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칸타타] 시카고, 3600명의 행복한 미소
[북미 칸타타] 시카고, 3600명의 행복한 미소
  • 김진욱 기자
  • 승인 2018.09.26 17: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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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애나폴리스에서 시카고까지는 차로 3시간 거리, 같은 미국인데도 한 시간이 늦다. 공연장의 하역장이 열리는 것은 아침 8시. 흐린 비가 지나간 시카고에서의 하루를 스태프들은 스트레칭과 함께 시작한다.

같은 골리앗 앞에서 부담스러워 피했던 사울, 그리고 하나님을 의지해서 맞선 다윗의 삶은 달랐다. 칸타타를 하다 보면 어느 도시, 어느 교회든 부담스러운 일들을 만난다. 시카고도 예외는 아니다.

첫 번째 부담은 지난 3월 뉴욕에서 열린 기독교지도자모임(Christian Leaders Fellowship, 이하CLF) 모임에 참석했던 스페인어권 목회자들과의 충돌이었다. 복음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오해가 생기면서 목회자들은 “기쁜소식선교회와 우리 선교회는 다릅니다. 우리 선교회 안에도 40~50여 명이 참석하는 목회자 모임이 있습니다. 더 이상 연락하지 마십시오”라고 했다.

기쁜소식 시카고교회의 박세영 선교사

두 번째 부담은 물질이다. 작년에 로즈몬트 극장을 대관하면서 든 물질은 4만 2천 달러. 하지만 올해는 극장 근로자들이 ‘인력이 더 필요하다’며 대관료를 6만 7천 달러까지 올렸다. 협상을 하면서 6만 2천 달러까지 낮추었지만, 교회의 형편이나 25명밖에 안 되는 성도 수를 감안하면 큰 물질이다. 두 가지 부담 때문에 칸타타를 하기 싫은 마음까지 들 정도였다. 

“자네 생각 따라가면 망해.”
8월 뉴욕 월드캠프 때 들은 책망은 기쁜소식 시카고교회 박세영 선교사의 생각과 말씀을 나누어주었다. ‘내 마음에서 올라오는 소리는 나를 위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날 망케 하는 것이다. 아내가 남편의 음성에 반응해야지 다른 남자의 말을 들으면 안 되듯, 나를 위하는 것처럼 보이는 음성을 따라가야 하는 것이 아니다. 남편 되신 예수님의 음성에 반응해야 한다.’

먼저 사역자의 마음이 바뀌면서 성도들과 함께 칸타타를 준비했다. 많은 사람들이 복음의 일을 하다가 부담스러운 일들이 생기면 하나님의 이끌림을 따라가기보다 부담스러운 생각에 끌린다. ‘부담스럽다’는 그 마음이 하나님이 주신 마음을 다 죽여버리고 더 이상 하나님을 따라갈 수 없는 사람으로 만들어버린다. 생각을 버리고 하나님이 주신 마음으로 발을 내딛은 박세영 선교사. 일요일마다 타 교회를 방문하고 약속을 잡아 50여 군데에서 프레젠테이션을 하며 200명 넘는 목사들을 만났다.

간간이 한국인 목회자들을 만날 때도 있었다. 처음에는 우리를 경계했지만 추석 전날이라 음식을 나누면서 칸타타 이야기를 꺼냈다. 한 목회자는 본인도 옛날에 극단 활동을 했었다며, ‘1년 동안 20~30명 되는 단원들을 모아 팀을 만들어 놓으면 서로 싸우다가 둘도 하나가 안 되더라’고 했다. 그런데 그라시아스합창단은 단원들과 스태프들까지 200여 명 넘는 사람들이 함께 공연을 준비한다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깜짝 놀랐다. 굿뉴스코 해외봉사단 학생들 역시 새벽 5시 반에 일어나 아침부터 천 가구 넘게 손편지를 돌린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감사해하고 놀라워했다.

“자네 생각 믿으면 망해!”
이 한마디가 말씀과 생각 사이에 선을 긋게 하고 하나님을 향해 나아가게 한 것이다. 대관에 필요한 물질도 하나님이 다 채워 주셨다. 우리가 아무리 열심히 손편지를 준비해도 비가 오면 모두 무산이 된다. 편지도 만들고 배달할 사람도 있고 모든 준비가 끝나도 손편지를 돌리려고 하면 꼭 비가 올 것 같았던 날들. 그런 날이 사나흘 정도 있었다. 하나님이 돕지 않으시면 우리의 계획이 아무 의미가 없다. 하나님이 비를 잡고 계신 것을 모든 성도가 느낀다. 날씨뿐 아니라 물질 준비, 후원 모집, 목회자 초청까지 하나하나 생각해 보면 하나님이 복음과 함께하는 칸타타를 돕고 계신 것을 알 수 있다.

