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대로 가는 기차 안에서
해운대로 가는 기차 안에서
  • 글 박민희 편집장
  • 승인 2015.08.06 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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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5일, 낮 12시 19분. 서울역을 떠나 부산 해운대역으로 가는 새마을호 기차. 저녁 7시에 해운대 백사장에서 시작되는 ‘2015 월드문화캠프’ 개막식에 참석하기 위해, 주일 예배를 마치고 부지런히 움직여 서울역에 도착하여 기차에 몸을 실은 많은 성도들. 그 가운데 나도 있었다. 내 자리는 1호 칸의 47번. 옆자리에는 아내가 앉았다. 

 
 기차가 서울역 플랫폼을 빠져나가면서 작년 이맘때 무궁화호 열차를 타고 해운대역으로 갔던 여행이 떠올랐다. 그땐 비가 내리고 있었다. 두 대의 기차가 약간의 시간 차이를 두고 해운대역으로 향했는데, 앞 기차에는 박옥수 목사님과 ‘세계 청소년부 장관 포럼’에 참석하기 위해 각국에서 들어온 장관님들이 타고 있었다. 나는 뒤따라가는 기차에 타고 있었다. 돌아보면 재미있었던 것이, 앞 기차에서는 개막식을 잘 갖도록 비를 멎게 해달라고 마음 쏟아 기도했다고 한다. 그런데 뒤쪽 기차에 타고 있었던 나는 아주 흥미로운 광경을 계속 보고 있었다. 차창으로 보이는 철로 옆 거리와 들판들은 다 물에 흠뻑 젖어 있는데, 비는 내리지 않았다. 우리 기차가 지나가기 직전에 비가 그친 풍경이었다. 앞 기차가 비를 몰고 가고 있다고 생각되었다.
 그렇게 비를 해운대까지 몰아내며 기차는 달렸고, 그날 저녁 나는 환상적인 개막식을 맛보았다. 시원한 바람이 연신 불어오고, 백사장 조금 너머에서 파도 소리가 배경 음악처럼 리드미컬하게 계속 들려오고, 그라시아스 합창단의 따뜻하고 감미로운 음악이 쉴 새 없이 귀와 가슴을 파고들고…. 소년 시절에 명작 소설들을 읽으며 가슴에 그리움으로 남겨두었던, 그런 그리움을 가슴에 남겨두었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던 그 풍경들, 그 장면들이 내 마음에서 펼쳐지고 있었다.
 올해는 날씨가 좋았다. 아내와 나는 즐거운 마음으로, 점심으로 준비해 간 주먹밥을 꺼내 먹기 시작했다. 잠시 후, 박옥수 목사님이 1호 칸에 들어와 좌석마다 둘러보며 성도들과 인사를 나누시고, 성도들이 권하는 음식을 먹기도 하셨다. 기차에 탄 모든 성도들을 그렇게 돌아보시는 모양이었다.
 점심을 먹고 즐거운 기차 안 예배가 시작되었다. 가스펠 그룹 리오몬따냐의 찬송, 몇 사람의 간증, 그리고 박옥수 목사님의 설교 말씀이 이어졌다. 기차의 스피커 상태가 좋지 않아서인지, 내가 스피커와 떨어진 자리에 앉아서인지 소리가 잘 들리지 않는 아쉬움이 있었지만, 그래도 즐거웠다.
 예배를 마치고 박 목사님이 1호 칸으로 오셨다. 내 좌석에서 대각선으로 앞쪽에 네 분이 마주보며 여행을 하고 있었는데, 그 가운데 두 분이 구원받지 않은 분이어서 복음을 전하러 다시 오신 것이다. 그분들은 그라시아스 합창단이 마련한 음악회 ‘스바보드나’에 참석해 마음이 열려 월드문화캠프 개막식까지 보러 가는 모양이었다. 박 목사님이 복음을 전하시는 것을 지켜보는, 생각지 않았던 즐거움이 생겼다.
