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지에서 보낸 잊을 수 없는 순간들
피지에서 보낸 잊을 수 없는 순간들
  • 정성미(기쁜소식양천교회)
  • 승인 2015.10.27 15: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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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전도여행

 

 

먼저 마음을 피지로 옮기고
두어 달 전, 우리 교회 이헌목 목사님의 남태평양 전도여행 일정이 잡히고 함께 동행할 형제 자매들의 지원을 받았다. 지난 여름, <키즈마인드>에 실린 피지 초등학교 기사에서 해맑게 웃던 아이들을 직접 보고 싶었다.
 나는 여태껏 한국을 벗어나 본 적이 없다. 기회는 많았지만, 그때마다 여러 이유로 해외여행을 한 번도 해보지 못한 것이다. 그래서 이번만큼은 꼭 해외 전도여행을 해보리라 마음을 정하고 하나님께 길을 열어 달라고 기도했다. 그리고 먼저 마음을 피지로 옮겼다. 그러자 피지에서 있을 행사 기간에 맞춰 직장에서 일주일 정도의 시간을 뺄 수 있었고, 여행 경비도 생겼다.
 9월 30일, 마음이 먼저 가서 기다리고 있던 피지에 드디어 내 몸도 따라갔다. 피지의 난디 공항에 도착해 기쁜소식피지교회가 있는 수바까지 육로로 이동했다. 도로 사정이 좋지 않고 차도 노후된 탓에 네 시간을 말을 타고 달리듯 달려가야 했다. 울퉁불퉁한 길을 달릴 때마다 금방이라도 차가 분해되어 주저앉을 것 같았다. 그래도 차창 밖으로 펼쳐진 피지의 아름다운 자연과 눈만 마주쳐도 “불라(Bula, 안녕)!”를 외치는 사람들의 밝은 모습에 힘든 줄을 몰랐다.

천혜의 자연환경, 그보다 더 아름다운 피지교회

 

피지교회는 수도 수바의 2층 주택을 예배당으로 쓰고 있었다. 커다란 눈망울을 한 아이들부터 피지 특유의 새까만 뽀글머리를 한 부인 자매들까지 마당에 나와 우리를 반겨주었다. 피지교회는 개척된 지 2년 9개월 정도 되었는데, 교회에 나오는 성도가 50명 정도 되고 한마음으로 교회를 섬기는 분들도 제법 많았다. 몇 주 전부터 휴가를 내고 행사를 준비하는 형제님도 있었고, 만삭의 몸을 끌고 매일 교회에 나와 일을 돕는 자매님도 있었다. 원래 피지인들은 열대 나라 사람들의 특성답게 땀 흘려 일하는 체질이 아니라고 한다. 그래서 나라의 모든 상권이나 경제권은 이민을 온 인도인이나 중국인들이 잡고 있고 피지인들은 여전히 수준이 떨어지는 생활을 하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어떻게 피지교회 형제 자매들은 발바닥이 부르트도록 부지런을 떨며 행사 준비를 하고 있는지 한 자매님에게 물었다.
 “매년 여름 몇 명씩 한국 교회를 방문하고 왔어요. 그때 한국 교회 형제 자매님들이 교회 일을 어떻게 하는지, 복음을 어떻게 섬기는지 보고 배웠어요.”
 사람들은 피지의 깨끗하고 아름다운 자연환경을 보고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물론 그것들도 아름답지만 나는 그보다 훨씬 더 순수하고 아름다운 피지 형제 자매들의 매력에 빠져버렸다.

