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의 통로가 되어준 <두 부류의 신앙>
생명의 통로가 되어준 <두 부류의 신앙>
  • 김순덕(기쁜소식문경교회)
  • 승인 2016.02.26 1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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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랑하는 책

2남 7녀 중 넷째 딸로 태어난 나는 큰언니의 영향을 많이 받아 유년시절에 교회를 다녔다. 내가 초등학생이 되어서는 서울로 대학을 간 언니가 성당을 다니자 가족들도 자연스럽게 하나 둘 성당에 나갔다. 그때는 한국인 신부님이 많지 않아 코가 뾰족하고 잘생긴 프랑스 신부님이 계셨고, 성당 안에는 파티마병원이 있었다. 나를 예뻐하던 수녀님이 병원에 놀러 가면 맛있는 외국 과자를 챙겨주곤 하셨다. 세례를 받을 때 성당에서 준비해준 레이스가 달린 흰 원피스를 입고 머리에 흰 미사포를 쓰고 경건한 세례를 받아 하나님의 자녀가 되었다고 생각하니 어린 마음에도 기분이 좋았다. 고등학생 때는 그곳의 삶이 깨끗하고 좋아 보여 한때는 수녀가 되고 싶은 마음을 가져보기도 했다.

 

 

 세월이 흘러 결혼을 했다. 시댁은 불교를 믿으며 유교적인 풍습이 많고 제사도 지내는 3대 종갓집이었다. 딸만 셋이던 시어머니는 불공을 드려 지금의 남편을 낳으셨다. 그러다 보니 자연히 성당에 나가지 않게 되었고, 직장과 가정 생활에 전념하며 살았다. 시간이 흘러 애들도 어느 정도 자라고 생활도 안정되었는데, 왠지 모를 공허함이 자주 찾아왔다. 주일에 울리는 교회의 종소리를 들으면 신앙생활을 다시 그려보곤 했다.
 어느날, 시어머니께서 뇌출혈로 갑자기 쓰러져 뇌사상태로 있다가 일주일 만에 운명하시는 충격적인 일이 일어났다. 11년을 같이 살던 분이 유언 한마디 못 하시고 갑작스레 죽음을 맞이하는 것을 보니 인생이 너무 허무했다. ‘산다는 의미가 도대체 뭘까?’ 결혼 전 알고 있던 하나님의 존재를 부인할 수 없었다. 하나님 앞에 설 자신도 없고 죽음을 맞이할 준비가 안된 내 모습을 보며 다시 신앙생활을 하고 싶은 간절함이 생겼다. 남편을 졸라 다시 성당에 나갈 수 있었지만 고백성사를 해봐도 답답함이 해결되지 않았다. 오래 전 경건하게 느꼈던 미사는 형식적이기만 했고, 열심과 노력을 강조하는 신부님의 설교는 마음에 와 닿지 않았다. 그럴수록 좀 더 열심히 신앙생활을 잘하려고 다짐했지만, 주말에 남편이 등산가자고 하면 성당보다는 등산 가는 데 마음이 끌렸다. 어쩌다 산에서 옷이 나뭇가지에 걸려 찢어지면 하나님이 질책하시는 것 같아서 놀아도 마음은 편치 않았다.
 신앙생활이 원함대로 되지 않는 것은 내가 몰라서 그런 것일거란 생각이 들었고, 신앙서적을 닥치는 대로 사서 읽기 시작했다. 읽던 책 내용 중에 “신앙생활을 잘하려면 영적으로 살아 있는 교회와 참된 인도자를 만나야 한다”는 이야기가 있었다. 그 내용이 공감이 되어 영적인 교회와 참된 인도자를 만나게 해 달라고 기도했다. 그런 중에도 해결되지 않는 마음의 갈증은 나를 무척이나 곤고하고 지치게 했다. 내 삶은 무기력해져 갔지만 이런 나를 남편은 이해하지 못했다.

 

 1991년 10월 어느 날, 간염 검사를 받으러 온 윤정아 사모님(당시 기쁜소식문경교회 사모. 현 우크라이나 키예프교회)이 내 옆에 있던 직원과 대화를 나누고는 책 한 권을 주고 가셨다. 당시 문경교회는 내가 근무하던 보건소와 담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었다. 그 직원은 받은 책을 바로 서류 캐비넷장에 넣어버렸지만 우연히 서류함을 정리하던 내 눈에 띄었다. 제목이 <두 부류의 신앙>이라고 쓰여 있었다. 읽고 싶은 마음이 일어났다. 읽어 보니 내용 하나하나가 마음에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마음에서 우러나와서 기쁨과 감사함으로 하는 신앙생활’이 있는 반면 ‘법에 매여 형식적으로 하는 신앙생활’이 있는데, 사람들은 법에 매이고 자기 마음을 따라가기에 제대로 된 신앙생활을 할 수 없다고 하였다. 우리에게는 하나님과 원수 된 본성이 있어서 우리 마음으로는 하나님의 법에 굴복할 수 없고, 예수그리스도를 마음에 영접해서 예수그리스도의 마음으로 하나님을 섬기길 원하신다고 하였다. “내 속 곧 내 육신에 선한 것이 거하지 아니하는 줄을 아노니 원함은 내게 있으나 선을 행하는 것은 없노라”(롬 7:18) 선하게 살고 싶어도 잘 되지 않아 문제였는데, 나 자체로는 선할 수 없다고 하니 그제 서야 마음이 편해졌다. ‘라헬이라는 욕망’ 부분도 마음을 참 많이 움직였다. 사탄은 사람의 영혼을 욕망이라는 미끼에 걸려들게 하는데, 사람들은 고통과 괴로움을 당하는 길인지도 모르고 시간과 재물을 허비하며 욕망을 따라가 영혼을 돌아볼 기회마저 잃어버린다고 했다. 그 내용을 읽고 보니 내가 가진 인생의 선한 목적이 하나님과는 상관없는 욕망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책의 내용에 마음이 열려 한 달 후에 기쁜소식문경교회를 찾아가 목사님이 전해주시는 성경 말씀을 듣던 중에 구원을 받았다. ‘내가 그동안 성경을 너무 몰랐구나!’ 말씀은 내 생각과 너무 다르다는 사실을 그제야 알 았다. 예수님이 내 마음에 들어오시니까 전에 없던 마음이 절로 생겼다. 말씀이 사모되고 교회에 가고 싶은 건 내 마음이 아니라 분명 성령께서 주신 마음이었다. 신앙생활을 하고픈 마음을 넣어주니 신앙생활이 쉽고 마음으로 할 수 있었다.
 <두 부류의 신앙>은 나에게 복음을 듣고 구원받도록 생명의 통로가 되어준 책이다. 오늘도 복음을 만나지 못해 죄와 율법에 매여 인간의 의지만으로 피곤하고 형식적인 종교생활을 하는 이들에게 이 책이 읽혀지길 바란다. 그들도 복된 가운데 참된 신앙을 찾고 평안과 소망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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