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후에 다시 가보고 싶은 곳
1년 후에 다시 가보고 싶은 곳
  • 월간 기쁜소식
  • 승인 2013.03.13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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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창포 가는 길. 서울에서 서해안고속도로를 타고 당진, 서산, 홍성, 대천을 지나면 무창포다. 조용하고 자그마한 마을, 백사장과 갯벌, 그리고 마을을 중심으로 펼쳐진 논과 밭…. 한가롭던 이곳에, 매달 보름 정도는 썰물 때 해변에서 섬까지 1.5km의 바닷길이 열리는 것이 알려지면서 제법 유명한 곳이 되었다. 그래도 무창포는 아직 평온한 어촌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
1988년에 개척된 무창포제일교회. 당시 구원받아 교회를 세워달라고 부탁하며 예배당 부지를 제공했던 라인균 장로님은 여전히 교회 바로 옆집에 살고 있었다.
아담한 예배당 안으로 들어가니 고향집처럼 정겹다. 시골 고향을 떠나 도시에 사는 이들은 세월이 흐를수록 고향이 그립다. 그곳에선 남보다 잘살기 위해 껴입은 갑갑한 옷들을 다 벗고 벌거벗은 본디 모습으로 돌아가 쉴 수 있기 때문이다. 요즘은 고향도 예전처럼 정겹지 않은데, 무창포제일교회는 여전히 고향의 향취를 지니고 있었다.
예배가 시작되기 훨씬 전인데도 형제 자매들이 하나 둘 예배당으로 들어오면서 취재 나온 기자에게 반갑게 인사를 건넸다. 얼마 전부터 교회에 나오기 시작해 복음의 말씀을 듣고 있다는 김춘자 할머니는, 대보름에 교회에서 찰밥을 해드시라고 보자기에 찹쌀을 담아서 들고 왔다. 형제 자매들은 예배당 뒤편에 마주보게 놓은 의자에 앉아서 이야기꽃을 피웠다. 목사님과 사모님도 함께 앉아서 이야기에 빠져들었다. 형식도, 시간도 잊고 마음 담은 이야기들을 주고받는 성도들, 이야기가 그치질 않고, 웃음이 끊이질 않았다. 예배 시작 시간이 다 되어가는 것도 잊고 있는 듯했다.

 

주일 예배

 
예배가 시작되고 함께 찬송을 불렀다.
“주 예수보다 더 귀한 것은 없네…” 중학생 라근수 군의 매끄럽지 않은 피아노 반주가 오히려 더 정감 있게 들린다. 찬송을 마치고 유만복 목사님이 기도한 후 교회 탐방 이야기를 꺼냈다.
“기쁜소식사에서 우리 교회를 찾아온다는데 보여줄 게 없어서 형제님들과 의논을 했습니다. 한 형제님이 ‘우리도 예배 시간에 옷을 갖춰 입고 특별 찬양을 하자’고 했습니다. 옷은 있냐고 물으니까 다 옷장 안에 있다고 하는데, 저는 아직 한 번도 못 봤습니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찬양을 하면 앉아 있는 사람보다 나와서 찬양하는 사람이 더 많을 것 같아서 그만두기로 했습니다.”
앉아 있던 형제 자매들이 깔깔 웃었다.
사람 사는 곳에는 어디에나 사연이 있는데, 무창포제일교회 형제 자매들은 유난히 파란만장한 삶을 살았단다. 간증 시간에는 그렇게 살았던 형제 자매들이 주님을 만나고, 주님과 동행하면서 얻은 간증들을 쏟아냈다.
유만복 목사님은 마음이 가난한 자에게 임하는 축복에 대해 설교했다. 자신의 이름은 만복(萬福)이지만 지지리도 복 없는 삶을 살아서 괴로웠는데, 사실은 그것이 진짜 복이었다고.
“마음이 가난하면 하나님의 말씀이 달게 느껴집니다. 말씀이 우리 마음에 그냥 흘러들어옵니다. 그 말씀이 우리에게 소망을 주고 힘을 줍니다. 성경에서 나를 향한 하나님의 은혜와 뜻을 볼 때, 우리는 거기서 힘을 얻습니다. 우리 교회는 목사도 성도도 파란만장한 삶을 살았는데, 다 마음이 높아서 하나님이 우리를 그만큼 꺾어주신 겁니다.”
간혹 뛰어난 언변으로 사람을 웃기는 이들이 있는데, 유만복 목사님은 어리석었던 자신의 지난 삶 이야기들을 그대로 이야기해 사람을 웃겼다. 얼마나 우스운지, 거의 뒤로 넘어가는 사람도 있었다. 목사님이 자신의 약함을 그대로 드러내니 아무도 그럴 듯한 옷으로 자신을 가려야 할 필요가 없어 보였다.
그리스도인의 약함은 약함으로 끝나지 않는다. 유 목사님의 설교대로 약한 자의 마음에는 하나님의 말씀이 흘러들어오고, 그 말씀에는 엄청난 힘이 있기에 약한 그리스도인은 가장 강하게 사는 것이다. 하나님이 주시는 사랑의 약속이 우리 마음에 머물 때 우리는 가장 행복한 삶을 사는 것이다.

