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 비록 영창에 가도 내 마음에 주님이 계시잖아!
[라이프] 비록 영창에 가도 내 마음에 주님이 계시잖아!
  • 글 | 박영국(기쁜소식뉴욕교회 선교사)
  • 승인 2022.02.17 09: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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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2월호 기쁜소식
선교사 수기 2회_군 생활에서도 나를 늘 지키시는 하나님

 

미국에서 유학하며 많은 은혜를 입었다. 하나님은 나의 기도를 들으셨고 무슨 일에든 도우셨다. 반면 내 마음은 점점 높아졌다. 나름 내 계획이 있었기에 한국에 와서 군에 입대해야 할 때는 불신과 원망이 가득찼다. 그런 내 모습과 상관없이 군대에 있는 동안 하나님은 당신의 뜻 안에 나를 지키고 훈련하며 내 마음을 새롭게 하셨다.

 

내가 미국에서 유학하는 동안 나로서는 얻을 수 없는 많은 은혜를 입었다. 공부하는 부분도, 학교도, 또 무엇보다도 교회에서 큰 은혜를 입었다. 어려울 때에는 하나님께 무릎을 꿇었고 내가 은혜를 구할 때마다 형편과 상관없이 하나님은 나의 기도를 들으셨고, 내가 무슨 일을 해도 주님이 도우시고 은혜를 베풀어 주셨다. 그런데 하나님께 은혜를 입으면 입을수록 내 마음이 감사한 부분도 있었지만, 반면에 내 마음이 점점 높아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하나님의 은혜로 모든 것을 얻으며 살아가고 있었지만 내 마음은 점점 높아져서 교회를 비판하고 종을 불신하고 있었다. 지금까지 나를 말씀이, 하나님의 종이, 교회가 지켜주고 있었는데, 내 마음이 교만해지면서 나를 지켜주는 모든 것이 더이상 나를 지켜주지 못한다고 생각한 것이다. 나는 영적으로 어렸고 마음의 세계에 대해서 잘 몰랐기 때문에 내 생각을 따라갔고, 내 생각을 따라가는 것이 나를 얼마나 망치는지에 대해서 잘 몰랐다. 내 눈으로 보는 것을 따라 생각하고 행동했을 뿐인데, 그 생각이 나를 지켜주고 있는 교회와 하나님의 종을 판단하게 했고 무시하게 했다. 나를 지켜주는 교회의 담이 내 마음에서 희미해지면서 내 마음은 세상에 젖어들게 되었고 죄에 빠져들게 되었다. 

“지금 한국에 가기 싫습니다”
그때 이헌목 목사님이 뉴욕에 계셨는데 내 마음 속에서 목사님과의 갈등이 커져 갔다. 
그러던 어느 날 아버지가 전화를 주셨고, 한국으로 와서 군대에 가라고 하셨다. 순간, 내 마음에 그 말씀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내 나름대로 계획이 있었는데, 그것을 다 버리고 한국에 가야 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아버지, 왜 이헌목 목사님 말만 들으세요?” 난 이렇게 따지듯 물었다. 그런데 아버지는 “난 이헌목 목사와 이야기한 적이 없다.”고 하셨다. “그럼 제가 왜 한국에 가야 하나요?” 아버지는 “하나님의 뜻이다.”라고 말씀하셨다. 그때 내 마음은 너무 답답했다. 워낙 교만해져 있었기 때문이다. 하루아침에 ‘하나님의 뜻’ 앞에서 내 나름대로 계획해온 모든 것을 버리고 한국에 가야 하다니… 마음에서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다. 그래서 아버지께 “가기 싫습니다.”라고 말씀드렸다. 나는 어릴 때부터 아버지를 무서워했기 때문에 아버지가 나에게 말씀하시는 것에 대해서 ‘아니요.’라고 해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그때는 무슨 정신이었는지 잘 모르겠지만 그렇게 대답했다. 
다음 날 아버지가 어머니와 누나를 미국에 보내셨다. 학교에 갔다가 집에 왔는데 내 방에서 여자 목소리가 들렸다. 문을 열어보니 엄마와 누나였다. 깜짝 놀랐다. 엄마는 무조건 “아버지 말을 들어라.” 하시면서 나를 끌다시피 해서 한국에 데리고 오셨다. 
그때 내 마음은 많은 불신, 원망, 미움으로 가득차 있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사탄이 내 마음을 그렇게 이끈 것이었다. 사탄은 내 마음속에 계속 ‘이젠 끝’이라는 생각을 넣어 주었고, 주위의 모든 것에 대해 마음을 닫게 만들었다. 난 아직 젊었고 나에게 교회와 복음과 그 모든 것이 있었는데도, 내 마음에서는 모든 것이 끝났다는 생각이 웅크리고 있었다. 

