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을 찾아 떠난 아이
행복을 찾아 떠난 아이
  • 송근영
  • 승인 2020.08.26 09: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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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8월 키즈마인드
생각하는 동화

“어이, 올리버! 오늘은 행복을 찾았니?” 도대체 앞을 보기는 하는 건지, 커다란 책 속에 얼굴을 파묻고 지나가는 올리버에게 빵집 아저씨가 기분 좋은 목소리로 말을 걸었어.  “아니요. 아저씨, 도대체 행복은 어디에 있는 건가요?”

빵집 아저씨는 폭신폭신한 빵 하나를 올리버에게 건네며 빙긋 웃었지. “행복은 이 빵에도 있단다.” 올리버는 아무것도 보고 싶지 않다는 듯 빵으로 눈을  가린 채 걸어갔어. “네, 네. 이 빵에도 있고, 저 우물에도 있고, 저기 산꼭대기에도 있죠. 그렇게 흔한데 왜 저한테는 없는지 모르겠 네요.”

 

올리버는 행복하고 싶었어. 하지만 아무리 애를 써도 행복하지 않았지. 마을에서 가장 부유한 집에서 인자한 부모님과 살고, 친절한 집사 아저씨가 돌봐주시는, 모두 가 부러워하는 삶을 살지만 정작 올리버는 행복을 느끼지 못했어. 책을 아무리 많이 읽고 아무리 맛있는 음식을 먹어도 행복하지 않았어. 올리버의 얼굴은 나날이  어두워져갔고, 결국 병이 날 지경이 되었지.

이런 올리버를 보다 못한 아버지가 하루는 올리버를 불렀어. “올리버, 이 마을에는 아무래도 네가 찾는 행복이 없나보구나. 여행을 한번 떠나보는 게 어떻 겠니?” “여행을요?” “그래, 네가 그토록 찾고 고민하는데도 없는 걸 보니 이 마을에는 행복이 없는 것 같아. 여비를 줄 테니 더 넓은 세상에 가서 행복을 찾아보려무나.” “그것도 좋은 방법인 것 같아요.” 이튿날 올리버는 짐을 꾸려 집을 나섰어. 부모 님은 올리버에게 행복을 찾길 바란다며 올리버의 두 손을 꼭 잡아주었지. 

 

산을 넘고 내를 건너 걷고 또 걸어 올리버는 낯선 도시에 도착했어. “이렇게 큰 도시라면 행복을 찾을 수 있을 거야!” 올리버는 만나는 사람마다 붙잡고 행복에 대해 물어보기로 했지. 마침 멋진 정장을 입은 한 신사가 보였어. “아저씨, 아저씨는 행복하세요?” “오, 저런. 얘야, 나는 지금 행복을 생각할 여유가 없단다. 지금 당장 만나야 하는 중요한 손님이 있거든.” 신사는 빠른 걸음으로 올리버를 스쳐지나갔어.

이번엔 여유로워 보이는 표정으로 강아지를 산책시키는 노부인을 만났어. “할머니는 행복하세요?” 올리버의 질문에 노부인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지. “나는 많이 외롭단다. 가족이 있으면 행복할 수 있을 것 같구나.” 길에서 구걸하는 사람에게도 물었어. “아저씨는 행복하세요?” “행복? 돈벼락을 맞으면 행복하지 않을까? 하하하. 한번 시험해  보겠나? 자네 지갑을 열어 나에게 돈을 잔뜩 쥐어 주면 난 행복해질 거야.” 올리버는 실망하며 그 자리를 떠났어. 그 뒤로도 여러 날을 고민했지만 올리버의 마음에 드는 대답을 해주는 사람은 없었어. 

 

가지고 온 돈도 다 떨어지고 올리버는 점점 지쳐갔어. 돈이  떨어지자 잘 곳과 먹을 것을 걱정해야 했지.  ‘휴, 아직 행복을 찾지 못했는데 이대로 집에 돌아가면 나는 영영 행복을 찾지 못한 채 불행하게 살 거야!’ 올리버는 행복을 찾을 때까지는 집에 돌아가지 않기로 굳게 마음먹었어. 하지만 돈 한 푼 없는 올리버에게 낯선 도시는 결코 편안한 곳이 아니었지. 올리버는 머물 곳이 없어서 길거리에서 잠을 자기도 했고 누군가의 도움을 얻어서 먹을 것을 구하기도 했어. 올리버는 그렇게 하루하루를 힘들게 지내며 몸과 마음이 지쳐갔어.

어둑어둑한 밤이 되었지만, 올리버는 그날도 갈 곳을 구하지 못해 골목길 구석에 몸을 기댄 채 한숨을 쉬었지. ‘이제는 집으로 돌아가고 싶어. 행복이고 뭐고 필요 없어. 난 평생 행복할 수 없는 아이인가 봐.’ 문득 바라본 하늘에는 은하수가 반짝반짝 빛나고 있지 뭐야.  그걸 본 올리버는 더 슬퍼지고 말았어. ‘하늘의 별들도 저렇게 빛나는데 나는 이게 뭐람, 휴….’ 결국 올리버는 집으로 돌아가기로 했어. 낯선 도시를 떠나 내를 건너고 산을 넘어 마을에 도착했어. 꾀죄 죄한 차림으로 돌아온 올리버와는 다르게 마을은 깔끔하고 평화로웠지. 여전히 시냇물이 흐르고 바람도 살랑살랑 불었어.

“올리버! 무사히 돌아왔구나!” 올리버는 자신을 반기는 부모님을 보자 눈물이 핑 돌았어. 집에 들어가 깨끗이 씻은 후 부모님과 함께 오랜만에 맛있는 저녁 식사를 했어. 올리버는 여행을 가서 있었던 일을 이야기했어. 그리고 저녁 늦게야 자기 방에 있는 푹신한 침대에 들어가 피곤한 몸을 누이며 눈을 감고 말했어. ‘아,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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