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젊은 선교사 아버지의 기도
어느 젊은 선교사 아버지의 기도
  • 박옥수 (기쁜소식강남교회 목사)
  • 승인 2014.06.04 14: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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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끝까지 복음을, 끝날까지 주님과 (173회)

 

선교사로서 사는 것은…
다른 나라에서 선교하는 것이 쉽지 않다. 그 나라 말에 능숙하지 못할 뿐 아니라, 정부에서 비자를 받는 문제를 비롯해 여러 문제들에 부딪히고, 문화나 사고 차이로 아무것도 아닌 일로 사람들과 부딪히고….  가족들이 만나는 여러 문제들 때문에도 어려움을 겪는다. 선교사로서 사는 것이 고독하기도 하다. 그래서 우리 선교회에서도, 복음을 위해 선교하던 분들이 실망하여 선교를 그만두는 경우가 아주 드물게 있다. “왜 선교를 그만두었어?” 하고 쉽게 말할 수도 있지만, 현지에서 선교하는 것은 정말 어렵다.
선교사가 마음에 스트레스 받을 일이 많지만, 무엇보다 전도해도 구원받는 사람이 일어나지 않고, 구원받았다는 사람도 자주 시험에 드는 것처럼 어려운 일은 없다. 그런 경우 ‘하나님이 나를 돕지 않는다’는 마음을 사탄이 넣어 준다. 사탄이 넣어 준 생각을 가지고 생각해 보면, 틀림없이 하나님이 자신을 돕지 않는다는 마음이 일어난다. 그러면 ‘하나님이 나를 돕지 않으시는데 어떻게 선교를 해?’ 하고 선교 일을 그만두고 직장을 잡는다. 그렇게 살면 행복할 것 같다. 그런데 직장생활을 하다 보면, ‘복음을 전해야 할 내가…’ 하고 마음에 갈등이 생겨서 어려움을 겪는다.

교회로 돌아가게 한 아버지의 이야기
미국의 어느 젊은 선교사가 선교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나는 자격이 없어서 더 이상 선교할 수 없어’ 하고 선교지를 떠나기로 마음먹고 교회에서 나왔다. 그는 한국으로 돌아오기 위해 한국에 계시는 아버지에게 전화를 했다.
“아빠, 나 한국에 돌아갈래요.”
이 선교사의 아버지도 목회자로, 당시 암과 싸우면서 고통 가운데 있던 때였다. 아버지가 암과 싸우는 것도 쉽지 않지만, 미국에서 아들이 선교를 중단하고 한국에 돌아오겠다는 말을 했을 때 가슴이 몹시 아팠을 것이다. 아버지는 아들에게 이렇게 이야기했다.
“너, 한국에 오지 마. 한국에 오면 너 죽어. 안 죽으면 내 손으로 너를 죽일 거야. 절대로 한국으로 오면 안 돼! 너는 그곳 교회 안에 있고, 그곳 형제 자매들 안에 있어야 하고, 그곳 목사님의 인도를 받으면서 있어야 돼. 네가 갈 길은 그 길뿐이야!”
아버지는 이야기를 마치고 냉정하게 전화를 끊었다고 한다. 전화를 끊고 아버지는 아들을 위해 얼마나 기도했을까? 그리고 얼마나 아들을 염려했을까? 전화를 끊은 후 아들도 생각했다.
‘너무 냉정하시네. 난 아버지가 이렇게 냉정하실 줄 몰랐는데….’
아들이 어렸을 때, 아버지와 함께 목욕탕에 가서 목욕을 하면서 아버지가 이렇게 말했다.
“넌 내가 하나님을 믿지 않았으면 무슨 일을 했을 거라고 생각하니?”
“회사원이 됐겠지요.”
“아니야. 나는 하나님이 없었으면 벌써 죽었다. 난 스무 살 때 무서운 결핵에 걸렸어. 그때 난 죽어야 했어. 그런데 교회가, 목사님이 기도해 주셔서 깨끗하게 나은 거야. 그 후로 하나님이 네 엄마를 만나게 하셨고, 또 너를 만나게 하시고 네 동생을 만나게 하셨어. 아버지는 너무 행복하다. 난 예수님 없었으면 벌써 죽었을 거야. 안 죽었어도 어떤 삶을 살았을지 생각만 해도 비참해. 그런데 예수님이 나에게 이렇게 복된 삶을 주신 거야.”
아버지는 아들에게 종종 그런 이야기를 했다.
아들은 교회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난 선교하면 안 되는데…. 나는 해도 하나님이 정말 역사하시지 않는데….’ 하지만 아버지의 마음을 봐서 교회로 돌아가지 않을 수 없었다. 그는 죽기보다 싫은 교회로 돌아가서 교회와 함께하기 시작했다.
시간이 흘러, 슬프게도 아버지는 암으로 세상을 떠나셨고, 아들은 미국에 있는 목사님을 아버지라 생각하고 따르며 신앙생활과 선교활동을 했다.