하나님이 나를 군대에 보내셨다
한국에 온 지 석 달 정도 지나서 군에 입대했다. 내 마음은 절망으로 가득차 있었고, 불신, 미움, 원망도 있었다. 그렇지만, 하나님이 나를 군대에 보내신 것이다. 군대에서 지내는 동안 하나님께서 내 마음을 조금씩 바꾸시는 것을 느꼈다. 나는 신앙을 포기하고 군대에 갔는데, 하나님은 그런 나에게 일하셨고, 내가 하는 일마다 은혜를 베푸셨고, 나를 도우셨다. 
나중에서야 내 마음에 발견한 것이지만, 내가 어떤 마음으로 어디에 있는지는 그리 중요하지 않았다. 내가 하나님의 뜻 안에 있다는 것, 그것이 중요하다. 나는 마음에 불신이 있었고, 하나님에 대한 원망이 있었기 때문에 하나님이 나를 돕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중요한 것은 내가 하나님의 뜻 안에 있었다는 사실이다. 내가 무엇을 하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내가 하나님의 뜻 안에 있느냐가 중요하다.

 

전화 사용이 문제가 될 것을 전혀 몰랐다
논산 육군훈련소에서 기본 군사교육을 받은 뒤, 서울에 있는 특수전사령부로 자대 배치를 받았다. 우리 부대는 부사관 위주로 움직였고, 나와 같은 병사는 부대 운영을 지원하는 일을 수행했다. 나는 사령관 비서실에 소속되어 근무했는데, 비서실에는 외부로 연결되는 전화가 있었다. 보통 군대에 있는 전화는 군 내에서만 쓸 수 있는데, 비서실에는 외부와 연결되는 일반 전화가 있었다. 가끔 밤에 일을 하고 있으면 다른 사무실 고참들이 찾아와 전화를 쓰고 싶어 했다. 병사가 쓰는 번호는 아니지만 그래도 전화카드를 이용하면 기록이 남지 않기 때문에 한 번씩 허락해 주곤 했다. 
하루는 한 고참이 전화를 쓰겠다고 찾아왔다. 술이 좀 취해 있었는데 헤어진 여자친구에게 연락을 하고 싶다며 막무가내로 전화를 사용했다. 문제는 그 여자친구가 일본에 있었는데, 전화카드를 이용하지 않고 바로 다이얼을 돌린 것이었다. 그때 나는 그 일이 문제가 될 것을 전혀 몰랐다. 몇 주 뒤에 육군본부에서 보안검열이 나왔고 그 전화 사용이 문제로 불거졌다. 그 전화는 사령관님에게 지정된 번호였기 때문에 사령관님이 화가 많이 나셨다.

