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느니라
[오피니언]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느니라
  • 글 | 윤준선(기쁜소식한밭교회)
  • 승인 2023.10.12 11:5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023년 10월호 기쁜소식
자연에서 발견하는 하나님의 섭리-2

과학의 발전은 그동안 인간이 이해하지 못했던 것들의 원리를 드러냈다. 천동설이 틀리고 지동설이 맞다는 사실을 발견한 것은, 우리가 보는 것으로 판단하는 것에 오류가 있음을 가르쳐준다. 성경 속 많은 말씀과 비유가 자연현상을 인용하는데, 현대에 우리가 얻은 과학 지식이 성경을 새롭고 더 깊게 이해할 수 있게 한다. 이번 호에서는 작은 씨 안에 담긴 하나님의 섭리를 생각해본다. 

 

2022년은 유전학의 아버지 그레고어 멘델의 탄생 200주년이 되는 해였다. 멘델의 유전 연구로, 생물학은 생물의 생활사를 관찰하는 데에서 벗어나 관찰한 결과를 수학적으로 해석할 수 있게 되었고, 법칙에 의해 결정되는 숨겨진 영역이 있다는 사실이 처음으로 밝혀지게 되었다. 그 후 여러 연구로 유전물질이 DNA라는 것과 DNA 구조가 밝혀지면서 유전학에 대한 이해를 발전시켰다. 모든 생명의 근원이며 생명체의 정보를 담고 있는 유전자를 찾아 나서게 한 유전학 탄생의 시작은, 완두콩을 이용한 멘델의 교배 실험이었다. 멘델은 그 실험에서 완두콩 종자 안에 담긴 유전자의 조합이 완두콩의 모양을 결정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씨는 약속이고, 생명이며, 불변한다
“씨를 뿌리면 거두기 마련이다.”, “씨는 속일 수 없다.”라는 속담처럼 씨(종자)는 어떤 것의 시작, 근원을 의미하는 말로 쓰인다. 생명이 씨로부터 시작되고, 씨로 번식하여 세대를 이어가면서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생물계를 만들어 놓았다. 
앞서 말한 속담에서처럼 씨는 그것으로부터 얻어질 결과물을 보장하고, 동일한 씨는 동일한 결과물을 보장한다. 씨는 약속이고, 생명이며, 어떤 환경에서도 그 안에 담긴 프로그램이 변하지 않는다.
성경은 이 씨에 관하여 이야기한다. 하나님은 창세기 1장에서 창조 셋째 날에 뭍을 드러내시고, “땅은 풀과 씨 맺는 채소와 각기 종류대로 씨 가진 열매 맺는 과목을 내라.”(창 1:11)라고 말씀하셨다. ‘식물이면 당연히 씨가 있는 것 아닌가?’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식물이 창조된 시점으로 돌아가 보면 하나님께서 의도를 가지고 식물이 씨를 갖게 만드셨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나무나 식물은 일부분을 꺾어서 땅에 꽂아 두면, 뿌리가 생기고 정착하며 하나의 개체로 생장이 가능하다. 물론 식물의 일부분을 꺾어서 땅에 꽂아줄 주체가 있어야 하겠지만, 식물이 이렇게 번식할 수 있다면 씨를 만들지 않고도 번식하게 하는 방법이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하나님은 식물로 하여금 씨를 가지게 하셨다. 씨를 특별히 드러내 말씀하셨다. 왜 그럴까?

