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을 품고 사는 사람들
하늘을 품고 사는 사람들
  • 박민희
  • 승인 2013.04.12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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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교회를 찾아서_기쁜소식울진교회

 

 
 

 


 
주일 아침, 예배당 안으로 들어가니 눈에 들어오는 희끗한 머리카락의 찬송 인도자. 올해 예순 넷의 김성용 형제님. 기자와는 십수 년 전에 같은 교회에서 신앙생활을 했던 추억이 있다. 기자를 보더니 아는 사이라고, 예배에 참석한 성도들에게 지난 추억을 잠깐 소개한다. 교회가 크지 않아 성도가 적은 까닭도 있겠지만, 그 나이에 찬송을 인도하는 모습이 멋있어 보였다.
“이 세상의 모든 죄를 맑히시는 주의 보혈, 성자 예수 그 귀한 피 찬송하고 찬송하세”
성도들은 오늘도 주님의 보혈을 찬송한다. 감사한 마음에 젖어 주님의 보혈을 늘 찬송하지만 다 표현하지 못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이 땅에 생명을 전하는 교회가 있고, 거듭난 성도들이 한 자리에 모여 예배를 드릴 수 있다는 것은 얼마나 복된 일인가! 미국 대사관은 한국 땅에 있지만 미국 법의 지배를 받듯, 교회는 이 땅에 있지만 하늘에 속한 영역이다.
시골 사람은 인심이 후하다는데, 기쁜소식울진교회 성도들은 웃음도 후하다. 설교는 문민식 목사님이 하지만, 모든 형제 자매들이 설교자와 호응하며 함께 예배를 드리고 있었다. 문민식 목사님은 야곱과 에서 이야기를 본문으로 형제 자매들 마음에 믿음의 터를 분명하게 닦고 있었다.
창세기 27장에 나오는 야곱과 에서 이야기는 약속과 행위에 대한 가르침을 담고 있다.
“아버지 이삭이 야곱에게 네가 에서냐고 물었을 때, 야곱이 그렇다고 했습니다. 여러분은 저주 받을 사람입니까, 축복 받을 사람입니까? 예, 우리는 축복을 받을 사람입니다. 우리가 거룩하다고, 온전하다고 말하는 것은 교만이 아니라 그리스도 안에서 나를 발견했기 때문입니다.”
사탄은 늘 예수님의 피만으로는 부족하다는 듯, 구원받은 성도의 연약한 행위를 통해서 성도를 공격한다. 축복을 받을 사람이 아니라, 오히려 저주를 받을 거라고.
“갈라디아서 3장 27절에서 우리는 그리스도로 옷 입었다고 했습니다. 우리 속은 야곱과 같지만 겉은 예수님의 옷입니다. 우리는 다 예수님으로 옷 입었습니다. 그래서 하나님은 우리를 예수로 압니다.”
설교하는 문민식 목사님은 발음이 조금은 분명하지 않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말소리는 들리지 않고 그 안에 담긴 메시지가 마음을 강하게 파고들었다. 성도들은 점점 말씀에 빠져들었다. 자세가 반듯해지고 “아멘” 소리가 커져갔다.
예수 그리스도로 옷 입은 사람들! 복을 받을 수밖에 없는 사람들! 우리를 향한 눈이 어두워서 우리가 입은 옷을 보고 우리를 예수님으로 아는 하나님! 사실은 하나님이 우리를 당신의 자녀로 삼으시려고 독생자 예수 그리스도를 십자가로 보내셨다. 누구든지 주님의 공로를 힘입어 예수로 옷 입으라고! 예배당 안에 그리스도의 생명의 기운이 강하게 흘렀다. 이곳은 하나님의 교회, 하나님의 집이다.

 

 