“하지 않은 것을 했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결국 우리 부대 옆에 있는 기무부대에서 개입하게 되었다. 사령관님 전화는 녹음이 되는데 기무부대장이 녹음 내용을 들어보니 영어로 대화했다고 했다. 나는 처음에 기무부대에서 이 문제를 조사한다는 말을 듣고 기뻤다. 기무부대에서 범인을 잡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기무부대에서는 통화가 영어로 이뤄졌다는 내용만 우리에게 전달했다.
사령관님이 나를 부르셨다. “너, 영어할 줄 알지?” 나는 “예.”라고 대답했다. 우리 사무실에 영어로 대화할 수 있는 사람은 나뿐이었다. 사령관님은 다시 “일본에 아는 사람이 있나?”라고 물으셔서 일본에 선교사님도 계시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라고 대답했다. 그러자 사령관님은 다짜고짜 소리를 치셨다. 
“너, 일본에 왜 전화했어?”
“저는 전화하지 않았습니다.” 
“뭐라고? 내가 다 아는데 왜 거짓말을 해? 잘못했다고 말하면 용서해 줄 수도 있는데.”
“사령관님, 제가 하지 않은 것을 했다고 말씀드릴 수는 없습니다.” 
내 대답에 사령관님은 정말 화가 많이 나셨다. 비서실장을 불러서 
“당장 이놈 영창 보내!”라고 소리를 지르셨다. 
비서실장은 어쩔 수 없이 헌병대에 연락을 했고 저녁에 헌병대장이 우리 사무실로 찾아왔다. 나를 설득하려고 온 것이다. “사령관님이 화가 많이 나셨다. 빨리 잘못했다고 말씀드려라! 안 그러면 내가 너를 영창에 넣어야 한다. 제일 길게 가야 한다….” 내 마음에도 많은 갈등이 있었다. 전화를 사용한 고참은 나를 피하고 있는 상태였고, 내 마음 같아서는 당장이라도 그 이름을 밝히고 싶었다. 그런데 ‘군대에서 어떻게 고참을 일러바칠 수 있나?’라는 생각 때문에 나는 헌병대장 앞에서 아무 말도 못했다. 헌병대장이 나를 설득하다가 돌아가면서 ‘내일 아침에 트레이닝복과 세면도구를 챙겨서 7시 30분까지 사무실로 오라’고 했다. 

비록 영창에 가지만 내 마음에 주님이 계시잖아!
다음 날이면 나는 영창에 간다. 고참들도 ‘오늘 밤은 편하게 자라’며 근무도 빼주고 잘 대해 주었다. 잠자리에 누웠는데 잠이 오지 않았다. 여러 가지 생각이 마음에 왔다갔다 했다. 그러던 중 시편 23편 말씀이 생각났다. 성경을 꺼내서 읽어 보았다. 
“여호와는 나의 목자시니 내가 부족함이 없으리로다. 그가 나를 푸른 초장에 누이시며 쉴 만한 물가으로 인도하시는도다. 내 영혼을 소생시키시고 자기 이름을 위하여 의의 길로 인도하시는도다. 내가 사망의 음침한 골짜기로 다닐지라도 해를 두려워하지 않을 것은 주께서 나와 함께하심이라. 주의 지팡이와 막대기가 나를 안위하시나이다.”(시편 23편 1절~4절)
읽을수록 내 마음이 말씀 앞에 간절해졌다. 그런데 4절에서 다윗은 사망의 음침한 골짜기를 다녔지만 해를 두려워하지 않는다고 했다. 왜냐하면 주께서 함께하시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 말씀을 생각하며 나도 내 마음에 계신 주님과 함께 영창에 간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평안해졌다. 
‘그래, 내가 어디로 가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누구와 함께 가느냐가 중요하지! 비록 영창에 가지만 내 마음에 주님이 계시잖아!’ 
그렇게 잠을 잘 자고 아침에 일어나 트레이닝복을 입고 세면가방을 들고 사무실에 갔다. 이미 사무실에는 나를 호송하기 위해 헌병대장과 병사 두 명이 기다리고 있었다. 

