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칙을 무너뜨리지 않는 독일인
원칙을 무너뜨리지 않는 독일인
  • 진병준 (독일 베를린 선교사)
  • 승인 2014.06.04 14: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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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나라에 살면서

 
2차 세계대전 중 독일 도시의 건물들은 7~80퍼센트가 연합국의 폭격으로 파괴되었다. 1945년 전쟁이 끝난 후 독일 사람들에게 남겨진 것은, 전쟁도발국에게 주어진 무거운 보상금 형(刑)과 폭격으로 무너진 건물의 콘크리트와 벽돌을 치우는 일이었다. 거기에다 유대인 학살 때 학계, 정계, 경제계의 유대인 주요인사들도 수없이 죽임을 당해 기술 및 연구 분야에서 인재를 상당수 잃은 상태였다. 그런 상황에서 일으킨 경제부흥은 가히 기적에 가깝다.
1990년에는 동·서독이 통일되어 낙후된 동독 경제를 끌어안으면서 독일 경제가 휘청거렸다. 하지만 구(舊) 동독 지역에 지속적으로 투자해 경제균형을 이루었다. 유로화 통화개혁도 무난히 극복했다. 최근 유럽에 전반적으로 경제침체와 금융위기가 찾아왔지만 독일은 유럽의 재정위기 극복을 주도하며 세계 시장에서도 입지를 다져가고 있다.
이처럼 독일 경제가 탄탄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 기반에 대한 분석이 많은 연구에 의해 이미 나타나 있다. 독일의 기업 하면 자동차 산업이 먼저 떠오른다. 벤츠, 아우디, BMW, 폭스바겐, 포르쉐…. 자동차 산업 외에도 지멘스, 아디다스, 알리안츠 보험, 바이엘 등등 유수한 대기업들이 있다. 그런데 경제를 지탱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은, 전문 분야별로 우수한 기술력을 갖춘 중소기업들이라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다.
최근 조사에 의하면, 세계 시장 점유율이 1~3위 안에 드는 독일 기업은 약 1,500개로 증가했는데, 그 가운데 약 1,350개가 중소기업이었다. 독일 정부의 중소기업 연구개발 지원액이 한국보다 적음에도 불구하고 이처럼 경쟁력을 갖고 있는 것은 산학연(産學硏)의 협력 까닭이다. 혁신적인 기술을 개발하고 공유함으로써 최고의 기업으로 자리할 수 있는 것이다. 중소기업과 대기업의 임금 차도 거의 없어 고급 인력의 대기업 쏠림 현상도 없다.
이러한 경제구조 바탕에는 ‘대충’이 통하지 않는 철저하고 세밀한 국민성이 자리하고 있다. 병적이라고 느껴질 정도로 꼼꼼하게 준비하는 독일 사람들의 성품은, 그들을 처음 접하는 이들에게 융통성 없는 답답한 사람들로 느끼게 하기에 충분하다. 그런데 융통성이 없다는 것은 반대로 모든 것이 철저한 원칙에 의해 이루어짐을 의미한다. 실제로 독일에서는 인맥이나 급한 사정을 내세워 원칙을 넘어서 일을 처리하는 경우를 거의 볼 수 없다. 관청이나 기업에서 청구인이 급박한 상황을 아무리 설득력 있게 설명해도, 생명에 관계된 일이 아닌 이상 대답은 일관되다. “그렇게 중요한 일이면 미리 생각해서 준비하셨어야죠!” 이러한 독일인의 정신이 건강한 독일 경제의 지주(支柱)가 아닌가 싶다.

 
신앙생활을 하면서도 원칙에서 벗어나는 길을 가려고 할 때가 있다. 급하다고 임기응변이나 인간적인 방법을 사용한다면 당장은 유익하게 보일 것이다. 그러나 바른 정신이 없는 기업은 오래 존속하거나 성장할 수 없듯이, 우리 신앙도 그러하다. 우리 교회에는 인간의 생각을 철저하게 배제하고 하나님의 말씀만을 의지하는 믿음의 원칙이 서 있는 것이 감사하다. 그 원칙이 우리를 참된 신앙인으로 세워 하나님의 뜻을 이루는 도구로 쓰임받게 하는 줄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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