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 조건 없이도 발을 내디디면 말씀대로 이뤄지는 믿음의 세계
[라이프] 조건 없이도 발을 내디디면 말씀대로 이뤄지는 믿음의 세계
  • 글 | 강태욱(에스와티니 기쁜소식만지니교회 선교사)
  • 승인 2023.07.04 10:3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023년 7월호 기쁜소식
선교사 수기(7회)

 

어떤 일을 하려면 조건이 갖춰져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 당연하지만, 하나님의 세계 안에서는 정반대였다. 준비된 것이 없어도 하나님이 준비해 두셨음을 믿고 발걸음을 내디디면, 준비된 모든 것을 맛보고 얻을 수 있는 믿음의 세계로 하나님은 나를 이끌어 가셨다. 

 

불가능해 보이는 일들의 시작은 항상 하나님의 말씀이었다
2018년 3월에 열린 에스와티니 월드캠프는, 박옥수 목사님이 오셔서 국왕님으로부터 3만 평의 땅을 기증받으시는 등 어느 때보다 더욱 아름답게 치러졌다. 하지만 그 준비과정은 ‘어려워도 이렇게 어려울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힘들고 절망스런 형편의 연속이었다. 지난호 글에서 소개했듯이, 1년 6개월간이나 발 벗고 뛰어다니며 기증 받는 일을 추진해온 땅이 한순간에 무산되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또 원래는 박 목사님이 에스와티니를 잠깐 방문하실 계획이어서 국왕님과 면담하시는 일정만 준비하고 있었는데, 방문을 한 달 앞두고 목사님이 ‘에스와티니에서 이틀이나 사흘 정도 캠프를 하자고 하셨다.’는 소식을 들었다. 처음 그 소식을 들었을 때 수만 가지 형편들이 떠올랐다. 
‘박 목사님께서 오셔서 하는 캠프라면 최소 1천 명 이상이 참석하는 규모로 준비해야 하는데, 과연 한 달이란 기간 동안 준비가 가능할까? 천 명을 수용할 수 있는 캠프 장소는 어디가 있을까? 또 필요한 비용은 어떻게 다 준비할 수 있을까?’
우리 만지니교회의 규모나 여러 상황을 봐도 한 달 만에 그런 큰 캠프를 준비하는 것은 불가능해 보였다. 그런데 ‘선교회 안에서 지금까지 불가능해 보였던 모든 일들이 어떻게 가능했고, 그 과정에서 하나님이 어떻게 일하셨는가?’ 생각해 보니, 그 시작은 항상 하나님의 말씀이 종을 통해 선포되면서부터였다. 그 후 그 말씀대로 발걸음을 내디뎌 나갔을 때 하나님께서 모든 일을 돕기 위해 미리 준비해 두셨던 것들을 볼 수 있었다. 교사 마인드교육을 시작한 일이나 건축 부지를 얻는 일 등 모든 부분이 그랬다. 처음에는 안될 것 같은 형편만 보이다가, 하나님의 말씀이 마음에 자리를 잡고 커지면 형편과 상관없이 하나님께서 일하실 소망이 생기고, 형편을 뛰어넘을 수 있는 힘이 나를 끌어 이곳저곳 발걸음을 내딛게 했다. 

