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진 찻주전자
깨진 찻주전자
  • 키즈마인드
  • 승인 2015.11.18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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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하는 동화
 
옛날에 도자기로 만들어진 찻주전자가 있었어요. 찻주전자는 자신이 아름다운 도자기로 만들어진 것을 매우 뽐냈어요. 게다가 긴 주둥이와 넓은 손잡이가 달려 있어 앞뒤로 자랑할 것이 있다는 것이 만족스러웠지요.그런데 찻주전자의 뚜껑에는 실금을 아교로 붙여놓은 자국이 있었어요. 찻주전자는 그런 자신의 결점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하지 않았어요.
‘내가 굳이 내 결점을 이야기하지 않아도 다른 사람들이 들춰내 떠들어댈 텐데 뭐.’
찻주전자의 생각대로 찻잔, 크림통, 설탕통은 찻주전자의 예쁜 주둥이나 튼튼한 손잡이보다는 금이 간 뚜껑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더 좋아했어요. 찻주전자는 그런 사실을 잘 알고 있었어요. 찻주전자는 혼자 중얼거리곤 했어요.
“난 쟤들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아. 난 내 결점을 알 만큼 겸손하다고. 하지만 누구에게나 결점도 있고 뛰어난 재능도 있는 법이잖아. 찻잔에는 손잡이가 있고 설탕 통엔 뚜껑이 있지만 내겐 둘 다 있어. 그래서 난 차 탁자에서 가장 귀한 대접을 받지. 설탕통과 크림통은 좋은 맛을 내긴 하지만 나를 따라올 수는 없어. 내 안에서는 향긋한 중국산 찻잎과 펄펄 끓는 맛없는 물이 섞여서 맛있는 차를 만들어내. 그리고 목마른 사람들에게 은총을 베풀어주지.”
 
그러던 어느 날, 찻주전자가 탁자 위에 앉아 있는데 곱고 우아한 손이 다가왔어요. 찻주전자를 집어 들던 손은 서툴게 왔다갔다하더니 그만 찻주전자를 떨어뜨리고 말았어요. 뚜껑은 저만치 나가 떨어져 뒹굴고 주둥이와 손잡이도 부러졌어요. 방금 끓은 뜨거운 물이 마구 쏟아져 나왔어요. 찻주전자는 기절하고 말았어요. 그런데 더욱 참혹한 것은 모두들 찻주전자를 떨어뜨린 서툰 손길을 비웃는 것이 아니라 찻주전자를 비웃기 시작한 것이었어요.
“하하하! 꼴이 아주 우습게 됐군.”
 
나중에 그 일을 떠올리면서 찻주전자는 이렇게 중얼거리곤 했어요.
“그 일을 결코 잊지 못해! 절대로! 사람들은 나를 쓸모없는 물건이라며 찬장 구석에 처박아 버렸어. 그러곤 다음 날, 일하는 여자에게 날 주어버리고 말았지. 난 가난 속으로 떨어지고 만 거야. 생각만 해도 기가 막혀. 하지만 바로 그때부터 정말 멋진 삶이 시작되었어. 똑같은 것이 때로는 전혀 다른 것이 될 수도 있는 거지.”
깨진 찻주전자를 받은 여자는 집으로 가져가 주전자 속에 흙을 집어넣었어요. 찻주전자는 비참함에 눈을 감아버렸어요.
‘향긋한 차를 담던 내 몸에 흙을 집어넣다니! 나는 이제 죽은 거나 마찬가지야.’
 
그런데 여자는 찻주전자 흙 속에 꽃씨도 함께 집어넣었어요.
그리고 흠뻑 물을 주고 햇살이 비치는 창가에 두었어요.
그때부터 찻주전자는 이상한 기운이 느껴졌어요. 몸속에 들어 있는 꽃씨가 꼬물꼬물 생명을 틔우기 시작한 거예요.
‘내 몸 속에 묻힌 꽃씨는 이제 내 심장이 되었어. 나는 이 꽃씨 덕분에 살아 숨 쉬고 있어.’
찻주전자는 기쁨에 몸을 떨었어요. 전엔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어요.꽃씨는 점점 자라 뿌리를 내리고 잎을 틔우더니 꽃을 피웠어요. 그 순간을 찻주전자는 이렇게 말했어요.
“꽃씨가 싹을 틔우고 나를 가득 채우더니 마침내 꽃을 피웠어. 난 그 광경을 모두 보았지. 나는 내 안에서 피어난 그 아름다운 꽃에 취해 나 자신마저 잊고 말았어. 다른 것에 몰두해서 자기 자신을 잊는다는 것은 참으로 큰 축복이지. 꽃은 내게 감사하다는 말을 한 마디도 하지 않았어. 내가 있는지조차도 몰랐을 거야. 하지만 나는 꽃을 보며 무척 행복했어.”
그러던 어느 날, 꽃이 더 커져서 여자는 꽃을 큰 화분으로 옮기기로 했어요. 여자는 꽃을 꺼내기 위해 깨진 찻주전자를 두 동강 냈어요. 찻주전자는 얼마나 아팠는지 몰라요. 그래도 찻주전자는 행복했어요.
“똑같은 것이 전혀 다른 것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전엔 몰랐어. 나는 이제 찻주전자로는 쓸모없어졌지만, 꽃씨를 품고 아름다운 꽃을 피웠던 추억만큼은 잊을 수 없어. 그건 그 누구도 빼앗아 갈 수 없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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