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10분의 기적, 그리고 일주일의 기다림
행복한 10분의 기적, 그리고 일주일의 기다림
  • 오창훈 (기쁜소식인천교회)
  • 승인 2019.04.01 18: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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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쁜소식 2019년 3월호
성도 간증

세상에서 보내는 열 시간보다 한 사람의 영혼을 위해 복음을 전하는 짧지만 귀한 10분의 면회시간. 복음을 들은 분들이 변해가는 모습을 보면서 내 생각과 하나님의 생각은 다르다는 사실을 항상 느낀다. 내 생각과 다른 하나님의 마음을 만나고, 그 사실을 알아간다는 사실이 감사하다. 또한, 늘 하나님이 예비하신 것들을 경험할 수 있는 것이 감사하다. 이 모든 것이 이루어지는, 교도소 재소자 면회시간을 나는 ‘10분의 기적’이라고 이름짓고 싶다. 나에게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행복한 시간이다. 

인천구치소를 담당하면 좋겠다
나는 성공하기 위해 살았고, 그 삶은 무척 고통스러웠다. 아내가 먼저 구원받고 교회에 나가기 시작했고, 나는 그런 아내를 핍박하다가 어느 날 아내를 따라 교회에 가면서 나도 구원받아 한동안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그 후 회사에서 복음을 전하고 싶은 마음이 일어나 간간이 전도했다. 그런데 ‘나는 성경 말씀도 잘 모르고 복음도 잘 전하지 못한다’는 생각이 들어 얼마 되지 않아 전도할 힘을 잃었다. 
지난 여름, 업무로 많은 스트레스를 받으며 힘들게 보내다가 직장을 잃고 집에서 쉬는 시간이 있었다. 그 무렵 기쁜소식사에서 월간 
<기쁜소식>을 전국의 교도소에 매달 보내고 있었는데, 내가 사는 인천의 구치소에서도 잡지를 읽은 수감자들이 ‘성경을 배우고 싶으니 성경공부를 해 달라’는 내용의 편지를 기쁜소식사로 계속 보냈다. 그로 인해 우리 교회 전도사님이 구치소를 방문해 수감자와 성경공부를 시작했다. 연락해 오는 수감자들이 점점 늘어나면서, 교회에서 구치소 전도를 담당할 사람을 찾던 중 장년회장님이 나에게 ‘인천구치소를 담당하면 좋겠다’고 권하셨다. 
그때 부족한 내 모습도 보였지만 성경 말씀 한 구절이 떠올랐다. 예레미야 1장 5절의 “너를 열방의 선지자로 세웠노라.”라는 말씀이었다. 나는 주저함 없이 “예”라고 대답했다. 

길게만 느껴졌던 10분이 짧고 아쉬웠다
기쁜소식사에 편지를 보낸 인천구치소에 수감되어 있는 분들의 명단을 받아 문서를 만들어 저장하고, 그분들이 보낸 편지를 읽으면서 마음 상태와 현재 상황 등을 기록했다. 그리고 먼저 묻지마 폭행을 당해 억울하게 누명을 썼다는 편지를 보낸 수감자를 만나기 위해 인천구치소로 찾아갔다. 동네 파출소도 모르고 살았기에 인천구치소가 어디에 있는지, 어떻게 생겼는지, 면회 신청은 어떻게 하는지, 아는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구치소의 첫 느낌은 회색 빛의 삭막한 시멘트 건물, 심각하게 인상을 쓰고 있는 면회 온 사람들, 딱딱한 교도관들의 얼굴 등이었다. 조금 무섭기도 하고, 후회가 되었다. 접견 시간은 10분이었다. 면회를 신청한 분이 나오기까지 기다리는 동안 많은 생각들이 오갔다. 얼굴도 모르는 분과 10분 동안 무슨 이야기를 나누어야 할지 막막하고 정말 긴장이 되었다. 10분이라는 시간이 너무 길다고 느껴졌다. 그때 ‘어디를 가든지, 어떤 형편에서든지 복음을 전한다’는 박옥수 목사님의 이야기가 생각나, 하나님께 복음을 전하게 해달라고 기도했다. 기도하던 중에 “너는 범사에 그를 인정하라. 그리하면 네 길을 지도하시리라.”(잠 3:6)라는 말씀이 생각났다. 하나님을 의지하면 하나님이 나를 인도해 주시겠다는 마음이 들어 평안해졌다. 
처음 갖는 면회, 유리 칸막이를 사이에 두고 처음 만나는 수감자, 그렇지만 그분에게 평안한 마음으로 복음을 차근차근 전할 수 있었다. 하나님이 도우셨다. 길게만 느껴졌던 10분이 짧고 아쉬웠다. 그 후로도 항상 10분은 너무나 짧았다. 10분의 접견 시간이 지나 마이크와 스피커가 꺼지면, 유리 칸막이 때문에 잘 들리지 않지만 목소리를 높여 이야기하는 날이 많아졌다. 복음을 자세히 전하기에 10분은 정말 너무 짧았다. 자연히 만나기 전에 생각을 많이 하게 되고, 저절로 기도도 되었다. 그렇게 몇 번의 만남을 가진 뒤에 한 사람이 복음을 마음에 받아들여서 기뻐하는 모습을 보면 나도 한없이 기쁘고, 신기하기도 했다. 