‘하나님이 지금 나를 시험코자 이렇게 하시는구나!’
사도행전 8장에서 주의 사자가 빌립더러 광야로 내려가라고 했다. 빌립이 그 말씀만 따라 그대로 “일어나 가서 보니” 하나님이 준비하신 에디오피아 내시를 만났고, 복음을 전해 내시가 구원받는 역사가 일어났다. 어느 때든지 말씀을 따라 일어나서 가보면 하나님이 준비해놓으신 많은 것들을 만나고, 결국 말씀대로 이루어지는 믿음의 세계를 발견했다. 
이번에도 형편을 놓고 보면 한 달 안에 캠프를 준비하는 일이 너무 어렵고 갑작스러워서 피하고 싶었지만, ‘하나님이 하셔도 안 되겠나?’라는 한줄기 빛이 내 마음을 비췄다. 그때 막막했지만, 하나님께 말씀으로 보여달라고 기도했다. 
하루는 성경을 읽는데 하나님이 요한복음 6장 5~6절 말씀으로 내 마음을 강하게 두드리셨다. 
“예수께서 눈을 들어 큰 무리가 자기에게로 오는 것을 보시고 빌립에게 이르시되 ‘우리가 어디서 떡을 사서 이 사람들로 먹게 하겠느냐?’ 하시니, 이렇게 말씀하심은 친히 어떻게 하실 것을 아시고 빌립을 시험코자 하심이라.”(요 6:5~6)
내가 처한 상황도 이 말씀 속 빌립처럼 막막해 보였다. 여자와 아이 외에도 5천 명이나 되는 사람들을 먹일 양식을, 예수님은 빌립에게서 찾으셨다. 똑같은 장면을 기록한 마태복음 14장 16절에서 예수님은 “갈 것 없다. 너희가 먹을 것을 주어라.”라고 말씀하셨다. 이 성경 구절을 읽으면서 ‘제자들, 특히 빌립은 예수님의 말씀이 얼마나 당혹스러웠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200데나리온이 있어서 그만큼 떡을 사와 조금씩 나눠줘도 모자랄 텐데, 제자들에게는 그만한 돈도 없었다. 게다가 그곳은 돈이 있어도 그만큼의 음식을 구해 올 수도 없는 빈 들이었다. 
그런 형편 가운데 있는 제자들에게 예수님이 “너희가 먹을 것을 주어라.”라고 하시니 얼마나 황당하고 당황스러웠을까? 그러나 중요한 것은, 예수님이 그렇게 말씀하신 것은 미리 “어떻게 하실 것을 아시고”, 즉 모든 계획과 그 계획을 이룰 능력, 길을 가지신 예수님이 빌립과 제자들을 “시험코자” 이 질문을 하셨다는 사실이다. 나는 그제야 비로소 깨달을 수 있었다. 
‘하나님이 지금 나를 시험코자 이렇게 하시는구나!’
얼핏 생각하면, 나에게 캠프 준비를 다 하라고 하시고 안 되면 그 모든 책임을 나에게 물으실 것 같지만, 주님과 교회는 전혀 그런 의도가 아니었다. 캠프에 참석할 사람들을 어디서 초청할지, 장소는 어디로 하면 좋을지, 필요한 물질은 어디서 마련할지 주님은 모든 길과 방법을 가지고 계셨다. 
“이렇게 말씀하심은 친히 어떻게 하실 것을 아시고 빌립을 시험코자 하심이라.”(요 6:6) 
그렇다! 주님은 어떻게 5천 명을 먹일지 이미 알고 계셨고, 다만 빌립을 시험하고자 ‘우리가 어디서 떡을 사서 이 사람들로 먹게 하겠느냐?’라는 질문을 던지신 것이었다. 그때부터 마음에 힘이 생겼다. ‘주님은 모든 것을 알고 준비해 놓으시고 내게 캠프를 하라고 하시는구나. 주님, 그러면 제가 하겠습니다!’라는 마음으로 이곳저곳을 다니며 캠프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처음부터 끝까지 당신의 방법으로
우선 캠프 장소를 구하는 일이 가장 시급했다. 박람회장은 너무 넓고 캠프를 할 만한 분위기가 나지 않았다. 호텔 컨퍼런스 홀도 대관료가 비싸고 참가자들 식사를 준비하려고 해도 외부 음식 반입이 금지되어 캠프를 하기에 부적합했다. 
우리 행사에 가장 알맞은 장소는 국립대학교였다. 국립대학교 강당은 1,500~2,000석 규모로 모이는 것이 가능하지만, 대학교에서 사용 허가를 받는 것이 너무 까다로웠다. 
먼저 교육부로부터 허가를 받아야 했고, 학교 자체 위원회의 심사를 거쳐야 하는 데에다 강당에서 갖는 행사 등 학사일정과 겹치지 않아야 하는 점 등 여러 조건들이 있었다. 
그때 에스와티니 교육부는 여러 부분에서 우리에게 비협조적이고 행정처리 절차도 까다로웠다. 그러나 감사하게도 교육부로부터 국립대 강당 사용 허가 편지를 받을 수 있었고, 학교 측에서도 협의해 학교 행사장을 이용할 수 있도록 허가해 주었다. 너무 기쁘고 감사했다. 
캠프 장소가 마련되었기 때문에 본격적으로 참가자들을 모집하기 시작했다. 시간이 모자라 일반 참가자들을 모으기에는 역부족이었던 만큼 경찰청 간부들과 경찰대학 훈련생들, 교정청 간부 및 교정대학 훈련생, 군부대 간부 및 훈련생 등을 초청했다. 감사하게도 각 기관에서 모두 참석자들을 자체 차량으로 사흘간 참석하도록 허가를 해주어, 행사 당일에는 2천 석 규모의 국립대 강당이 가득 채워지는 역사를 경험했다. 
주님은 정말 말씀 그대로 친히 어떻게 하실 것을 아시고 계셨고, 처음부터 끝까지 당신의 방법으로 캠프를 아름답게 이끌어 주셨다. 