이제 그의 마음에는 큰 소망과 믿음과 기쁨이…
며칠 전, 젊은 그 선교사가 나에게 편지를 보냈다. 편지에는 지난 이야기가 자세히 적혀 있었다.
“목사님, 이번에 미국에서 사역자 모임을 하면서 너무 은혜롭고 행복했습니다. 만일 제가 교회를 떠났다면 어디로 갔겠습니까? 세상 죄악 속으로 갔겠지요. 그런데 지금 교회 안에 있으면서 말씀을 듣는 동안 은혜가 넘칩니다.
사역자 모임을 마치고 우리는 집회를 했습니다. 미네소타와 포트웨인에서 집회를 했는데, 집회를 준비할 시간이 일주일밖에 없었습니다. 그런데 하나님이 집회에 참석할 사람들을 다 준비해 주셨습니다. 집회 전에 단기선교사들과 함께 전도를 나가면서 ‘미국 사람들이 과연 우리가 하는 영어를 들어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의사소통도 서툰 우리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집회에 초대할 수 있을까?’ 생각되었습니다. 그런데 새로운 분들이 30명이나 와서 얼마나 놀랐는지 모릅니다.
그 가운데 ‘린나’라는 할머니가 있었습니다. 지난 30년 동안 진리를 찾아 헤매신 분으로, 진리를 찾지 못해 집에서 성경을 읽다가 자신이 죄에 매여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하나님께 자신을 죄에서 풀어 달라고 기도했답니다. 그런데 다음날 생전 가지 않던 다운타운에 가서 전도하던 우리가 건넨 전단지를 받고 집회에 참석해서 구원을 받았습니다. ‘타이’는 마약을 파는 청년인데, 세상에서 소망 없이 살다가 그도 죄에서 벗어나고 싶어서 집회에 참석해 구원을 받았습니다.”
젊은 선교사는 이 일들을 경험하면서 ‘하나님이 나 같은 인간에게도 일하시는구나! 우리 모습과 상관없이 하나님이 우리 속에 역사하시는구나!’ 하는 마음이 생겼다. 이제는 그의 마음에 부담이나 어려움이나 절망이 있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이 자신과 함께하신다는 큰 소망과 믿음이 있고, 기쁨이 있었다. 그리고 그의 곁에는 그를 통해서 인생이 변한 형제와 자매가 있고, 성도들이 있고,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이웃이 있었다. 그는 미국의 어느 조그마한 예배당에서, 세상 어디에서도 만들 수 없는 서로 믿고 대화하며 아끼는 사랑의 보금자리를, 주님의 은혜를 입어서 만들고 있다.

아버지가 한 기도는 하나님의 마음 안에 살아 있어서…
나는 생각해 본다. 아들이 선교하다가 도망쳐 오겠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아버지의 마음은 어떠했을까? 아버지는 그런 아들을 위해서 얼마나 기도했을까? 그리고 아들이 아직 믿음이 없는 상태에서 눈을 감고 세상을 떠나야 할 아버지의 마음은 어떠했을까? 아버지는 세상을 떠나면서 아들을 하나님께 맡기고, 교회에 맡기고, 하나님의 종에게 맡길 수밖에 없어서 아들에게 냉정하게 말한 것이다.
아버지는 아들을 위해서 얼마나 뜨겁게 기도 드렸을까! 다 알 수 없다. 그러나 분명히 아는 것은, 아버지는 지금 세상에 살아 있지 않지만 아버지가 한 그 기도는 하나님의 마음 안에 살아 있어서 아들을 바꾸었다. 아들에게 새로운 소망을 주고, 기쁨을 주고, 열매를 주고, 행복을 주었다. 아버지는 기도를 통해서 앞으로도 아들이 아버지를 만날 그날까지 하나님이 아들을 통해서 힘있게 일하실 수 있는 밑거름을 만들었다.
젊은 선교사가 미국을 다 바꾸지는 못하지만, 죄에 빠져 있고 근심과 고통에 빠져 있는 한 사람 한 사람에게 복음을 전할 것이다. 그들 마음에 기쁨을 가져다주고 믿음의 세계를 만들 것이다. 그가 아름답고 참된 하나님의 종이 된 것을 생각할 때 말할 수 없이 감사하다.
하나님은 예수님을 대적하던 사울을 귀한 복음전도자로 만드셨다. 죄악 속에 빠져 있던 우리를 건지셔서 일하시는 하나님이 너무 놀라워서 하나님께 영광을 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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