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씀 안에서 나는 이미 깨끗하게 나은 사람이었다
말씀 안에서 나는 이미 깨끗하게 나은 사람이었다
  • 김광운 (베냉 선교사)
  • 승인 2014.10.14 00: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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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교사 수기(10회)

    

 
     구원받지 않은 사람이 다른 사람을 구원으로 결코 인도할 수 없는 것처럼, 
     내가 병에 매여 있는 동안 다른 사람을 믿음으로 이끌어줄 수 없었다. 
     내가 육신에 이끌리는 동안 다른 사람을 육신에서 벗어나게 해줄 수 없었다. 
     결국 나는 형제 자매들을 이끌어줄 수 없었던 것이다.

 

올해 월드캠프는 국립대학을 빌려서 하기로 마음을 옮겼다
2014년 베냉 월드캠프가 9월 6일부터 10일까지 있었다. 몇 달 전부터 캠프를 준비하면서 무엇보다 장소를 구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작년에 국립극장을 무료로 빌려 월드캠프를 했기에 ‘올해도 빌려 주겠지’ 하는 마음으로 국립극장을 찾아가 월드캠프 날짜를 이야기했다. 그러자 담당자가 펄쩍 뛰면서 ‘올해는 절대 무료로 사용할 수 없다’고 했다. 작년에도 재정부에서 극장 사용료를 주어야 하는데 지금까지 갚지 않았다고 하며 아주 강하게 안 된다고 했다. 우리는 일단 날짜만 이야기하고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지난 여름, 한국에서 열렸던 ‘세계 대학 총장 포럼’에 베냉에서 제일 큰 국립대학교의 총장님이 참석하여 아주 기쁜 마음으로 돌아왔다. IYF 회원들과 함께 공항에 나가 귀국하는 총장님을 환영했는데, 총장님은 “정말 좋은 방문이었습니다. 한국에서 여러 대학을 방문할 수 있어서 좋았고, 특히 박옥수 목사님이 하신 성경 말씀은 너무 좋았습니다.” 하고 이야기했다. 그분 입에서 나오는 한 마디 한 마디가 우리 마음에 기쁨을 주었다. 총장님과 이야기를 나누다 마지막에 “금년에 베냉에서도 월드캠프를 합니다. 대학교를 빌려서 캠프를 하고 싶은데 도와줄 수 있습니까?” 하고 물었다. 총장님이 날짜를 물어 기간을 이야기하니 그때는 방학 기간이라 가능하다고 했다. 총장님이 우리를 향해 마음이 활짝 열려 있어서 올해 월드캠프는 국립대학을 빌려서 하기로 마음을 옮겼다.

“올해에도 국립극장을 사용할 수 있게 해드리겠습니다.”
월드캠프를 앞두고 청소년부에서 정부 차원에서 캠프를 도와 달라는 서류를 만들어 IYF 이름으로 재정부에 제출했고, 재정부에서 돕겠다고 결정했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진행되는 일은 없었다. 청소년부에서 ‘재정부에서 예산을 주지 않으면 도와줄 수 없다’며 더 이상은 일하지 않았다. 청소년부의 그러한 태도에 우리는 별 영향을 받지 않았다. 올해는 국립극장에서 캠프를 하지 않고 대학 캠퍼스에서 할 것이기에 청소년부의 도움이 없어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이후 대학 캠퍼스 담당자들과 만나 캠프 때 대학교를 사용하는 부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담당자들이 ‘방학은 했지만 시험 보는 학생들이 있어서 건물을 다 빌려줄 수는 없다’고 했다. 그리고 기숙사를 사용하는 데에는 많은 돈을 요구했다.
여러 가지 문제에 부딪히면서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월드캠프를 어느 곳에서 하든 하나님께서 아름답게 이끄시겠지만, 좀 더 생각해 보니 국립극장에서 캠프를 하는 것이 훨씬 좋아 보였다.
하루는 국립극장에 들려서 월드캠프 날짜를 이야기하니, 그 때는 보건부에서 몇 개월 전부터 예약을 해놓고 많은 대관료를 받기로 했었는데, 에볼라로 인해 갑작스럽게 모든 행사가 취소되어 우리가 날짜를 정해 놓을 수 있었다. 국립극장에서 월드캠프를 하는 것이 하나님의 뜻인 것을 볼 수 있었다.
문제는, 청소년부에서 재정부의 허락을 받아 우리가 국립극장을 쓸 수 있게 해주어야 하는데, 그렇게까지는 일하고 싶어 하지 않았다.
결국 우리는 작년 월드캠프 때 우리를 도왔던 대통령의 아들을 만나기로 마음을 정하고 그분에게 메일을 보냈다. 며칠 후, 면담 날짜와 시간이 적힌 답신을 받았다. 우리는 대통령의 아들을 만나 지금까지 있었던 일들을 다 이야기하고, 국립극장을 빌리지 못하면 올해 월드캠프를 할 수 없다고 이야기했다. 재정부에서 작년 월드캠프 때의 국립극장 사용료도 아직 주지 않았다는 이야기도 했다. 대통령의 아들은 “제가 청소년부 장관에게 전화하고, 안 되면 아버지께 직접 말씀드려서 올해에도 국립극장을 사용할 수 있게 해드리겠습니다.” 하고 말했다. 우리는 말할 수 없이 기뻤다. 이어서 그분이 자신이 구원받은 간증을 하고, 내가 ‘나중에 다시 만나 성경 이야기를 많이 하자’고 이야기하고 우리는 헤어졌다.

