 따뜻해도 기온이 낮아서 넝쿨이 웃자라기만 했지 뿌리는 생각만큼 깊이 뻗지 못했는데 말이다.
2월이 되어 맏물 참외를 수확하고 나자, 잎이 마르고 줄기만 앙상하게 남아 난리가 났다. 농약사에 갔더니, 사람들이 넝쿨을 살리기 위해서 영양제와 비료를 많이 사간다고 했다. 그런데 농약사 사장님이 하는 말이, 손님 가운데 한 사람이 이미 한 달 전에 “참외 나무에 속는구나…” 하고 말했다는 것이다. 많은 농부들이 뿌리를 보지 못하고 넝쿨만 보고 속은 것이다. 풍년이라고 했던 농사가 흉년으로 바뀌어서 울상이다.
“참외 나무에 속는구나…”라고 말한 사람은 전에 속아 보았기에, 멀리 내다보는 지혜를 얻어서 뿌리를 관리하며 느긋하게 농사를 지었을 것이다.
인생도 그러하리라. 사람들은 대부분 우선 열매가 맺히는 것을 좋아하지, 뿌리가 계속해서 열매를 맺을 수 있을 만큼 튼튼한지에는 관심이 없다. 눈에 보이는 것에 속는 것이다.
“악인은 불의의 이를 탐하나 의인은 그 뿌리로 말미암아 결실하느니라.”(잠 12:12)
나는 전에 참외 열매를 따내는 지혜를 얻어서 올해 참외 농사를 잘 지었는데, 인생길을 가는 것도 내 눈에 보이는 것을 따라가지 않고 내 삶의 뿌리가 되는 예수님과 교회와 하나님의 종을 좇아가는 지혜를 교회에서 배웠다. 그래서 삶에 항상 소망이 넘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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