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합을 깨뜨린 여인처럼 나 자신을 깨뜨리며 살고 싶다
옥합을 깨뜨린 여인처럼 나 자신을 깨뜨리며 살고 싶다
  • 김광운 (베냉 선교사)
  • 승인 2014.12.05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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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교사 수기 (12회, 마지막회)

 

 
     아프리카 베냉에 사는 동안, 나는 부족하고 연역하지만 하나님은 계속해서 나를 섬기셨다. 
    그렇게 나를 섬기신 주님 앞에 송구스럽다. 주님께서 나를 섬겨 오신 것이 분명히 보일 때,
     옥합을 깨뜨려 향유를 주님께 부은 여인처럼 나 자신을 깨뜨릴 수 있다. 내 생각을, 내 판단을,
     나 자신을 깨뜨리며 살아가고 싶다. 

 

 

“특별히 저를 위해 기도해 주실 수 있습니까?”
베냉에 와서 지낸 지 9년 만에 교회 등록증을 받았다. 내무부에서 어느 날에 등록증을 받아가라고 전화가 와서 그날 오후 5시쯤 등록증을 받으러 갔다. 우리에게 등록증을 건네준 분은 내무부에 소속된 경찰서장쯤 되는 위치에 있는 분이었다. 그분은 우리에게 건네는 것이 교회 등록증인 것을 보고는 나에게 “저를 위해 기도해 주십시오” 하고 부탁했다. 나는
“그럼요. 당연히 기도해 주지요” 하고 대답했다. 그분은 다시 “제가 목사님 교회를 한번 찾아갈 테니 특별히 저를 위해 기도해 주실 수 있습니까?” 하고 물었다. 나는 꼭 우리 교회를 찾아오라고 하며, 오면 꼭 특별 기도를 해주겠다고 약속했다. 그러자 그분은 책상 서랍을 열더니 10만 세파프랑(약 200달러)을 꺼내 나에게 주었다. ‘야! 기도 한 번 해주는데 10만 세파프랑을 주다니…!’ 그분 마음에서 기도를 받으려고 하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미루어 생각할 수 있었다.
그 주 일요일에 그분이 가족과 함께 우리 교회를 찾아왔다. 나는 그분을 위하여 특별히 기도해 주었고, 개인적으로 신앙상담도 나누었다. 그 후, 그분을 생각하면서 다시 복음을 전하고 싶어 사무실로 찾아가 성경 말씀을 이야기했다. 그런데 그분은 내가 하는 이야기에는 귀 기울이지 않고 뭔가를 열심히 적으며 자기를 위해 기도해 달라고 하면서 자신이 원하는 일을 이야기했다.
“목사님, 저는 장군이 되려고 합니다. 지금 저를 포함해서 3명이 후보인데, 한 사람만 장군이 될 수 있습니다. 저는 이번에 제가 꼭 장군이 되고 싶습니다. 제가 장군이 되도록 저를 위해 기도해 주십시오.”
그분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보니, 그분은 다른 것에는 전혀 관심이 없고 오직 장군이 되는 일만 생각하고 있었다. 굉장히 좋은 위치에 있는데도, 장군이 되어야 한다는 욕망에 사로잡혀 현재의 삶에는 전혀 만족하지 못하고 불안해하며 초조하게 살아가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욕망을 따라 사는 사람들과 하나님의 뜻을 따라 사는 사람들
아프리카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대통령이 한 번 정권을 잡으면 좀처럼 자리에서 내려오지 않고 장기집권을 한다. 몇 년 전, 코트디부아르에서 10년을 통치하던 대통령이 투표를 실시해 낙선하고 새로운 후보가 새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그런데 투표에서 진 대통령이 자기가 이겼다고 하면서 자리에서 내려오지 않고 대통령 궁을 비워주지 않았다. 그로 인해 결국 내전이 일어나 많은 청년들이 생명을 잃었다. 선거에서 졌는데도 욕망을 내려놓지 못해 대통령 자리를 버리지 못하고 나라를 전쟁의 소용돌이 속으로 몰아넣었던 그는, 결국 체포되어 지금은 감옥에서 지내고 있다.
사람들 마음에 욕망을 집어넣는 존재는 사탄이다. 사탄이 넣어주는 욕망에 사로잡히면, 그 사람은 기쁨을 잃어버리고 현실에 만족하지 못한 채 원하는 것만을 얻으려고 정신없이 달려가는 것이다. 한 사람의 욕망 때문에 수많은 젊은이들이 고귀한 생명을 잃은 것을 생각하면, 욕망은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 모른다. 이처럼 욕망이 무서운 결과를 가져오는데도 욕망에 사로잡혀 사는 사람들이 많다.
그리스도인들은 욕망을 좇아 사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인도와 역사를 기다리며 하나님의 뜻을 따라 사는 사람들이다. 그처럼 하나님의 뜻을 따라 살 때 우리는 항상 기뻐하며 여유 있는 삶을 살 수 있다. 다윗은 젊은 날 사울을 피해 도망다니는 삶을 살았다. 그렇게 지내던 어느 날, 사울을 죽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찾아왔다. 그때 다윗의 부하 아비새가 이렇게 말했다.
“하나님이 오늘날 당신의 원수를 당신의 손에 붙이셨나이다. 그러므로 청하오니, 나로 창으로 그를 찔러서 단번에 땅에 꽂게 하소서. 내가 그를 두 번 찌를 것이 없으리이다.”
다윗은 아비새에게 이렇게 대답했다.
“죽이지 말라. 누구든지 손을 들어 여호와의 기름 부음을 받은 자를 치면 죄가 없겠느냐?”
자기를 죽이려고 하는 적을 만났을 때 누가 죽이고 싶지 않겠는가. 또 사울이 죽으면 다윗이 왕이 될 것이 분명했기에 다윗도 당장 사울을 없애고 싶었을 것이다. 그런데 사울을 죽이지 않은 것을 보면, 다윗은 참으로 욕망을 따라간 사람이 아니라 하나님의 뜻을 따라 살았던 것이다. 그러한 다윗의 삶을 보면서 우리 그리스도인들이, 특별히 아프리카의 형제 자매들이 다윗처럼 하나님의 뜻을 따라 살기를 바라시는 하나님의 마음을 발견한다.
이사야 38장 14절에서, 히스기야 왕은 “나는 제비같이, 학같이 지저귀며 비둘기같이 슬피 울며 나의 눈이 쇠하도록 앙망하나이다” 하고 하나님께 기도했다. 우리가 자신의 욕망을 따라 사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뜻을 따라 살면서 하나님을 기다리고 눈이 쇠하도록 하나님을 앙망할 때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것을 본다. 그런데 우리는 하나님을 간절히 바라거나 앙망하지 않고 내 욕망대로 흘러가버릴 때가 많다.