내가 병에 매여 있는 동안 다른 사람을 믿음으로 이끌 수 없었다
국립극장과 부속 건물을 빌리려면 약 4만 달러가 필요한데, 올해에도 국립극장을 무료로 사용할 수 있었다. 월드캠프가 시작되고, 좋은 장소에서 말씀을 들으며 기뻐하는 학생들을 볼 때 한없이 기쁘고 감사했다. 특별히 캠프 강사인 허인수 목사님이 전하신 말씀이 학생들을 형편을 뛰어넘는 믿음의 세계로 인도했다.
캠프 기간에 여러 나라에서 온 선교사 부부들은 강사 목사님과 함께 매일 아침 사역자 모임을 가졌다.
나는 4년 전에 간이 안 좋아 한국에 가서 치료를 받고 베냉으로 돌아왔는데, 당뇨까지 있었다. 의사는 항상 나에게 “무리하지 마세요. 무리하면 안 됩니다. 무조건 쉬세요. 자동차 운전도 하지 말고 운전사를 쓰세요” 등등의 말을 했다. 자연스럽게 밖에 나가는 것보다 집에 있는 시간들이 많아졌다. 집에 있으니 여유 시간이 많은데, 그 시간에 교제하거나 성경을 읽은 것이 아니라 육신이 요구하는 쪽으로 흘러갔다. 서부 아프리카 선교사들이 가나에 모여 교제하는 시간을 가질 때에도, 선교사님들이 팀을 나눠 공을 차면 나는 항상 구경꾼으로 앉아 있었지 무리하면 안 되기 때문에 전혀 운동을 하지 않았다.
하루는 몸 상태가 좋지 않아 병원에 가서 당뇨 검사를 받았다. 의사 선생님이 ‘약을 먹어야 하지만 약은 간에 좋지 않으니 당뇨 주사를 맞으라’고 했다. 그래서 인슐린 주사를 맞기 시작했다. 주사를 맞으면 때로는 당 수치가 떨어지기도 하지만 때로는 떨어지지 않았다.
지난 7월, 한국에서 있었던 ‘세계 청소년부 장관 포럼’에 청소년부에서 3명이 가겠다고 하고, ‘세계 대학 총장 포럼’에 국립대학 총장님이 수행원과 함께 가겠다고 했다. ‘세계 기독교 지도자 대회’에도 6명이 참석하겠다고 했다. 상황을 보니 내가 동행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하지만 ‘난 무리하면 안 돼. 내 몸으로는 한국 월드캠프 프로그램을 따라갈 수 없어’ 하는 마음이 있어서, 아직 어리지만 딸 경아를 보내기로 했다. 딸이 한 번도 혼자서는 비행기를 타보지 않았기에 ‘잘 갈 수 있을까?’ 염려도 되었지만 내가 갈 수 없었기에 어쩔 수 없었다. 그렇게 나는 육신에 질질 끌려다니며 살고 있었다.
그런데 이번 월드캠프 중에 사역자 모임과 캠프 때 강사 목사님이 전하신 말씀들을 들으면서 내가 교회를 망치고 있는 인간임을 하나님이 보여 주셨다. 하나님의 말씀 앞에서 ‘내가 정말 교회를 망치고 있었구나!’ 하는 사실이 분명하게 보였다. 다른 누가 아닌 ‘내’가 바로 교회에서 얼마나 큰 대적자인지를 하나님이 보여 주셨다. 교회를 망치고 있으면서도 그 사실을 알지도 못하고 살고 있었다.
구원받지 않은 사람이 결코 다른 사람을 구원으로 인도할 수 없는 것처럼, 내가 병에 매여 있는 동안 다른 사람을 믿음으로 이끌어줄 수 없었다. 내가 육신에 이끌리는 동안 다른 사람을 육신에서 벗어나게 해줄 수 없었다. 결국 나는 형제 자매들을 이끌어줄 수 없었던 것이다.

 
월드캠프를 마치고 선교학생들과 함께 축구를 시작했다
캠프 기간에 강사 목사님의 간증을 들으면서 내 마음이 병에서 자유로워졌다. 하나님의 말씀 안에서 나는 이미 깨끗하게 나은 사람이었다. 마음이 병에서 벗어나니 피곤한 것이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오히려 피곤은 잠을 달게 자도록 해주었다. 참으로 질병은 우리 영혼을 하나님께로 인도하려고, 예수님과 가까이 지내도록 이끌려고 주어진 것이었다. 병뿐만 아니라 모든 어려움이 우리를 예수님과 가까이하게 하려고 주어진 것들이었다. 그러니 모든 것이 감사한 것이었다.
월드캠프를 마치고 선교학생들과 함께 학교 운동장에 가서 축구를 하기 시작했다. 월드캠프를 통해 하나님은 학생들에게만 은혜를 입히신 것이 아니라, 내 영혼에도 큰 은혜를 입히셨다. 월드캠프를 주신 하나님께 한없는 감사와 영광을 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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