“이번에 칸타타를 준비하면서 제 마음에 가장 크게 남는 것은 생각을 거부하는 힘을 얻은 것입니다. 저는 생각을 거부할 힘이 없었는데 하나님의 종과 교제하고 그 마음을 받아들이면서 그 힘을 얻었습니다.”
박세영 선교사는 칸타타가 자신의 신앙에 꼭 필요한 것이라며 행복해했다. 

기독교목회자모임에서 말씀을 전하는 박옥수 목사

CLF에 참석한 60여 명의 목회자들은 진지하게 말씀을 들었다. 강사 박옥수 목사는 히브리서 10장 1절의 “율법은 장차 오는 좋은 일의 그림자요, 참 형상이 아니라”라는 말씀을 주제로 복음을 전했다. 성경을 대충 아는 사람은 ‘율법을 지키고 착하게 살면 복을 받는다’고 생각하게 된다. 그러나 율법은 빠짐없이 모두 지켜야지 하나라도 어기면 다 어긴 것과 같다.

“율법으로는 절대 구원을 얻을 수 없습니다. 그래서 하나님은 여러분이 율법을 보기를 원치 않으셨습니다. 율법을 궤 속에 넣고 뚜껑으로 덮었는데, 이것을 속죄소 또는 시은좌라고 부릅니다. 시은좌란 ‘자비의 자리’라는 뜻입니다. 율법을 하나라도 어기면 저주를 받습니다. 그래서 율법은 장차 올 좋은 일의 그림자요 참 형상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장차 오는 좋은 일은 무엇입니까? 예수님을 가리킵니다. 우리가 안식일에 모든 짐을 내려놓듯, 예수님 앞에 오면 모든 죄짐을 내려놓는 것입니다.”

박옥수 목사는 우리가 선을 행한 우리 행위에서 벗어나 예수님이 하신 것을 믿음으로 받아들이는 신앙의 길을 쉽고 정확하게 설명했다. 

8년째, 매년 공연을 보러 온 메리 캐서린

 “저는 이 땅에서 가장 아름다운 공연을 보러 왔습니다. 이 공연은 확실히 일류수준입니다. 제가 이 공연을 처음 본 것은 8년 전쯤 에빈스턴(Evinston)이라는 곳에서였는데 그곳에서 2년 동안 공연했습니다. 그리고 다음에는 노스브룩이라고 시카고에서 좀 떨어진 곳에서 했습니다. 그땐 공연 1시간 전인 6시쯤에 도착했는데 이미 자리가 없다고 해서 아쉽지만 그냥 와야 했습니다. 다음에는 시카고 다운타운에 있는 메코믹 극장에서 했을 때는 자리가 없을까봐 5시에 가서 공연을 봤습니다. 6번째 공연은 이곳 로즈맨트 극장에서 했는데, 저희 20명의 학생들과 함께 관람했습니다. 오늘도 40명의 학생들을 이끌고 5시부터 기다리고 있네요. 저는 몹시 설레고, 여러분에게 매우 감사합니다. 오 핸리의 작품을 모티브로 조금씩 공연이 변하는 것도 아주 재미있고 이번에도 기대하고 있습니다.” - 메리 캐서린

칸타타 1막의 시작과 함께 어두운 무대에 그리스도의 족보에 오른 이름들이 하나씩 지나고 마지막에 떠오르는 이름 ‘JESUS’. 그 이름은 창세기 1장의 “빛이 있으라 하시매 빛이 있었고”라는 말씀을 떠오르게 한다. 그리고 객석은 그라시아스가 준비한 2천 년 전 베들레헴으로 빠져든다.

 

칸타타가 마치고, 3,600여 명의 행복한 미소가 조명과 함께 밝아 오고 객석은 하나둘 비워져 가지만 칸타타의 여운이 홀을 가득 채운다.

실제로 시카고는 1800년대에 D. L. 무디가 복음을 힘차게 전했던 곳이다. 그의 이름을 딴 무디 재단과 학교가 지금도 남이 있어 복음으로 충만했던 당시를 짐작케 한다. 그라시아스합창단이 크리스마스 칸타타를 통해 다시 한 번 복음으로 시카고를 덮기를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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