이곳에 IYF센터를 짓고, 학교를 지어 나갈 것이다
작년 베냉 월드캠프 때 박옥수 목사님이 주강사로 오셔서 대통령을 만나 복음을 전하셨다. 이어 대통령께서 월드캠프 장소에 직접 오셔서 캠프에 참석한 청소년들에게 강연을 해주셨다. 박 목사님은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 ‘청소년들을 위해 IYF센터 등을 건립할 부지 10헥타르의 땅을 달라’고 요청했는데, 금년 9월에 대통령께서 코토누 시장에게 ‘IYF에 땅을 주라’고 직접 전화하셨다. 그 후, 우리는 대통령의 아들과 청소년부 장관과 함께 코토누 시장님을 만나 그 일에 대해 의논하는 시간을 가졌다. 시장님은 “그 땅에 경기장을 지을 계획을 가지고 있었는데, 정부의 요청대로 그 계획을 포기하고 IYF에 땅을 드리겠습니다” 하고 말했다.
우리는 일들이 진행되는 것을 보면서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시에서 우리에게 준 땅은, 국립대학교가 있는 곳에서 차로 10분 정도밖에 떨어지지 않은 시내에 위치해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땅을 주어도 시내에서 멀리 떨어진 외곽지나 수도가 아닌 다른 도시에 있는 땅을 주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하나님은 아주 좋은 장소에 있는 땅을 주신 것이다. 우리는 내년부터 이곳에 IYF센터를 짓고, 이어 학교를 지어 나갈 계획이다.

