뚜두 벵(Tudo bem)!
뚜두 벵(Tudo bem)!
  • 최상현 (브라질 리오데자네이루 선교사)
  • 승인 2014.07.04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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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나라에 살면서

 
 
월드컵. 전 세계 사람들의 이목이 브라질을 향하고 있다. 64년 만에 월드컵을 개최하는 브라질은 여섯 번째 우승을 노리고 있다. 월드컵 최다 우승국인 브라질에서는 축구가 거의 유일한 국민 스포츠로, 1년 내내 축구 경기가 끊이지 않는다. 가족 모두 같은 축구팀의 티셔츠를 입고 경기장이나 거리에서 응원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그래서 이곳에서는 종종 처음 만나는 사람과 “당신은 어느 축구팀을 좋아합니까?” 하고 대화를 시작한다. 우연히 같은 팀을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면 고향 친구를 만난 듯 들떠 반가워한다.
동네의 좁다란 골목길이나 공원 등, 공을 찰 수 있는 공간만 있으면 축구를 하는 아이들의 모습도 흔히 볼 수 있다. 그 길을 지나가는 운전자들은 경적을 울리지 않고 기다리다가, 아이들이 길을 비켜 주면 엄지를 치켜올리며 “따봉!”이라고 외치며 지나간다. 이들에게 축구는 단순한 스포츠가 아닌, 마음의 소통이자 유일한 공통의 놀이이고 삶 자체인 것이다.
월드컵 개막전인 브라질과 크로아티아의 경기에서 11분 만에 브라질의 마르셀로 선수의 자책골이 나왔다. 그때 관중들은 그의 이름을 부르며 “뚜두 벵(Tudo bem, 괜찮아)!” 하고 일제히 외쳤고, 동료들은 그를 위로했다. 뚜드 벵 메시지는 브라질 팀의 분위기를 더욱 끈끈하게 만들어 개막전을 승리로 이끌었다. 훈훈한 감동이었다.
브라질 사람들이 잘 웃고 낙천적인 것은 모든 것(tudo)이 좋다(bem)는 마인드가 바탕이 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뚜두 벵!” 하고 외치며 실수와 어려움을 수용하는 삶의 여유를 가지고 있다. 이곳 사람들을 가만히 보고 있으면, 가진 것이 없지만 지금 가지고 있는 것 하나에 만족할 줄 알며, 그것을 즐기는 사람들이라는 생각이 든다.
복음의 일을 하다 보면, 눈에 보이는 결과에 매일 때가 많다. 당장 눈앞에 나타나는 것이 없으면 쉽게 실망하고 좌절한다. 로마서에 “우리가 알거니와 하나님을 사랑하는 자, 곧 그 뜻대로 부르심을 입은 자들에게는 모든 것이 합력하여 선을 이루느니라.”(롬 8:28)라는 말씀이 나온다. 지금 내가 볼 때 좋은 일이든 좋지 않은 일이든 그 모든 것이 다 합하여 하나님의 선한 일을 이룬다는 것이다.
나 역시 브라질의 ‘히우데자네이루’에서 선교를 시작할 때 눈에 보이는 열매가 없어서 실망하고 좌절한 적이 많았다. 마음에 복음을 전할 힘조차 다 잃어버렸다. 감사하게도, “여호와께서 요셉과 함께하시므로 그가 형통한 자가 되어”(창 39:2)라는 말씀이 마음이 들어오면서 주님을 기다릴 수 있었고, 그때부터 하나님께서 형편과 상관없이 일하시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실수한 축구선수에게 힘을 불어넣어 주는 말, 뚜두 벵! 우리도 신앙생활을 하면서 항상 실수하고 문제를 일으키지만, 그 마음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교회와 하나님의 종들이 주님의 마음을 불어넣어 준다. 눈에 보이는 것에 마음을 두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을 향해 눈을 들게 한다. 지금 삶 속에서 만나는 문제나 어려움을 주님으로 말미암아 즐기게 한다.
축구시합의 결과와 상관없이 축구 자체를 즐기는 브라질 사람들처럼 그리스도인은 신앙을 즐기는 사람들이다. 눈에 보이는 결과가 아닌 하나님으로 말미암아 마음이 풍성해지고, 하나님이 일하실 것을 기다리면서 즐거워하는 사람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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