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 나를 비우고 새 마음을 받다
[라이프] 나를 비우고 새 마음을 받다
  • 글 | 김하은(케냐 단기선교사)
  • 승인 2024.04.23 13: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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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4월호 기쁜소식
포토 에세이_해외 봉사

어른이 되면 ‘잘’ 살고 싶었지만 대학교 진학부터 마음대로 되지 않았다. 흔히 말하는 명문대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다니던 대학에 적응하지 못했다. 휴학하고 다시 도전했지만 생각만큼 결과가 좋지 않았다. 다시 학교로 돌아가기까지 시간이 남아 있어서 돈을 벌기로 했다. 매일 5시간을 자고 12시간씩 일했다. 두세 달 이런 생활이 반복되다 보니 돈은 벌지만 몸도 마음도 지쳐갔다. 그러다가 해외 봉사를 추천받고 케냐로 갔다. 
케냐에 간 지 두 달째 접어들었을 즈음, 여러 가지 생각이 나를 괴롭혔다. 생각했던 것보다 행복하지 않았고, 어떤 일을 하든 불평불만이 끊이질 않았다. 그러다 보니, 케냐에 와서 시간이 흘렀지만 변하지 않고 배우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에 사로잡혔다. 급기야 ‘한국에 돌아갈까?’라는 생각으로 이어졌다. 
그러던 중 사모님과 교제하게 됐다. 사모님은 욥기 23장 10~14절 말씀으로 교제해주셨다. “이곳에 올 때는 대부분 자기를 위해 뭔가를 하려고 오지만, 사실 이 시간은 하나님께서 자기 자신을 비우게 하시는 시간이다. 자신이 보기에는 여전히 똑같고 하나도 변하지 않은 것처럼 보이지만 말씀처럼 네가 정금이 되는 시간이다.”라고 하셨다. 이어서 “하나님은 네가 가는 길을 아시고, 뜻이 일정하시고 그것을 이루신다. 이곳에 너를 보내신 이는 하나님이시다.”라고 하셨다. 
‘이곳에 나를 보내신 이가 하나님이라면, 내가 보기에 아무리 변하지 않은 나라도 하나님이 나를 이끌고 계신다’는 마음이 들었다. 분명히 하나님이 내게 하실 일이 있고 내게 보여주실 것들이 있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하나님을 인정하게 되었다. 내 눈으로 보고 판단하는 것이 아닌 말씀을 통해 보여주신 하나님의 마음으로 보니 문제될 것이 없었다. 
하루는 선교사님이 케냐 단원 한 사람 한 사람에게 꿈을 이야기해주셨다. 나에게는 “앞으로 케냐에 세워질 병원의 부원장이 돼라. 농담처럼 들리겠지만 ‘아멘’ 하고 받으면 10년 뒤 그대로 된다.” 하셨다. 
나는 구원받으신 부모님 아래 태어났지만 내 마음에 교회가 크지 않고 하나님에게 관심도 없었다. 똑같은 구원을 받아도 누구는 복음을 위해 자기 인생을 드리고 누구는 왜 그렇게 쉽게 하나님을 떠나는지 궁금했다. 
하루는 성경을 읽다가 고린도전서 15장 19절이 마음에 남았다. 
“만일 그리스도 안에서 우리의 바라는 것이 다만 이생뿐이면, 모든 사람 가운데 우리가 더욱 불쌍한 자리라.”(고전 15:19)
 말씀 그대로, 구원은 받았지만 내가 기대하는 게 이 세상에서 소중하고 바라는 것뿐이라면 모든 사람, 즉 구원받지 않은 사람보다도 더 불쌍하다고 했다. 나도 복음을 위해 살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내가 한국에 있다면 평범하게 임상병리사로 일하겠지만, 교회 안에서 인도를 받아 많은 사람이 구원받는 복음의 일에 귀하게 쓰이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선교사님이 내게 말씀하신 꿈처럼 케냐에 병원이 지어진다면 그곳에서 일하고 싶은 꿈이 생겼다. 
그 뒤, 한 달 정도 수도 나이로비 안에 있는 다른 지역에 가서 집회를 했다. 집회 소식을 알리고 사람들을 초청하고 여러 지역을 다니며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복음을 전했다. 케냐는 기독교 국가이기도 하고 말을 걸면 사람들이 잘 듣는다. 물론 듣지 않고 바쁘다며 가는 사람들도 있고 잘못된 믿음을 가지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홍보를 다니고 복음을 전하며 내 마음에 감사가 많이 생겼다. 
한번은 우리 집회를 알리기 위해 한 교회를 방문했다. 처음 가본 다른 교회의 모습은 충격적이었다. 사람들이 울부짖으며 기도하고, 쓰러지기도 했다. 그 모습을 보며 마음이 참 아팠다. 한편으로 나는 어떤 은혜를 입어서 참된 복음을 듣고 교회 안에서 자라는지 감사하기도 했다. 
또 한번은 집회를 홍보할 때 만났던 사람이 집회에 계속 와서 구원받는 것을 보았다. 홍보를 다니며 지치고 힘들 때도 있었고 불평이 올라오기도 하고 그만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내가 복음을 힘있게 전하고 믿음이 좋은 것은 아니었지만 나를 통해 사람들이 집회에 와서 말씀을 듣고 구원받고, 새로운 삶을 산다고 생각하니 감사하고 행복했다.
“나의 가는 길을 오직 그가 아시나니, 그가 나를 단련하신 후에는 내가 정금같이 나오리라.”(욥 23:10)
지난 1년 동안 나를 비우고 내가 가질 수 없는 새로운 마음을 주시고, 나로 하여금 복음의 일을 하게 하신 하나님께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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