 
울진 읍내 외곽에 있는 나지막한 산자락에 자리하고 있는 전재수 형제의 일터. 그곳에서 전 형제 내외를 만났다.
1994년, 아는 사람 손에 이끌려 교회 집회에 참석해서 <죄 사함 거듭남의 비밀> 책을 한 권 받았다는 전 형제. 그 후 큰 문제를 만나 괴로워하다 문득 받은 책이 기억나 펼쳤고, 책 속에 빨려들어가 죄 사함을 받았다고 한다.
“그날 큰 충격을 받았어요. ‘아, 영혼이 있구나! 하나님이 계시구나! 예수님이 정말 나를 위해 십자가에서 죽으셨구나!’ 하고요.”
어린 시절 큰집에서 살면서 돈에 집착했다는 전 형제. 초등학교 4학년에서 6학년 때까지는 군것질 한 번 안 했다고.
“돈이 최고였어요. 구원받고 선을 보는 자리에서 지금 제 아내에게 내가 모아두었던 통장을 내놓았어요. 자랑하려고요. 그런데 거들떠보지도 않는 거예요. 얼마나 창피하던지….”
아내와 결혼한 후 피처럼 여겼던 돈들을 다 복음을 위해 드리게 되었단다.
“갑자기 제가 교회 재정을 맡게 되었는데, 그때 우리 교회 사역자들이 사례비로 20만 원 받는 것을 처음 알았어요. 집회 때 20만 원 헌금한 것에 뿌듯한 마음을 가지고 있었는데, 부끄러웠죠.”
그 후 그는 대출을 받아 전셋집을 얻었고, 그 집이 경매에 넘어가게 되어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또 대출을 받아 집을 샀다고 한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빚을 진 때였다고. 때맞춰 새 예배당 공사가 시작되었다. 여기저기 돈 들어갈 곳이 많아진 것이다.
“그때 하나님이 돈을 많이 벌게 해주셔서 공사 물질을 드리고도 예배당 공사가 끝났을 때는 빚도 다 갚았어요.”
주님의 인도를 받아 시작한 고물 사업. 울진 토박이여서 고물을 줍다가 아는 사람들을 자주 만났지만 마음에 주님이 계셔서 부끄럽지 않았다는 전 형제.
“내가 교회에 빠져서 저 신세가 되었다고 비웃는 친구들도 있었어요.”
처음에는 트럭 한 대 살 돈이 없었지만 지금은 땅이 12,000평에 포크레인 두 대, 집게차 두 대, 5톤 트럭 한 대,
1톤 트럭 두 대가 있는 사업장이 되었다.
“일이 많아서 아내가 돕고, 우리 교회 형제 세 사람이 함께 일해요. 저는 요즘은 중장비 사업을 하고요. 재미있는 것은, 이스라엘 백성들이 만나를 얼마만큼 거두었든 하루치 양식이었던 것처럼 제 삶이 그래요. 복음의 일들에 마음껏 쓰게 돈을 많이 벌고 싶은데, 하나님이 꼭 필요한 만큼만 주시거든요. 하하.”
물질적으로 풍요롭게 살진 않지만 마음은 늘 풍성하다는 전 형제.
“저는 누구를 만나든지 삶이 재미있고 행복하다고 해요. 그러면 사람들은 제가 돈을 많이 버는 줄 알지요. 그런데 우리의 행복은 그런 데 있지 않고, 마음에 있잖아요. 우리 안에 주님이 계시고, 영원한 생명이 있잖아요. 굉장히 소심했던 제가 지금은 누구에게든 복음을 이야기해요. 그동안 교회의 성도가 늘지 않았는데, 요즘은 예배당에 사람들이 가득 차겠다는 소망이 일어나요.”
구원받은 후 삶을 대부분 복음과 함께, 교회와 함께 지내온 전재수 형제 부부. 그들은 이 땅에 살지만 마음에 하늘을 품고 사는 아름다운 사람들이었다.

 

 

 