 

 

 

 

라인균 장로 집을 찾아서

 
점심을 먹고는 무창포제일교회가 세워질 때부터 지금까지 함께한 라인균 장로 댁을 방문해 장로님과 마주보고 앉았다. 나이 80을 바라보고 있는 장로님은 구원받은 일부터 교회와 함께 지내온 25년의 일들을 쏟아냈다.
“구원받기 전, 다 망한 후 ‘죄 사함 거듭남의 비밀’ 책을 얻어서 읽고 감동을 받아 부천까지 찾아가서 오성균 목사님과 상담도 하고, 1987년 겨울 수양회에도 참석해서 구원을 확신했지요. 그 후
‘죄 사함 거듭남의 비밀’ 설교 테이프를 다니던 교회 집사들에게 나눠주어 구원받는 사람들이 여럿 일어났어요. 그 가운데 두 사람은 오늘 예배에도 참석했어요.”
25년이 흐르는 동안 무창포제일교회에는 사역자가 아홉 번 바뀌었다. 열 명의 사역자 가운데 교회를 시작한 김학철 전도사(현재 태국 선교사)와 보낸 시간이 장로님은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김 전도사님 부부가 결혼해서 신혼여행을 여기로 왔어요. 짐도 없이 가방 하나 들고요. 교회가 지어지기 전이어서, 제가 아는 민박집에서 방 하나를 얻어 한 달에 2만 원씩 주고 전도사님 부부가 살았지요. 둘이 누우면 어깨가 닿을 정도로 좁은 방이었어요. 그 민박집 대문 한쪽에 교회 간판을 걸고 무창포제일교회가 시작되었어요. 전도사님은 우리 가족과 허물없이 지냈어요. 밥도 같이 먹고, 교회를 지으면서 힘들 때면 우리 집 마루에 벌렁 누워서 한숨 자고 가기도 하고요. 그때 내 마음에 우리 교회가 참 아름답게 느껴졌어요.”
두껍고 재미있는 옛날 이야기 책을 펼친 듯 장로님 입에서 무창포제일교회의 지난 역사들이 술술 흘러나왔다. 가슴 찡한 이야기, 마음 아픈 이야기…. 날을 새가며 이야기를 들어도 지루하지 않을 것 같은 이야기들이 끝없이 펼쳐질 것 같았다. 이제 이야기책의 앞부분을 조금 넘긴 듯한데, 이야기를 시작한 지 벌써 한 시간째를 향해 가고 있었다.
“교회에 여러 일들이 있었지만 무엇보다 감사한 건, 가까운 도시들에서 구원받는 사람들이 일어나 서천에 교회를 개척하고, 이어서 대천에 교회를 개척한 일이에요. 그렇게 교회들이 개척되면서 지금은 무창포 인근에 사는 사람들만 우리 교회에 남아 주님을 섬기고 있지요.”
오랜 시간 교회와 함께하며 장로님은 주님으로부터 무엇을 배웠는지 궁금했다.
“교회 초기에는 사역자 분들이 전도도 함께 다니고, 많은 일을 나와 함께 했어요. 그런데 예배당을 지을 때 하나님이 나는 일체 손을 대지 못하게 하셨어요. 내가 계획한 대로 일이 안 되고 다 다른 방법으로 되었어요. 참 희한하대요. 하나님의 일은 하나님이 하시는 건데, 그것도 모르고 그래도 무슨 일이든 내가 해야 하는 줄 알았어요. 그래서 신앙을 배우는 데 더디긴 했지만, 주님이 당신만을 믿는 믿음의 길을 가르치셨어요. 지금은 교회에 젊은 형제들이 일어나 일하기에 나는 뒤따라가요. 교회에서 하는 일은 무엇이든지 그대로 따르지요.”
자신은 잔꾀가 많은 사람이기에 자기 길을 갔을 터인데, 하나님이 집을 교회 옆에 두어 꼼짝 못하게 해놓고 교회와 동행하게 해주신 것이 큰 은혜였다고 말하는 장로님. 개인적으로 행복했던 일을 물으니, 가진 것 하나 없었는데 하나님께서 7남매를 다 결혼시켜 주셨다며 “하나님이 우리 아이들을 아름답게 해주시는 것을 보았어요.” 하고 말한다.
이어서 장로님은 옆에 앉아 있던 넷째 아들 라종화 형제 이야기를 꺼냈다.
“넷째가 공무원 시험에 합격했지만 속초로 발령이 나서 가지 말라고 했어요. 나와 함께 지내면서 교회를 섬기자고요. 아들이 내 뜻을 받아주어 지금까지 살고 있어요. 주님이 며느리도 주셔서 함께 복음을 섬기며 복되게 살고 있지요.”
이야기를 매듭지으면서 시간이 부족한 게 아쉽고, 교회와 함께 살아와 개인의 삶이 교회의 역사가 된 장로님의 인생이 주님 안에서 복되어 보였다.