누가 하나님이 준비하신 세계를 맛볼 수 있는가?
이 일을 통해, 하나님은 항상 내 생각과 달리 교회와 종을 통해서 내 능력의 한계를 넘어 일하라고 말씀하시지만, 막상 뛰어들어 일해 보면 당신께서 모든 것을 준비해 놓고 기다리고 계심을 또 한 번 경험할 수 있었다. 그렇다면 누가 하나님이 준비하신 세계를 맛볼 수 있는가? 정답은 ‘하나님의 인도와 교회의 음성을 따라 자신을 내던져 발걸음을 내딛는 사람’을 통해 하나님이 일하신다. 
이렇게 하나님은 내가 한 걸음 한 걸음 믿음의 발걸음을 내디뎌 갈 수 있도록 교회와 종들을 통해 이끌어주셨고, 그 인도를 받아 나가기만 하면 하나님의 역사를 맛보는 귀한 경험들을 할 수 있었다. 

하나님의 세계는 내 고정관념과 정반대였다
땅을 기증받고 그곳에 선교센터를 건축하는 일은 내 인생에서 더더욱 큰 난관이었다. 기증받은 땅에 건축을 시작할 때, 나는 건축에 대한 지식이 없었을 뿐더러 관심도 경험도 전무했다. 게다가 당시는 교회를 시작한 지 3년 정도 되던 때라 성도들도 30~40명 남짓 되던 시절이었었다. 성도들 중에서도 건축에 대한 경험이나 지식이 있는 사람은 없었다. 3만 평의 땅을 받아서 건축할 계획은 왕실과 정부에 제출해 놓은 상태였지만,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방향도 길도 몰랐다. 
그때 박 목사님이 포크레인 사업을 하시는 박정모 집사님 부부와 포크레인을 에스와티니에 보내주셨다. 집사님이 먼저 단층 예배당을 지을 땅을 정리하신 다음, 주변 부지 정리를 시작하셨다. 그러나 건축을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는 여전히 막막했다. 박 목사님은 ‘건축학교를 시작해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그 학생들에게 실습을 시키면서 센터 건축을 해보라.’고 하셨다. 그 말씀을 듣고도 학생들을 가르치는 데 필요한 강사와 최소한의 교실도 없이 어떻게 건축학교를 시작할지 엄두를 내지 못하고 얼마간 시간을 보냈다.
그때만 해도 나는 ‘강사나 교실 등이 생겨야 건축학교를 시작할 수 있다.’라는 고정관념에 잡혀 있었다. 어떤 일을 하려면 조건이 갖춰져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 당연하지만, 하나님의 세계 안에서는 정반대였다. 준비된 것이 없어도 하나님이 준비해 두셨음을 믿고 발걸음을 내디디면, 준비된 모든 것을 맛보고 얻을 수 있는 믿음의 세계로 하나님은 나를 이끌어 가셨다. 
‘언제까지 필요한 것이 모두 갖춰지기만 마냥 기다리고 있을 것인가?’ 
조건이 갖춰지지 않았지만 먼저 학교를 시작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너무 막막하고 어떻게 시작할지 몰랐지만, ‘일단 발걸음을 내디디면 가는 동안에 하나님께서 준비하신 것들을 만날 수 있지 않겠나?’라고 생각했다. 