나는 하나님이 이루시는 역사들을 보는 목격자
어떤 분은 ‘죄 사함 거듭남의 비밀’을 읽었지만 죄가 해결되지 않아서 괴롭다는 편지를 보내 찾아갔다. 그런데 접견장에 들어온 그분은 밝은 표정으로 “책을 몇 번 더 읽다가 구원을 받았어요.”라고 하며, 찾아와 주어서 정말 고맙고 반갑다고 했다. 그리고 자신이 가족에게 복음을 전하지 못하는 안타까운 심경을 전하며 가족에게 복음을 전해 달라고 부탁했다. 그분은 요즘 하루하루 행복하게 살고 있다. 
어떤 수감자는 처음 만났을 때 인상이 험상구졌다. 그분 이야기도 듣고, 그분에게 믿고자 하는 간절한 마음이 있어서 복음을 전했다. 그런데 그분 마음에서 뭔가 풀리지 않아 무척 답답했다. 여덟 번을 만났지만 복음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모습을 보며 안타까웠다. 아홉 번째 접견을 가던 날, 이제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마음이 많이 무거워 기도하며 기다렸다. 그런데 내 생각과 달리, 그분이 환한 얼굴로 접견실로 들어오며 급하게 말을 꺼냈다. 
“이래서 오 선생님이 그렇게 외치셨네요! 오 선생님이 로마서와 히브리서 말씀을 전해주실 때 이해가 안 갔습니다. 그런데 얼마 전에 
<기쁜소식>지를 읽다가, 홍콩 CLF에서 어느 목사님이 박옥수 목사님에게 ‘구원은 난해한 문제다’라고 하는 내용을 읽었습니다. 그때 박 목사님이 ‘맞습니다. 구원 문제만 아니라 성경은 다 난해합니다. 예수님이 물을 포도주라고 하고, 죽은 야이로의 딸을 잔다고 하고…. 그런데 믿으면 아무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라고 하셨습니다. 그때 제 마음에 ‘아, 그렇구나! 그냥 믿으면 되는구나! 하나님이 말씀하셨으면 내 생각을 버리고 그대로 믿는 거구나!’라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예수님이 십자가에서 내 죄를 씻어 주신 것을 믿었습니다. 내 죄가 다 씻어졌습니다.”
나는 그날 하나님이 한 사람을 어떻게 구원의 길로 인도하시는지를 본 목격자가 되었다. 나 같은 사람에게 복음을 전할 수 있게 하시고, 때로는 하나님이 이루시는 역사를 보게 하시는 하나님이 감사해서 주차장에서 많이 울었다. 
얼마 후 크리스마스를 맞아 그분을 찾아가서 크리스마스의 진정한 의미를 이야기하고 ‘고요한 밤 거룩한 밤’ 찬송을 불러드렸다. 그분은 예수님을 마음에 영접하게 되어 정말 감사하다며 눈물을 흘렸다. 지금은 서로 형제라 부르며 믿음의 삶에 대해 교제를 나누고, 서신도 계속 주고받고 있다. 며칠 전에 찾아갔을 때에는, 이제는 구치소 안에서 예수님이 우리 죄를 다 씻으신 복음을 전하고 있다고 했다. 
최근에는 기성 교회에서 목회했던 분을 만났다. 신학을 공부한 분이라고 생각하니 내심 부담이 되었다. 하지만 그 또한 내 생각이었다. 복음을 전하자 아이처럼 순수하게 받아들였다. 다시 만났을 때에는 “이제 제가 의롭고 거룩합니다.”라고 하며 기뻐했다. 그리고 전에는 성경을 그냥 읽었는데, 죄 사함을 받은 후로는 정말 감사한 마음으로 성경을 대하고 있다고 했다. 
내가 인천구치소에서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 할 수는 없지만, 그분들이 몸은 매여 있지만 마음은 죄에서 벗어나 정말 행복하게 살고 있다. 더 많은 수감자들이 <기쁜소식>을 읽고 편지를 보내오고 있다. 

나는 토요일을 기다리며 일주일을 보내는 것 같다
얼마 전에 직장을 다시 가진 후로는 토요일에 구치소를 찾아간다. 어떻게 보면 나는 토요일을 기다리며 일주일을 보내는 것 같다. 가끔은 평일에도 아침 일찍 구치소로 찾아가 면회를 하고 출근한다. 직장이 서울에 있어서 출근 시간이 많이 걸리지만 그 정도는 별 문제가 되지 않는다. 토요일이 되면 피곤해서 좀 더 자고 싶은 생각이 들 때도 있다. 때로는 접견을 신청하고 몇 시간을 기다렸는데 수감자가 면회를 거부해 만나지 못하고 발길을 돌리며 속상할 때도 있다. 하지만 하나님이 구치소에 수감되어 있는 한 사람 한 사람의 마음을 이끌어 복음을 듣기 좋은 옥토로 만들어서 복음을 전하면 구원받게 하시고, 나에게 복음을 전할 수 있는 마음과 기회를 주신 것을 생각하면 깊고 큰 감사와 행복으로 내 마음이 벅찰 때가 많다. 
전국에 있는 교도소들에 성경공부, 마인드교육, 기타 여러 통로로 복음을 전할 수 있는 길이 활짝 열리면 좋겠다. 나 또한 올해는 더 많은 수감자들과 만나서 복음을 전하는 그림을 그리고 있다. 그렇게 일해 주실 하나님이 내 마음을 소망으로 가득 차게 하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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