피지에 일하시기로 작정하신 하나님
피지에서 준비한 행사는 ‘크리스천 마인드강연 및 아카데미’였다. 피지의 대학생들과 교육 관계자들, 그리고 종교 지도자들을 초청해 예수님의 마음과 하나님의 말씀을 전하는 행사였다. 지난 여름에 한국에서 열린 월드문화캠프에 다녀가신 청소년부 장관님 부부가 적극 후원해주고 계셨다. 국립대학교 대학생들을 중심으로 자원봉사자들을 보내주시고, 따로 교사 모임을 할 수 있는 시내의 큰 식당에서 식사를 제공해주시는 등 마치 우리 교회의 장로님들처럼 마음을 써주셨다.
 물론 돕는 손길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한인교회 지도자들이 우리 행사 소식을 듣고 방해했다. 피지교회 심기원 선교사님의 가족사진을 인쇄해 나눠주면서 교회를 비방하고 행사에 가지 못하도록 훼방을 놓는 바람에, 당초에 강연회에 오겠다고 신청한 종교 지도자들 중 반 이상이 취소를 통보해 왔다. 어딜 가나 바리새인과 같은 사람들이 있어서 복음이 전파되는 것을 막는다.
 그러나 그럴수록 하나님의 역사는 더욱 컸다. 우리 행사가 열리기 얼마 전, 갑자기 고등학생들 다섯 명이 잇달아 자살하는 안타까운 사건이 일어나서 피지 교육계가 발칵 뒤집혔고, 그로 인해 학생들의 마음을 잡아줄 새로운 교육방안을 찾고 있었다고 한다. 그러던 차에 우리가 마인드교육을 통해 마음의 힘을 길러주고 예수님과 연결하여 새로운 삶을 살게 해준다는 소식을 듣고는 학교장 및 교사, 교육 담당자들 200여 명이 자발적으로 우리 행사장을 찾아왔다.

 

 
 

복음의 열기로 뜨거운 섬나라
첫날부터 행사장은 열광의 도가니였다. 피지에서 두 번째로 큰 행사장인 시빅 센터의 700여 석을 거의 채운 학생들과 교육 관계자들은 호주와 뉴질랜드, 피지에서 봉사활동을 하고 있는 한국 학생들이 준비한 공연에 뜨겁게 호응했다. 피지 사람들은 체구가 꽤 크다. 손도 내 두 배만한데, 그 큰손으로 손뼉을 얼마나 크게 치는지 굿뉴스밴드의 노랫소리가 잘 들리지 않을 정도였다. 라이세니아 발레 투이툼보 청소년부 장관님과 이안 로우스 국립대학교 총장님의 축사에 이어, 피지 전통댄스가 무대에 오르자 참석자들의 환호가 그치질 않았다.
 그렇게 마음을 연 참석자들은 이헌목 목사님의 마인드강연을 들었다. IYF가 전하는 마음의 세계, 예수님이 주시는 새로운 마음의 힘을 소개하자 여기저기서 박수가 터져나왔다. 그 뒤로도 강연 때마다 참석자들은 큰 소리로 대답하고 박수로 화답했다. 특히 예수님이 십자가에서 흘리신 피로 우리를 거룩하게 하시고 모든 죄와 문제와 질병을 끝내셨으며 우리에게 새로운 삶을 살 수 있게 해놓으신 말씀을 전하자, 어떤 이들은 박수로, 어떤 이들은 환호로, 어떤 이들은 그렁그렁한 눈망울로 감사를 표현했다.
 40여 년 전, 차가운 예배당 바닥에 무릎 꿇고 기도하시던 주의 종. 그때 남태평양의 섬나라들에도 복음이 들어가기를 간절히 기도했던 목사님의 기도가 이루어지는 현장을 보는 심정은 말로 표현이 안 된다. 영국 식민지의 역사를 거친 피지는 기독교가 뿌리내려서 국민들이 대부분 하나님을 믿고 있다. 그러나 그들의 뜻과 상관없이 행위주의자들이 전한 교리로 인해 율법에 매인 종교생활을 하고 있었다. 평생을 피지 섬에서 사는 그들은 ‘율법을 잘 지켜서 하나님을 섬겨야 한다’는 것만 알고 생을 마칠 뻔했다. 그런데 이제 복음이 들어가 그들에게 구원의 기쁨과 새로운 소망을 전하고 있다. 특별히 개인 상담을 하지 않아도 강연을 들으며 복음을 받아들이고 감사해하는 참석자들의 모습을 보며, 남태평양을 향하신 하나님의 다급한 마음이 느껴져 소름이 돋았다.