씨와 밭, 말씀과 마음
복음서에 보면, 예수님은 여러 가지 비유로 신앙의 세계를 말씀하셨다. 그 가운데 하나가 씨 뿌리는 비유다. 예수님은 씨 뿌리는 비유를 통해 하나님의 말씀과 인간의 마음 상태, 그에 따른 결실의 관계를 이야기하셨다. 하나님의 말씀을 씨로, 인간의 마음을 밭(땅)으로 표현하신 것이다. 
하나님은 사람과 믿음의 관계를 원하셨다. 믿음이 어떻게 형성되는지를 설명하기에 씨와 밭의 관계만큼 적절한 비유가 없을 것 같다. 좋은 밭에 씨가 심기고 자라서 열매를 맺는 과정은, 흙처럼 생명이 없는 사람의 마음에 하나님의 말씀이 들어와서 자라 결실하는 것과 같다. 
하나님이 채소와 나무를 창조하실 때 씨를 갖게 하셔서, 작고 보잘것없는 씨 안에 채소와 나무가 될 프로그램을 넣어 두셨다. 씨가 죽은 것 같지만, 그 안에 생명이 있어서 좋은 밭을 만나 싹을 틔우고 열매를 맺는 과정을 보여주고 싶으셨던 것이다. 그것처럼 하나님의 말씀이 우리 마음에 심기면 그 열매를 맺는다. 베드로전서 1장 23절은 “너희가 거듭난 것이 썩어질 씨로 된 것이 아니요 썩지 아니할 씨로 된 것이니, 하나님의 살아 있고 항상 있는 말씀으로 되었느니라.”라고 말한다.

한 알의 밀이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고
그런데 성경을 읽다 보면 요한복음 12장 24절에 “내가 진실로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한 알의 밀이 땅에 떨어져 죽지 아니하면 한 알 그대로 있고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느니라.”라는 말씀이 나온다. 죽으면 당연히 생명을 잃은 것일 텐데, 성경은 반대로 죽어야 열매를 맺는다고 말한다. 
식물은 생장하고 열매를 맺고 씨를 맺을 때, 씨를 특별한 상태로 만드는 작업을 한다. 바로 장기 휴면 상태로 만든다. 즉, 살아는 있지만 모든 생명 현상이 멈춰진 상태로 보존된다. 언뜻 보면 죽은 것 같다. 그런데 그런 씨가 죽어야 열매를 맺는다고 하니 뭔가 맞지 않는 것 같다. 
예수님은 말씀하시면서 ‘한 알의 밀’이라고 매우 구체적으로 예를 드셨다. 밀 종자를 살펴보면, 그 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밀은 밀기울이라고 불리는 7겹의 밀 껍질로 덮여 있고, 그 안에 배젖과 배(씨눈)가 있다. 밀가루를 만드는 데 쓰이는 것이 배젖이다. 
배젖은 배(씨눈)를 위한 영양 창고로, 80% 이상이 탄수화물로 구성되어 있다. 배는 물과 온도 등 적절한 발아 조건을 만나면 생명 활동을 시작하고, 그때 배젖이 배가 자라서 껍질을 뚫고 나오게 하는 에너지가 된다. 땅 속에 묻혀 있는 종자는 빛을 받을 수 없어 광합성을 할 수 없기 때문에, 배젖이 없다면 씨가 발아하고 땅을 뚫고 나와 빛을 볼 때까지의 여정을 성공시킬 에너지 공급원이 없다.
이 과정에서 밀이 죽는다. 밀이 형태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으면 씨앗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배젖이 그대로 유지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씨앗이 발아하여 흙을 뚫고 나오는 동안, 배젖의 탄수화물이 배가 자라는 데 필요한 에너지로 모두 바뀌어 소멸한다. 배젖의 형태가 사라지고 종자는 껍질만 남은 채 텅 빈다. 이렇게 한 알의 밀이 죽고 그 씨가 생명 활동을 시작해 생장하여 많은 열매를 맺는 것이다. 
하나님은 식물을 창조하실 때 씨를 넣어두셨다. 식물이라면 씨가 있는 것이 너무나 당연하게 여겨지지만, 하나님은 씨 안에 어떤 섭리를 숨겨두셨다. 그것은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인간에게 영원한 생명을 주시려는 당신의 마음이다. 한 알의 밀 안에 있는 배젖이 모두 소진되어야 배가 새로운 생명으로 자라 많은 열매를 맺듯, 하나님은 예수님 안에 있는 영원한 생명을 인간에게 주기 위해 배젖과 같은 예수님의 육신의 삶을 소진시키셨다. 십자가에 못 박혀 죽게 하셨다.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는다는 것은 바로 예수님의 죽음으로 우리가 영생을 얻음을 말하는 것이다. 보잘것없어 보이는 작은 씨 안에 담긴 하나님의 섭리가 크고 놀랍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