 
문민식 목사님과 이야기를 나누려고 마주앉은 자리. 목사님은 특별한 경험을 가지고 있어서 먼저 그 이야기를 꺼냈다.
“2009년에 더 이상 사역할 수 없는 사람으로 분류되어 목사를 그만두어야 했어요. 광주교회에서 지내다가 그냥 나왔어요. 숙식할 곳이 필요해 난(蘭)
키우는 집에서 기거하며 부부가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일했지요. 사역은 그만둬도 복음은 전하며 살아야겠다고 생각했지만 되지 않았어요. 일정한 직업을 가져야겠다 싶어서 이것저것 하다가 벌목을 했어요. 산에 들어가서 일하는 것이 일당도 많고, 매력도 있었어요. 일당 8만 원에서 시작해 13만 원까지 오를 만큼 열심히 했어요. 작업 반장은 저를 보고 ‘자네는 톱을 위해서 태어난 사람이야’ 하고 칭찬했지만, 사실은 버림당했다는 분한 마음을 나무에 쏟은 것이었어요. 나무를 베면서 마음에서 미운 목사님도 베고, 교회도 베고….
전라남도에 있는 산은 다 도는데, 한번은 화순에 가서 일하게 되었어요. 가서 보니, 산 앞 동네가 낯익어요. 사역을 처음 시작했을 때 오토바이를 타고 다니면서 전도했던 마을이었어요. 13년 전에는 성경을 들고 복음을 전하러 왔는데, 이제는 전기톱을 들고 나무를 자르러 온 거예요. 꼭 TV 드라마 같았어요. 가만히 생각해보니 기가 막혔어요.”
이야기를 듣다 보니 정말 한 편의 드라마를 보는 듯했다. 각본이 없고서야 어찌 그런 일이….
“일하다 바라다 보니 구원받은 자매 집이 보였어요. ‘가서 인사나 할까? 어떻게 인사하나, 톱 들고.’ 고통스러웠어요. ‘내 인생이 이렇게 살다가 끝인가?’ 그렇게 끝내기가 너무 아쉬웠어요. 박옥수 목사님을 만나서 마음의 응어리는 풀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얼마 후 박 목사님을 만나 ‘왜 저를 쫓아냈어요?’ 하고 물었어요. ‘자네는 자신을 믿고 살았잖아!’ ‘그것 때문에 쫓아냈습니까?’ 목사님이 힘주어 ‘그렇지!’ 하고 대답하시는데, 그 한 마디에 마음에 맺혀 있던 응어리들이 다 사라졌어요. 내가 자신을 믿고 산 것이 맞으니까요. 나, 예수님 믿고 살았다고 말할 수 없었어요. 생각을 했어요. ‘그러면 내가 어떻게 해야 하나? 여전히 나를 믿고 살 수밖에 없는 인생, 나를 다스리도록 목사님께 맡겨야겠다는 결론에 이르렀어요. 하나님이 그 마음을 주셨어요.”
그 후 하나님이 문민식 목사님의 마음에 말씀을 주셨다고 한다.
“네가 네 아들에게 소망이 있은즉 그를 징계하고 죽일 마음은 두지 말지니라.”(잠 19:18)
“하나님이 죽일 마음이 아니라 살릴 마음을 가지고 저를 징계하신 거였어요. 징계가 있을 때에는 징계하는 분의 마음에 소망이 있는 거예요. ‘나를 목회를 그만두게 한 소망이 뭐냐?’ 생각해 보니, 그것은 나를 믿는 마음을 버리고 예수님을 세우려는 것이었어요.”
항복하는 마음은 아름답다. 문 목사님은 다시 목회자가 되길 사모했을까?
“마음에 맺힌 응어리를 풀려고 박 목사님을 뵌 것이었기에 마음이 풀린 후에도 사역을 할 생각은 없었어요. 그런데 하나님이 기쁜소식영월교회로 보내셨어요. 가서 보니 성도 다섯 명에, 열악한 형편, 처음엔 마음이 답답했지요. 하지만 곧 하나님이 나를 두신 위치가 가장 좋은 위치라는 마음이 들었어요.
‘하나님이 전세 5천만 원짜리 집 주셨지, 차 주셨지, 성도 다섯 명 주셨지, 뭐가 부족하냐?’ 사실 제가 받을 것은 없어요. 성도 다섯이 적나요? 세상에서는 한 사람도 못 거느리잖아요. 교회가 나에게 큰 것을 주셨는데, 늘 이것밖에 안 된다고 가볍게 여겼지요. 교회에서 먹고 자는 것도 다 큰 선물인데요.
아무것도 없는 내 속에 하나님이 그런 마음들을 만들어주셨어요. ‘복음을 전하면서 교회를 섬겨야겠다’는 마음을 주셨어요. 마음이 그렇게 변한 후로는 하나님이 모든 걸 공급해주셨어요.”
영월에서 복되게 살다 얼마 지나지 않아 이동해 온 기쁜소식울진교회.
“울진에 오니까 성도가 20명이나 되는 거예요. 전에 내가 나무를 베면서 ‘내 손에 성경이 들려지겠나?’ 생각한 적이 있어요. 불가능한 일이었지요. 그런데 그 일을 하나님이 이루셨어요. 하나님이 저를 이 자리에 앉히셨어요. 누구든지 마음이 예수님과 연결되면 살아나잖아요. 그리스도의 사랑이 우리를 살리잖아요. 그래서 저는 우리 교회 형제 자매들에게 제가 받은 사랑을 말해요. 그 사랑과 연결되기를 바라면서요.”
전에 자신이 악하지 않다며 자신의 옳음을 세웠다는 문 목사님. 이제는 자신의 악함을 알기에 주님의 마음을 살핀다고 한다. 교회에서 들려주는 주님의 음성이 마음에 들어와서 걷게 하고, 잠자게 하고, 복음을 전하게 한다고 고백한다.

 
마지막으로 예수님을 사랑하냐고 묻자 문 목사님은 ‘허허’ 하고 웃더니, 잠시 말을 멈추었다. 예수님이 베드로에게 “네가 나를 사랑하느냐?” 하고 물으셨던 것이 떠올랐기 때문이었을까?
“사랑하죠…. 그분이 나를 다 알잖아요. 내가 어떤 놈인지 알고도 밥 먹여주시고 옷 입혀주시고…. 그분에게 내 마음을 가릴 것도 없고요. 내가 그분을 싫어한다 해도 그분은 나를 사랑하시니까 나도 그분을 사랑하는 거죠.”
문민식 목사님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그 마음 중심에 어떤 힘이 미쳐졌다고 느껴졌다. 주님의 사랑이 목사님의 마음 중심에서부터 변화를 일으키고 있는 것이 아름다웠다.

기쁜소식울진교회 형제 자매들은 마음에 힘을 얻고 있었다. 아람 진에서 실컷 먹고 마신 네 문둥이가 좋은 소식을 사마리아 성에 전하러 갔던 것처럼, 심령이 굶주린 울진 사람들에게 곧 아름다운 소식이 전해질 것이라 믿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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