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 소망을 주는 사람
[라이프] 소망을 주는 사람
  • 글 | 안나 티모센코(우크라이나, 기쁜소식키이우교회)
  • 승인 2023.09.09 19:2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023년 9월호 기쁜소식
성도 간증

2022년 초에 우크라이나에 전쟁이 일어났을 때 굉장히 두려웠다. 공습경보가 울리면 지하 대피소로 들어가서 며칠 동안 지내야 했고, 전쟁 초기에는 경보가 심하게 울려서 더 두려웠다. 나는 당시에 기쁜소식키이우교회에 있었는데, 류의규 목사님도 우크라이나를 떠나셔야 했기에 나는 부모님이 계신 곳으로 갔다. 
어느 날, 독일로 가신 류 목사님에게서 연락이 왔다. 독일에서 우크라이나 청년들을 위해 ‘므리야(꿈) 프로젝트’를 시작한다고 하며 나도 독일로 오면 좋겠다고 하셨다. 그리고 전쟁으로 상처 입은 우크라이나 난민들에게 노래로 소망을 전하는 일에 함께하자고 하셨다. 처음에는 내가 우크라이나 난민들을 위해 소망을 전한다는 말이 잘 이해가 가지 않았다. 
나는 2012년에 구원받고 교회 안에서 자랐고, 부모님이 우리 선교회에서 사역하고 계신다. 나는 키이우교회 찬양 밴드 소속으로, 우리 찬양 밴드는 7년 전에 결성되었다. 우리는 수양회나 여러 교회 행사에서 공연해왔는데, 그동안 멤버가 계속 바뀌면서 당시에는 나와 내 동생만 남아 있는 상태였다. 나는 우리 음악이 사람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전혀 생각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렇게 나는 선교사님의 인도로 독일로 갔다. 그리고 프랑크푸르트의 한 번화가에서 우크라이나 난민을 위한 공연을 했다. 당시 독일에는 우크라이나에서 피난 온 여성들과 어린이들이 많았다. 18세 이상 남자들은 징집 대상이기 때문에 나라 밖으로 나올 수 없다 보니 그랬다. 
교회에서 준비해준 무대에서 우크라이나 노래를 불렀을 때 많은 사람이 울었고, 마치 오랜 친구를 만난 것처럼 우리를 반기고 환영해주었다. 사람들을 위로하려고 준비한 공연이었는데 오히려 내 마음이 큰 위로를 받고 소망을 가질 수 있었다. 그런 경험은 처음이었다. 목사님의 말씀처럼 우리 밴드가 사람들에게 소망을 줄 수 있었다.
길거리 공연 이후 므리야 프로젝트와 함께하며 정말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우크라이나 독립기념일 행사, 유럽 40여 개 도시 크리스마스 뮤지컬 투어, 우크라이나 20여 곳 크리스마스 뮤지컬 투어, 그리고 부활절 뮤지컬 투어까지. 우리 밴드가 음악 연주도 하고 노래도 부르고, 뮤지컬에서 연기도 했다. 유럽 투어를 할 때에는 한 달 넘게 버스로 이동해야 해서 몸은 많이 피곤하기도 했지만 마음은 너무 기쁘고 감사했다. 우크라이나에서 크리스마스 투어를 할 때에는 정말 놀라웠다. 전쟁 전과 분위기가 확연히 달랐다. 전쟁으로 인해 사람들 마음에 하나님을 찾는 마음이 생겼기 때문이다. 언제 어디서든지 공연을 하고 나면 목사님이 복음을 전하셨는데, 관객들이 말씀을 진지하게 듣는 것을 보면서 사람들의 마음이 하나님과 가까워지는 것을 느낄 수 있어서 감사했다. 
작년 여름에는 한국 월드캠프에 와서 므리야 댄스팀이 세계문화댄스페스티벌에서 대상을 타며 크나큰 사랑을 받았다. 올해도 므리야 댄스팀이 한국 월드캠프에 참석했다. 작년에 나는 댄스팀의 스태프였는데 이번에는 찬양 밴드 멤버로 참석했다. 우리 밴드는 월드캠프와 동시에 진행된 기독교지도자모임CLF 컨퍼런스에서 공연했다. 세계 각국에서 오신 비숍과 목회자 분들 앞에서 공연하게 되리라고 생각하지 못했기에 무척 긴장이 되었다. 
