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에 참외가 더 풍성하게 맺히게 하려고
내년에 참외가 더 풍성하게 맺히게 하려고
  • 손인모
  • 승인 2014.09.13 11: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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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속에서 . 손인모의 참외 농사 이야기 4

 

 
가난했던 어린 시절, 나라 전체에 쌀이 부족해 우리 집에서 쌀밥은 명절이나 생일 때에나 구경할 수 있었다. 박정희 대통령이 쌀 생산량을 늘리기 위해 쌀 증산 정책을 펴면서 농지에서는 무조건 벼농사를 해야 했다. 참외 농사를 하다가도 6월이 되면 참외를 뽑고 모내기를 했다. 그 후 1970년대 중반에 수확량이 많은 통일벼가 보급되어 쌀 생산량이 많아지면서 벼농사를 강요하던 정책은 사라졌다.
1980년대 말경에 ‘금싸라기’ 참외 종자가 나오면서 참외는 고소득 작물이 되었다. 어떤 농부들은 참외 밭에 영양제, 비료 등을 계속 주어 10월까지 참외를 수확했다. 벼농사보다 수익이 몇 배나 좋고, 일도 쉬웠다. 그런 농사법이 점점 퍼져 성주의 참외 농가에서는 대부분 9~10월까지 참외를 키웠다. 우리 밭에서도 6월까지만 참외를 수확하다 10월까지 수확하니 집에 돈에 떨어지지 않아서 좋았다.
가을까지 참외 수확을 계속하는 것을 ‘연장 재배’라고 하는데, 연장 재배를 하면서 해마다 참외 수확량이 줄고 품질도 나빠졌다. 성주군 전체의 참외 면적은 늘어나지만 수확량은 해마다 줄어들었다. 그때 지혜로운 농부들은 농사법을 바꾸어 7월이 되면 참외와 비닐하우스를 걷어내고 벼농사를 하였다. 그러자 다음 해부터 참외 수확량이 다시 늘었다.
무슨 작물이든 같은 밭에서 계속 재배하면 지력地力이 약해진다. 그래서 우리 조상들은 1년은 고추, 1년은 배추 등 돌려짓기를 했다. 몇 년 전부터는 참외기술센터에서 소 사료용 목초인 ‘수단그라스’나 옥수수를 심어 2개월 정도 키운 후 이삭이 나올 때쯤 밭을 갈아엎고 작물을 잘게 부수어 밭에 넣으면 좋다고 하여, 나도 수단그라스를 심어 퇴비로 활용하고 있다.
보통 참외는 11월에 모종을 비닐하우스에 옮겨 심고, 이후 8개월 동안 많은 영양제와 비료를 물과 함께 토양에 공급한다. 그런데 그 영양제와 비료의 50%도 참외가 흡수하지 못하고 나머지는 땅에 축적된다. 그리고 그것들이 참외가 새로운 영양분을 흡수하지 못하게 방해한다. 그때 벼나 수단그라스나 옥수수 등을 심으면 땅에 축적되어 있던 비료 성분을 그 작물들이 다 흡수하는 것이다. 또 그것들이 이삭이 나올 때쯤 잘게 잘라서 땅에 넣어 주면 퇴비가 되는 것이다.
어느 농부가 7월 초에 참외가 많이 달려 있고 넝쿨도 좋은데 참외 뿌리를 끊고 밭을 정리했다. 나 같으면 참외를 다 따서 팔고 나서 뿌리를 끊었을 텐데…. 내일을 위해 오늘을 포기하는 그런 사람을 보면 존경스럽다.
하나님은 나에게서 성령의 열매가 풍성하게 맺히게 하시려고 내 마음밭을 관리하신다. 때로는 기쁨과 즐거움을 듬뿍 주시고, 때로는 필요한 영양분 흡수를 가로막는 남아도는 즐거움이나 만족을 제거하시려고 고난과 어려움을 주신다. 올 봄, 우리 교회에 새로운 목사님이 오셨다. 목사님이 목회를 시작할 때 어느 선배 목사님이 “자네, 받는 것부터 배우지 말고 주는 것부터 배우게”라고 하셨다는데, 그 말씀을 크게 받아 지금도 그 마음으로 사시는 이야기를 한번은 들려주셨다. 주로 받기만 하는 삶을 살았던 나도 주는 삶을 배우고 싶어서 그날부터 마음을 바꾸었다. 바뀐 마음으로 살아 보니 받을 때보다 더 행복하다.
내년에 참외가 더 풍성하게 맺히게 하려고 농부는 잘 기른 목초들을 아낌없이 갈아엎어 땅 속에 넣는다. 하나님이 내 인생길을 그렇게 인도하시는 것이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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