 

 

감사와 아쉬움으로 가득한 교도소 강연
그 뜨거운 복음의 현장을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감격스러운데, 하나님은 내게도 마인드강연을 할 수 있는 은혜를 입혀 주셨다. 대학생들에게, 주일학생들에게, 그리고 교도소 여자 수감자들에게 강연할 기회를 주신 것이다. 그 중에서도 교도소에서 가진 시간은 평생 잊을 수 없을 것이다.
 여자 수감자들 30여 명이 교도소 내 예배당에 앉아 찬송을 부르며 한국에서 온 강연자를 기다리고 있었다. 반주 없이 큰 소리로 찬송을 부르는데 화음이 제대로 어우러져 듣기도 좋지만 그 진지함 속에 영적 갈급함이 느껴졌다. 먼저 ‘아름다운 완주’라는 영상을 한 편 보여주었다. 유력한 금메달 후보인 한 육상선수가 갑자기 일어난 근육파열로 주저앉을 상황에서 아버지와 함께 완주하는 내용이었다. 영상이 끝난 뒤, 사람은 누구나 뜻하지 않는 어려움을 만나는데 그때 어떤 사람은 혼자 주저앉아 남은 인생을 허비하지만, 붙들어줄 사람이 있는 사람은 다시 일어나 인생을 더욱 아름답게 완주할 수 있음을 이야기했다. 수감자들은 눈물을 흘리며 내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죄를 이길 수 없는 우리의 연약함을 이야기하며, 민수기에 나타난 놋뱀과 요한복음 3장에 나타난 예수님을 연결해 복음을 전했다. 그리고 예수님이 십자가에서 마지막으로 하신 “다 이루었다”라는 말씀의 의미를 전했을 때, 모두 “아멘”으로 화답했다.
 맨 앞자리에 앉아 연신 눈물을 훔치며 말씀을 듣던 여자분이 있었다. 어떤 사연으로 영어의 몸이 되었는지 모르나, 죄에게 져서 갇힌 그분에게 복음은 더 없이 복되고 소중한 능력이 되었을 것이다. 지금도 자려고 누우면 그분들의 얼굴이 떠오른다. 그리고 ‘아, 로마서 8장 1절 말씀도 전해줬으면 좋았을 걸…’ 하고 말씀 한 구절이라도 더 찾아주지 못한 것이 아쉬워서 쉬이 잠들지 못한다.

하나님의 능력이 부족한 나를 쓰시는구나
교도소 강연도 그렇지만, 강당에서 학생들에게 강연할 때에도 나는 부족함이 많았다. 통역으로 강연하는 것이 처음이라 이야기를 이어나가는 것도 어색하고 어려웠다. 말씀의 깊이가 부족한 것은 두말할 것도 없다. 그런데 왜 하나님은 그런 귀한 자리에 나를 세우셨을까? 한 가지 분명하게 아는 것은, 나의 부족함이 하나님께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내가 복음을 깊이 있게 전하지 못했을지라도, 내 강연이 사람들의 마음을 바꾸기에 많이 부족했을지라도 하나님이 그 모든 것을 채우시고 책임지실 수 있기 때문이다.
 피지에 가기 전에, 나아만 장군의 집에서 일어난 일을 생각했다. 나아만이 문둥병에 걸려 죽어가야 하는데, 작은 계집아이가 타지에서 처량하게 종살이를 하다 죽어야 하는데 하나님은 그렇게 하지 않으셨다. 작은 계집아이의 마음을 바꾸시고 나아만 아내의 마음을 바꾸시고 나아만의 마음이 바뀔 때까지 기다리셨다. 그렇게 해서 아람에 복음이 전해지고 하나님이 세워지게 하셨다. 하나님이 내게도 그와 같은 일을 하고 계신다. 나는 세상에서 나 잘난 맛에 살다가 인생을 마칠 사람인데, 하나님이 나를 통해 복음을 전하게 하시는 것이 놀랍고 과분하다.
 처음으로 한국을 벗어나 발을 내디딘 피지, 부족하고 교만한 나를 귀한 복음의 일에 함께하자고 청하시는 하나님의 마음을 발견한 잊지 못할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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