 

성도들과 마음을 나누고 싶은 유만복 목사

 
바닷가를 잠시 산책한 후, 넉넉한 인상을 풍기는 유만복 목사님과 마주앉아 마음에 담긴 이야기들을 들어보았다.
“저는 전에 강원도 간성에서 사역하면서 열심히 전도했지만 열매가 없어서 실망하고 있던 차에 몸이 아프고 아이들 학비 문제도 있고 해서 사역을 그만두고 돈을 벌려고 했어요. 이후 기쁜소식강남교회에서 지내면서 로마서 3장 12절의 “다 치우쳐 한가지로 무익하게 되고 선을 행하는 자는 없나니 하나도 없도다.”란 말씀 속에서 내 모습이 보였어요. ‘내가 무얼 하려고 한 것이 신앙이 아니구나!’ 마음이 비워지면서 하나님의 말씀이 마음에 들어오기 시작했어요. 그러니까 하나님이 일하실 것에 대한 소망이 자꾸 생기고, 내가 할 게 없었어요. 하나님은 내 마음을 바꾸셔서 7개월 전에 저를 이곳으로 보내셨어요.”
하나님의 은혜로 새롭게 믿음의 삶을 살고 있는 목사님에게 이젠 믿음의 길을 걸으면서 전처럼 시행착오를 겪지 않을 것인지 물어보았다.
“하나님의 말씀은 거짓되지 않아요. 요셉의 생애를 보면 말씀이 임하고 그대로 이뤄지지만, 중간에 말씀과 다른 상황이 펼쳐지지요. 우리가 말씀을 끝까지 따라가지 않으면, 그럴 때 다른 마음을 갖게 돼요. 그러나 끝까지 따라가면 결국 총리가 되지요. 하나님의 말씀은 사실이니까요. 전에 저는 말씀을 끝까지 따라가지 않았어요. 형편이 말씀과 달라지면 말씀도 마음에서 죽어버렸어요. 내 생각으로 하나님의 말씀을 무너뜨린 거예요. 하나님이 그처럼 잘못된 제 신앙을 바로잡으셔서, 이제는 말씀을 믿는 정한 마음을 갖게 되었어요. 지금도 내 생각이 일어나지만 버릴 수 있는 것이, 그것은 거짓이니까요. 사실 우리가 하나님의 마음을 만나지 못해서 자기 생각 안에서 판단하지, 하나님의 마음을 만나면 내 생각이 잘못되었다는 사실이 마음에서 보여져요.”
교회에 대하여는 목사님 마음에 어떤 소망을 가지고 있는지 궁금했다.
“여긴 사람이 별로 살지 않아요. 집이 몇 채 있고, 백사장 쪽은 다 음식점이에요. 이곳엔 구원받을 사람이 별로 없다는 마음이 드는데, 하나님이 에스겔 36장 38절의 ‘황폐한 성읍에 사람의 떼로 채우리라.’는 말씀을 주셨어요. 그때부터 사람들이 계속 연결되고 있는데, 하나님이 말씀대로 이루시리라 믿어요. 그리고 우리 교회에 문제도 많고 어려운 점도 많지만 누구든지 하나님의 마음과 만나면 행복해져요. 하나님은 우리에게 안식을 주시고 문제를 해결할 힘을 주시니까요. 그래서 저는 우리 교회 형제 자매들의 마음을 하나님의 마음과 연결시키는 일을 하고 싶어요.”
형제 자매들에게 마음이 가고, 그렇기 때문에 속상할 때도 있다는 유만복 목사님. 하지만 사람의 마음을 바꾸는 것은 인간은 할 수 없는 일이기에 하나님 앞에 기도한다고. 돌이켜보면 자신도 어리석은 생각을 품고 있을 때가 있었기에, ‘그때 하나님의 종이 나를 향해 이런 마음을 가지셨겠구나!’ 하는 게 느껴진다고.

 
주님의 마음을 만나면 누구든지 변할 수밖에 없기에 무창포제일교회 형제 자매들에게 마음을 주고 싶다는 유만복 목사님. 길지 않은 시간이지만 이야기를 나누면서 어떤 이야기든지 마음으로 하는 목사님을 또렷이 느낄 수 있었다.

무창포제일교회 형제 자매들은 하나님의 말씀을 믿음으로 그 마음에 소망이 꿈틀거리고 있었다. 마음으로 형제 자매들을 대하는 유만복 목사님 부부, 그리고 하나님의 따뜻한 사랑에 젖어들고 있는 형제 자매들. 1년이 지났을 때 교회의 모습이 어떻게 변해 있을지 궁금하고, 다시 와서 그 모습을 보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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