캠프가 시작되기 전, 한국에 도착해서 기쁜소식전주교회에서 지내며 연습을 했다. 댄스팀은 큰 홀에서 연습하고 우리는 작은 방에서 연습하는데, ‘이렇게 준비해서 과연 우리가 공연할 수 있을까?’ 걱정이 앞섰다. 왜냐하면 우리는 멤버가 네 명인데, 음악을 제대로 배운 사람은 피아노를 치는 동생뿐이었기 때문이다. 노래하는 자매는 노래 공부를 하고 있는 상태고, 나는 드럼을 배운 지 6개월밖에 안 돼서 공연하다가 드럼 스틱이 날아간 적도 있고, 또 다른 내 동생은 기타를 배운 지 1년밖에 안 된 상태였다. 더욱이 음향 장비도 아주 열악했다. 
개막식을 하는 날, 부산 행사장으로 가면서 전도사님의 말씀을 들었다. 우리 삶에 우연히 일어난 일이 하나도 없고, 하나님의 허락 없이는 어떤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고 하셨다. 내 마음속에는 우리 밴드가 한국에 온 것은 단순히 ‘그냥 우연히’라는 마음이 있었다. 그래서 ‘한국에는 그라시아스합창단도 있고 새소리음악학교도 있는데, 우리 같은 작은 밴드가 공연할 수 있을까? 우리는 부끄러움만 당할 거야.’라는 생각이 컸다. 그런데 전도사님의 말씀을 들으면서 ‘우리 밴드가 한국에 온 것도 하나님이 허락하신 거구나.’ 하며 하나님이 우리 밴드를 도우시겠다는 마음이 들어 평안했다. 
CLF 컨퍼런스는 여러 강의실에서 주제별로 수업이 진행되고 있었고, 우리는 강의가 시작되기 전에 공연했다. 목회자님들의 반응이 상당해서 우리 멤버 모두 깜짝 놀랐다. 찬송을 같이 따라 부르고 박수를 치고 환호하고…. 우리 공연에 왜 그렇게 반응해주시는지 의아할 정도였다. ‘우리는 그런 무대에서 공연할 수 없는 사람인데 하나님께서 은혜를 베풀어주셨구나.’ 하며 정말 감사했다.
월드캠프 기간에 매시간 말씀을 듣는 것도 감사했다. 박옥수 목사님은 우리 삶에 어떤 어려움과 문제가 생겨도 그 일을 해결하실 분은 하나님이라고 하셨다. 왜냐하면 하나님은 우리 아버지이시기 때문이라고 하셨다. 그 사실이 너무 감사했다.
나는 우리 밴드가 연주하는 곡 중에 ‘만 개의 이유’라는 찬양을 좋아한다. 이 곡에는 ‘나에게 하나님을 찬양할 만 가지의 이유가 있다’는 가사가 있다. ‘해가 떴기 때문에, 내가 오늘 일어날 수 있기 때문에, 새로운 하루를 주셨기 때문에…’ 등 모든 부분에 감사하다는 가사다. 이 곡을 연주할 때면 무엇보다도 하나님이 나에게 교회 안에서 자랄 수 있게 해주신 것이 감사함을 알게 해주신다. 작년에도 우리가 한국에 오는 과정에서 많은 어려움이 있었고 올해도 그랬지만 하나님이 우리 안에 역사하시고 도우실 뿐 아니라, 우리를 통해 다른 사람들에게 하나님의 마음을 전하도록 역사해주시는 것 또한 감사하다.
이번 캠프에서 ‘율법은 참 형상이 아니요, 장차 오는 좋은 일의 그림자’라는 말씀을 들었다. 하나님께서 우리 죄를 씻으시기 위해 그림자를 준비하셨다면 ‘내 삶에 있는 모든 일에 대해서도 하나님이 미리 준비하시지 않았겠는가’라는 마음이 든다. 때로는 ‘내가 원하는 것도 있고 또 내가 하고 싶은 것들이 있는데 언제까지 찬양 밴드를 해야 할까?’라는 생각도 들지만, 하나님께서 나를 미리 아시고 나를 위해 준비해주신 계획이 있다는 것이 감사하다.
우리 찬양 밴드의 이름은 ‘리드니RIDNI’로, ‘가족, 가까운 친형제, 친자매’라는 뜻이다. ‘그리스도 안에서 우리가 하나가 됐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앞으로 우리 밴드도 복음을 위해 투어를 하고 싶고, 앨범을 만들어서 노래를 통해 하나님을 알리고 싶고, 전쟁으로 슬퍼하는 사람에게 소망을 전하고 싶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