일단 학생들 모집부터 시작했다 
가장 먼저 건축학교 학생 모집 포스터부터 멋있게 만들기 시작했다. 빌딩 건축, 전기 배선, 포크레인, 용접 등 4가지를 전공과목으로 정하고, 건축과 관련된 이미지들을 적절하게 넣어서 꾸미니 그럴싸한 포스터가 완성되었다. 교실이나 강사도 없고 가르칠 교육 내용도 없었지만, 일단 학생들 모집부터 시작했다. 생각했던 것보다 반응이 뜨거웠다. 많은 사람들이 문의했고, 최대 50명을 모집하기로 했는데 100명이 넘는 지원자들이 신청했다. ‘무료 클래스’라는 문구가 많은 관심을 모은 것 같았다. 
‘이들 중에서 앞으로 함께 센터 건축을 해나갈 수 있는 좋은 학생을 어떻게 선발할까?’ 생각하던 중 지원자들을 모아 인터뷰를 하기로 했다. 당시 우리는 단층 예배당을 지을 땅을 정리한 다음, 길이 40피트(약 12m)짜리 컨테이너를 현장에 갖다 놓고 절반을 사무실로 만들어 사용하고 있었다. 그곳에서 학생들을 불러 인터뷰를 했다. 
선발 인터뷰에서는, 가장 먼저 건축학교가 기독교 정신을 바탕으로 설립된 학교이기에 성경 공부와 마인드교육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마음의 자세가 되어 있는지를 확인했다. 그 다음으로는 이론 중심 교육이 아닌 실습 중심 교육을 진행할 계획임을 인지시키고 힘든 일도 마다하지 않겠다는 서약을 받았다. 

첫 번째 문제였던 교실이 해결되고 
많은 지원자들이 관심을 갖고 왔는데 정작 필요한 강사나 교실, 교육과정, 학생들에게 제공할 점심 등은 준비되지 않은 상태였다. 당장 예배를 드릴 장소도 있어야 했기에 먼저 교실 등 여러 목적으로 모일 장소로 쓸 텐트를 구입했다. 에스와티니에서는 교회들이 예배당을 짓기 전 시작 단계에서 텐트를 쳐서 예배 장소를 마련해 교회를 시작하고, 지역에서 집회를 할 때에도 텐트를 쳐서 집회를 하는 문화이다. 
10×15미터 텐트 하나를 구입해 설치해 놓고 바닥에는 벽돌을 깔아서 임시 텐트 예배당을 마련해, 그곳에서 주말에는 예배를 드리고 평일에는 건축학교 교실로 사용하기로 했다. 텐트를 학교 교실로 사용하기에는 썩 적합하지 않았지만, 그나마 첫 번째 문제였던 교실이 해결되었다. 

강사도, 교육과정도 준비되었지만…
다음으로 교회 성도들 몇몇이 모여 주변을 찾아다니며 건축학교 강사로 초빙할 만큼 건축에 대해 아는 사람이 있는지 알아보기로 했다. 학비가 없어서 교육 기회를 제공받지 못한 미취업 청소년들을 위해 건축 기술을 무료로 가르쳐 주는 우리 건축학교의 설립 취지를 잘 소개하면서 재능 및 기술 기부로 학생들을 가르쳐 줄 강사들을 찾아보러 다녔다. 
우리가 땅을 얻기 위해 관공서를 한창 찾아다닐 때 만났던 만지니 시청 엔지니어 분께 연락을 드렸는데, 마침 퇴직해서 최근에는 특별히 할일이 없다고 하셨다. 그분을 만나 건축학교의 취지를 설명하고 자원봉사로 학교 강사가 되어줄 수 있겠느냐고 하니 선뜻 돕겠다고 약속하셨다. 그분의 자격과 경험을 따져보니 너무 좋고 우리에게 합당한 강사이셨다. 그분과 함께 학생들에게 무엇을 가르칠지 의논하면서 건축학교의 교육과정(커리큘럼)도 완성되었다. 
그분은 “내가 건축학교 학생들에게 이론은 가르칠 수 있지만, 학생들을 데리고 실제로 센터를 건축하려면 건축 실습을 잘 가르쳐 줄 강사가 한 명 더 필요합니다.”라고 하셨다. 그래서 “당신처럼 퇴직한 엔지니어들 중에서 경력과 기술을 갖춘 사람을 한번 알아봐 주십시오.”라고 부탁드렸다. 
그렇게 건축 실습 강사를 알아봐 달라고 여러 번 부탁드렸지만 그분은 머뭇머뭇하셨다. 내가 이유를 묻자 그분이 어렵게 말을 꺼내셨다. “나는 선교사님의 상황을 이해하고 돕기로 했지만, 사실 우리 에스와티니 사람들은 돈을 안 주면 절대로 일을 하지 않습니다. 다른 사람들에게 자원봉사로 학생들에게 건축 기술을 가르쳐 달라고 부탁해도, 그 부탁을 들어줄 만한 사람은 없습니다.”
그분의 이야기를 듣고 ‘퇴직한 엔지니어들 중에 아는 사람이 있느냐?’고 묻자 아는 사람이 있다고 하셨다. 나는 ‘그분을 한번 만날 수 있게 초청을 해달라’고 부탁했다.(다음호에 계속)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