“그 자매님이 왜 그렇게 이야기했는지 오늘에야 이유를 알겠네요!”
지난 11월 9일에는 대통령의 아들이 동생과 함께 우리 교회 예배에 참석했다. ‘성경 말씀도 나누고 월드캠프에 참석한 청소년들에게 그날 수료증을 수여해 달라’고 부탁했는데, 흔쾌히 받아들인 것이다. 나는 그분에게 다른 이야기를 하지 않고 성경 말씀만 전했다. 예배를 마친 후에는 두 분과 개인적으로 이야기를 나누며 복음을 전했는데, 두 분 다 복음을 받아들였다. 특별히 큰아들 나세르Nasser는 2013년 한국 월드캠프에 참석해 박 목사님의 설교 말씀에 감동을 받아 우리에게 마음을 활짝 열고 있었다. 나세르는 복음을 다 들은 후, “전에 한국에 갔을 때 민박했던 집의 자매님이 ‘베냉에 가시면 꼭 선교사님을 만나 말씀을 들어보세요’라고 했는데, 그 자매님이 왜 그렇게 이야기했는지 오늘에야 이유를 알겠네요!” 하며 굉장히 기뻐했다. 그분이 기뻐하는 모습을 보며, 우리도 이런 복음을 주신 하나님과 교회 앞에 감사한 마음을 금할 길이 없었다.
 

 
이제는 내가 주님을 섬기고 싶은 마음이 든다
내가 아프리카 베냉에 사는 동안, 나는 부족하고 연역하지만 하나님은 계속해서 나를 섬기셨다. 그렇게 나를 섬기신 주님 앞에 너무 송구스럽다. 나를 섬겨 오신 주님을 생각하면서 이제는 내가 주님을 섬기고 싶은 마음이 든다. 어떻게 하는 것이 주님을 섬기는 것일까?
마태복음 26장에 옥합을 깨뜨린 여인이 나온다. 그 여인은 자신이 가지고 있던 귀한 것을 깨뜨려 그것을 주님께 부어 주님을 섬겼다. 주님을 섬기는 것은, 다른 것이 아니라 나의 귀한 것을 깨뜨리는 것이라는 마음이 든다. 주님께서 나를 섬겨 오신 것이 분명히 보일 때 나 자신을 깨뜨릴 수 있는 것이다. 내 생각을, 내 판단을, 나 자신을 깨뜨리며 살아가고 싶다.

그동안 내가 쓴 글들을 읽어 주신 독자 여러분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처음 선교사 수기를 써 달라는 부탁을 받았을 때 크게 부담스러웠다. 글을 써본 적이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짧게 연재하고 마치면 좋겠다고 생각했지만 1년이란 시간이 주어졌고, 매달 글을 쓸 때마다 부담스러웠다. 그런데 하나님이 내 삶 속에서 역사하신 일들을 쓰다 보니 나에게 큰 축복이 되었다. 결코 부담이 아니었고, 크신 하나님을 다시 생각하고 더듬어볼 수 있는 좋은 시간이었다. 나를 인도하시고 섬겨 주신 주님이 지나온 그 날들을 돌아볼 수 있도록 글을 쓸 수 있는 시간 또한 주심이 감사하고, 모든 영광을 주님께 돌린다.

 

김광운 선교사는 대학 시절 질병으로 고통하던 중 우연히 익산은혜교회에 예배를 드리러 갔다가 전도집회에 참석해 복음을 듣고 구원받았다. 이후 선교학교를 거쳐 2001년 2월 베냉으로 파송되었고, 현재까지 베냉에서 복음을 전하고 있다. 1년간 선교사 수기를 기고해 준 김광운 선교사님께 감사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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