“아버지의 이름을 걸고 맹세할 수 있나?”
그런데 갑자기 비서실장이 오더니 참모장님께서 나를 찾으신다고 했다. 방에 가서 인사를 드렸는데 나에게 “너, 전화를 썼으면 썼다고 말하지, 왜 안 썼다고 해서 사령관님을 더 화나시게 만드냐?”라고 말씀하셨다. 
“네가 잘못을 시인하면 우리가 옆에서 도와줄 수도 있고, 그럼 영창까지는 가지 않을 텐데 왜 고집을 부리냐?”라고 덧붙이셨다. 내 마음에서 그때까지 참고 있던 감정이 북받쳐 터지기 일보 직전이었다. 
“참모장님, 저도 사령관님 마음을 알고, 용서해 주려고 하시는 것도 압니다. 하지만 전화를 안 쓴 것을 썼다고 할 수는 없지 않습니까?” 
나는 지난 며칠 동안 나를 범인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이 말을 수없이 반복했었다. 그날도 참모장님에게 똑같이 이 말씀을 드렸는데 갑자기 나를 믿어주신 것이었다. 
“그렇지. 안 쓴 것을 썼다고야 할 수 없지!” 그러시면서 다시 물었다. 
“너, 하나님 믿지?” 
“예.” 
“그렇다면 하나님 앞에서 네가 전화 안 썼다고 맹세할 수 있나?” 
“예, 저는 전화를 쓰지 않았습니다.” 
“너희 아버지께서 목사님이시지?” 
“예.” 
“그럼 아버지의 이름을 걸고 맹세할 수 있나?” 
“예.” 
참모장님이 잠깐 생각을 하시더니 “너, 여기서 기다려.” 하고 방을 나가셨다. 사령관님을 만나러 가신 것이다. 
“사령관님 박영국이 전화를 안 쓴 것 같습니다.” 
“참모장은 잘 몰라! 그놈이 썼어….” 
사령관님과 참모장님 사이에 많은 대화가 오갔고, 결국 부서의 처장들까지 사령관실로 불려 들어갔다. 한참 후에 참모장님이 나오셔서 ‘사령관님이 영창 안 보내도 된다고 하셨다고 하셨다’며, '어서 가서 네 할 일을 하라'고 하셨다. 참모장님이 부서 처장들을 불러서 사령관님을 설득하신 것이다. 

군생활 동안 하나님은 내 마음을 감사로 채우셨다
제대가 가까웠을 때 참모장님은 바로 옆에 있는 부대의 부대장으로 가셨다. 내가 제대하는 날, 아버지가 부대까지 오셨다. 옆 부대에 참모장님이 계신 것을 알고 만나뵙고 가자고 하셨다. 그 부대에 가서 이버지와 함께 참모장님을 만나 많은 이야기를 했다. 
참모장님이 아버지에게 말씀하셨다. 
“목사님, 저는 사령부에 근무하면서 사령관님과 단 한 번도 의견이 달라본 적이 없었습니다. 사령관님이 말씀하시면 항상 따랐습니다. 그런데 딱 한 번, 사령관님과 의견이 달랐던 적이 있었습니다. 그게 언제인 줄 아세요? 바로 이 박영국 사건 때입니다.” 
그러면서 그때 있었던 일들을 이야기해 주셨다. 대부분의 장교는 자기 부하를 위해서 이렇게까지 헌신하지는 않는다. 그런데 참모장님이 나를 지키기 위해서 사령관님과 다른 의견을 가지고 결국 처장들까지 호출해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결코 흔한 일이 아니다. 나는 그 일이 하나님이 나를 위해서 하신 일이었다고 믿는다. 
지면을 통해서 다 이야기할 수는 없지만, 하나님은 내가 군대에 있는 동안에 나를 지키시고, 도우시고, 또 나를 훈련하시고… 내 마음도 바꾸어 주셨다. 
나는 군에 입대할 때 절망에 빠져 있었지만,  하나님은 군대생활을 통해서 나를 새롭게 하시고 내 마음을 당신에 대한 감사로 가득 채우셨다.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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