 한 자매님이 자리를 비켜 주고, 목사님이 그 자리에 앉아 앞에 앉아 있는 분에게 이야기를 시작하셨다. 먼저 목사님이 근래에 겪고 있는 일들과 목사님의 삶을 진솔하게 말씀하셨다. 행여 마음을 열지 못해 하나님의 말씀을 받아들이지 못할까봐 그러시는 것 같았다. 이어서 성경이 이야기하는 바를 설명하기도 하고, 성경을 펴 성경 구절을 읽어 주기도 하며 복음을 전하셨다. 즐겨 말씀하시는 성막 이야기를, 노트에 그림을 그려 가며 이야기하셨다. 
 
 “성막이 이렇게 생겼는데, 이건 하늘에 있는 성전의 모형이에요. 모세가 하늘에 있는 성전을 보고 이 땅에 모형을 만든 거예요. … 이 땅에서는 시간이 흘러가지만 하늘나라는 영원해요.”
 목사님은 ‘시간이 흘러가는 이 세상’과 ‘영원히 존재하는 하늘나라’를 이야기하셨다. 이야기를 들으며, 문득 목사님 마음 안에 있는 영원한 세계가 생각되었다. 몸은 이 땅에 속해 있지만, 시간의 굴레 안에 있어서 쇠하여 가고 결국 죽지만, 마음은 영원한 세계에서 사는 사람! 영원한 세계를 잃고 육체만 남아서 죽는 것이 두려워 일생에 종노릇하며 사는 사람들을 영원한 나라로 초대하는 사람, 그들의 손목을 잡고 영원한 나라로 이끌어 주는 사람, 예수 그리스도의 사람이다.
 고개를 돌려 창밖을 바라보았다. 들과 시내, 나무들과 풀들…. 풍경이 멋있지만 영원을 담을 수는 없는 물질들, 그림자들. 내 마음에도 자리하고 있는 영원한 세계가 한없이 아름다웠다. 나를 이 영광스런 세계로 이끌어 주신 하나님이 한없이 감사했다. 그런 세계로 인도하는 하나님의 사람이 우리 곁에 있다는 사실이 말할 수 없이 다행스러웠다. 전하는 자 없이 그 세계를 어찌 알 수 있겠는가? 하나님의 사람을 만나 영원한 세계로 들어간 것은, 육체로 태어나 육체의 세계만을 알던 한 인간에게 얼마나 큰 행운인가!
 목사님은 앞에 앉은 분에게 ‘영원한 하늘나라 성전에서 예수님께서 당신의 피로 영원한 속죄를 이루신 것’을 이야기하셨다. 나이가 지긋하신 아주머니는 목사님이 들려주시는 이야기를 좇아 죄악된 세상을 떠나 영원한 나라의 문을 열고 그 안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이제 죄가 영원히 다 씻어졌지요? 의롭게 되었지요?”
 “예.”
 의인! 죄인으로 태어나 죄에 끌려다니며 살던 한 사람이 새로운 존재가 된 것이다. 옛 사람과 완전히 다른 새 사람이 된 것이다.
옆에서 듣고 있던, 구원받지 않은 다른 분이 “그런데요…” 하고 입을 열었다. 마음에 있는 의심을, 의문을 꺼내놓았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분 역시 영원한 하늘나라의 시민이 되었다. 감격스런 순간이었다.
 창밖을 바라보니, 낙동강이 흐르고 있었다. 땅에 던져진 물고기처럼 인생은 얼마나 고통스러운가! 극한 목마름과 극한 고통…. 나 역시 그 고통 속에서 몸부림치다 이 생명의 물을 만나 얼마나 행복했던가! ‘저분들 인생에는 남모를 어떤 목마름과 어떤 고통이 있었을까?’ 사연을 듣지 못했으니 알 수 없지만, 땅에서 힘없이 파닥거리던 물고기가 깊고 넓은 생명의 물을 만났으니 얼마나 자유롭겠는가! 얼마나 행복하겠는가!
 목사님이 이야기를 마치고 기도하고 가신 후, 다시 네 사람이 마주앉아 이야기를 시작했다. 이전과는 다른 밝고 환한 분위기. 즐거움과 감사에 젖어 있는 사람들. 화룡점정일까, 잠시 그쪽을 쳐다보다가 방금 구원받은 두 사람의 얼굴을 볼 수 있었다. ‘사람의 얼굴이 저렇게 밝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 만큼 환하게, 아주 환하게 빛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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