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름은 토비
내 이름은 토비
  • 김신용
  • 승인 2021.12.15 20:5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021년 11월 키즈마인드
생각하는 동화

안녕, 친구들! 나는 바다거북 토비야. 내 이름이 왜 토비인 줄 아니? 내가 어떻게 토비라는 이름을 갖게 되었는지 지금부터 이야기를 해줄게. 내가 어린 시절에 수 많은 형제들과 함께 알에서 깨어 나와 바닷가 모래밭을 지나 바다를 향해 기어가는데, 하늘 위에서는 제비 갈매기들이 날아와서 나의 형제들을 낚아채 갔어. 나와 몇 몇 형제들만 겨우 바닷물 속으로 들어갈 수 있었어. 

 

일단 바다 속에 들어가면 안전할 줄 알았는데, 함께 바다에 들어간 형제들 중 둘은 큰 물고기들에게 잡아 먹히고 말았지. 나도 그 때 죽을 수도 있었는데 지금까지 살아남을 수 있었다니 난 참 운이 좋은 거북이야. 그렇게 바다 속 생활에 적응하며 오랫 동안 살다보니 제법 덩치도 커져서 이제 내가 바다에서 두려워할 동물은 상어 정도뿐 다른 동물들에게 잡아 먹힐까 봐 떨지 않아도 되었어. 무엇보다 내 딱딱한 등껍질이 나를 보호해 주어 위험하다고 생각되면 얼른 껍질 속으로 들어가면 되니까 별로 염려할 것이 없다고 생각했지.

그런데 어느 날부터 내 등에 무엇인가 붙어서 떨어지지 않는 거야. 그것은 따개비라고 하더라고. 내 등껍질은 딱딱하니까 따개비 한 두 마리쯤 붙는다 해도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어. 하지만 이 따개비라는 놈들이 번식 속도가 얼마나 빠른지 점점 크기가 커지더니 개수가 늘어가기 시작해서 20개나 내 등에 붙어버린 거야. 그 녀석들의 이빨은 또 얼마나 강한지 딱딱한 내 등껍질까지 뚫어 버리고는 내 살들을 갉아 먹기 시작했어. 
나는 등이 따끔거려서 이리 저리 몸부림을 치고 바닷가 바위에도 문질러 보았지만 따개비들이 얼마나 단단히 붙어 있는지 도저히 떨어지지 않는 거야. 아무리 떼어내려고 발버둥을 쳐봐도 소용없었어. 

 

이제는 따개비들을 떼어내려는 노력도 포기한 채 그냥 이 녀석들과 같이 살아야 하는구나 하고 살아가려 했는데, 그 따개비들은 내 등껍질에 만족하지 않고 머리와 목 그리고 눈 주위에까지 번져서 나를 더욱 괴롭히기 시작했어. 부드러운 피부에 자리 잡은 따개비들이 주는 고통은 등껍질에 붙은 것들이 주는 고통보다 배나 컸단다. ‘제비갈매기들과 큰 물고기들의 공격에서 살아 남은 내가 이제는 이 조그만 따개비들 때문에 죽는구나!’ 한탄을 하면서 거의 힘을 잃어가고 있을 즈음이었어. 

나는 바닷 속을 힘없이 떠내려 가고 있다가 그만 사람들이 쳐놓은 그물에 걸려버렸지 뭐야. 그물에서 벗어나려고 발버둥 칠 힘도 남아 있지 않았기에 나는 그냥 그물에 걸린 채 가만히 있었어. ‘이렇게 내 생명이 끝나는구나!’ 하고 있는데, 그물이 바다 표면 위로 올라가더라고, 그러더니 어떤 사람이 내 몸을 감고 있는 그물에서 나를 풀어주었어. 

 

그 사람은 나를 들어 바다 속으로 다시 놓아주려다가 내 몸에 따개비가 잔뜩 붙어 있는 것을 보고, 칼을 꺼내 들어 내 등과 머리, 눈 주위에 붙어 있는 따개비들을 하나 하나 다 떼어내기 시작했어. 그는 내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토비라고 불렀어. 나를 보고 토비라고 부르는데 싫지 않았어. 따개비들이 떨어질 때마다 아프기도 했지만 얼마나 시원하던지 그 사람에게 고마웠거든. 

그 사람은 내 몸에 붙은 따개비들을 모두 떼어낸 후 바닷물을 내 몸에 끼얹어서 다시 한 번 깨끗하게 씻어준 후 바닷물에 넣어주었어. 그는 나에게 손을 흔들면서 “토비, 잘 가.” 하고 소리쳤단다. 나는 그 사람이 고마워서 바다 위로 고개를 내밀어 인사했어. 그 사람이 내 마음을 알아주길 바라면서 말이야.

 

<br>

나 혼자서는 도저히 떼어낼 수 없었던 따개비들을 그 사람이 하나도 남김없이 떼어 주었어. 만약 그 사람이 나를 구해주지 않았더라면 나는 지금쯤…. 생각만 해도 끔찍해. 그 후로 나는 힘을 얻어 지금 너희들에게 내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을만큼 건강해졌어. 우연히 그물에 걸린 것 같았지만 마음씨 착한 사람을 만나 나를 괴롭히던 따개비들에게서 벗어날 수 있었던 거야. 그래서 내 이름 토비가 마음에 들어.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